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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체제’ KBS 1TV 시청률 하락에 대한 논평 (2009.10.12)
등록 2013.09.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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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씨, 이래도 ‘흑자’만 내면 되는 것인가?
 
-의제설정·권력비판 위축시키더니, KBS1 시청률 하락 
 
 
 
지난 8월 17일 KBS 사장 이병순 씨는 상반기수지동향 회의에서 KBS가 상반기에 97억여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병순 씨는 프로그램 질을 떨어뜨리고 공공서비스를 훼손할 정도의 무리한 제작비 삭감과 KBS 자산 매각 방식을 통해 달성한 ‘수치상의 흑자’를 경영성과로 내세우면서 이를 ‘수신료 인상’의 명분으로까지 삼으려 했다.
그러나 이병순 체제의 ‘흑자경영’은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본연의 과제 앞에 빛이 바랜다. 이병순 씨가 사장으로 들어선 뒤 KBS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잘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반대했던 직원들은 부당한 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쫓겨났다.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은 현장에서 밀려났고 정권에 ‘밉보인’ 외부 진행자들도 잘려나갔다.
이어 KBS 보도에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사라져갔고 ‘정권 홍보’, ‘대통령 띄워주기’는 넘쳐났다.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으로 꼽혔던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은 폐지됐으며, 대체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미디어비평>, <시사360>은 앞선 프로그램들이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비판 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병순 체제에서 ‘살아남은’ 시사프로그램들도 의제설정과 사회감시, 권력비판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후퇴한 모습이다.  
국민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지난 8월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실시한 국민신뢰도 조사에서 KBS의 신뢰도는 29.9%로 32.1%인 MBC에 밀렸다. KBS의 신뢰도는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13.2%나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신뢰도 추락은 시청률에도 반영되었을까?
 
이병순 체제, KBS 1TV 시청률·점유율 모두 하락
우리는 이병순 체제의 KBS가 ‘흑자경영’을 자랑한 2009년 상반기, KBS 1TV의 시청률과 점유율을 조사해보았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의 시청률을 정연주 사장 재임 시절인 2008년 상반기와 비교해보았다.
 
 
 
 
[표1]에서 보듯 이병순 체제의 2009년 상반기 KBS 1TV의 평균시청률은 7%로 하락했다. 2008년 상반기에 비해 1.4% 하락한 것이다. 점유율 역시 2008년 상반기 17.8%에서 14.8%로 하락했다.
이명박 정권은 정연주 사장을 초법적으로 쫓아내고 이를 ‘공영방송 정상화’라고 강변했지만, 이병순 체제 1년여의 결과는 시청률에서도 볼품없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권력비판, 사회감시, 다양성 추구, 약자 배려 등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보도·시사교양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병순 씨는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고, 비판 보도를 위축시켰으며, 정권에 밉보인 진행자를 쫓아내는 등 그야말로 ‘역주행’으로 일관했다. 이렇게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하고 어떻게든 ‘흑자’만 내면 된다는 생각에 골몰했으니 ‘국민 신뢰도 추락’, ‘1TV 시청률 하락’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KBS가 지금이라도 ‘정권 홍보방송’에서 벗어나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급격하게 상실할 수밖에 없다.
 
비판 무뎌진 시사프로그램, 시청률도 떨어져
우리는 KBS의 대표적인 비판프로그램의 하나인 <시사기획 쌈>의 시청률을 통해 공영방송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의제설정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권력 비판에서 후퇴할 때 시청률도 하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8년 4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시사기획 쌈>의 평균시청률은 6.7%였다. 그런데 2009년 같은 기간 <시사기획 쌈>의 평균시청률은 5.5%로 떨어졌다. (<시사기획 쌈>은 2008년 봄 개편에서 방송시간을 월요일 저녁 11시 30분에서 화요일 저녁 10시로 옮겨 지금까지 이 시간에 방송되고 있다. 프로그램이 어느 시간대에 편성되는가에 따라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청률 비교 기간은 <시사기획 쌈>이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2008년 4월 1일부터 8월 31일’과 ‘2009년 4월 1일부터 8월 31일’로 잡았다.)
 
 
 
 
2008년 해당 기간 동안 <시사기획 쌈>은 <떠난 민심은 되돌아올까?>, <한반도 대운하 ‘국민과 通하라’>와 MB정권의 기관장 인사문제를 다룬 <법도 원칙도 없다> 등 정치 관련 내용을 다뤘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내용이다.
반면 2009년에는 정치 관련 내용이 <2009 국회 보고서, ‘의원님의 두 얼굴’> 정도였다.
또 2008년에는 촛불집회를 다룬 <촛불 대한민국을 태우다>, <광우병민심 어디로 가나>, MB정부의 교육정책을 다룬 <자율화, 학교를 구할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주목받은 소망교회를 비롯한 개신교의 정치참여 문제를 다룬 <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 등도 다뤘으나 2009년에는 이명박 정권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재가 연성화되고 비판의 날이 무뎌진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시청률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예는 또 있다. KBS 1TV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시사투나잇>을 폐지하고 대체 편성된 <시사360>에서도 비슷한 경향은 나타났다.
 
 
 
 
<시사투나잇>은 한나라당과 조중동, 수구보수세력들이 걸핏하면 ‘좌편향 방송’이라고 비난했던 시사보도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를 폐지하고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시사360>은 오히려 시청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투나잇>은 2008년 상반기 3.9%의 평균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시사360>은 3.5%를 기록했다. 시청률 자체는 0.4% 하락한 것이지만, 하락폭을 비율로 따지면 10% 이상(3.9÷0.4) 떨어진 셈이다.
 
이병순 씨에게 거듭 묻는다. 공영방송의 목표가 ‘흑자경영’인가?
의제설정 기능, 권력비판·사회감시 기능을 담당해왔던 시사보도프로그램들이 위축되고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드는데 ‘흑자’만 내면 되는 것인가? 
최근 KBS는 <시사360>마저 폐지하는 등 시사보도 분야를 더욱 위축시키겠다고 나서 KBS 내부와 시민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KBS가 사는 길은 <시사360>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안팎의 부당한 압력을 없애고 이들이 권력비판, 사회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공영방송 KBS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KBS가 사회적 책무를 끝내 포기하고 ‘정권 홍보방송’의 길로만 나아간다면 KBS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끝>
 
 
2009년 10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