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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한나라당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대한 논평(2009.9.19)
등록 2013.09.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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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한나라당, 방송장악 위해 국정감사까지 유린하나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실상의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문방위 의원들이 방통위와 10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당정협의라는 명목아래 만나 국정감사 예상 쟁점을 논의하는 등 국정감사의 무력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부겸 의원은 ‘당정협의’ 비공개 자료도 공개했다. 이 자료는 국정감사에서 KBS 장악과 관련한 야당의 추궁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담고 있다.
김부겸 의원의 ‘국정감사 사전 모의’ 주장에 방통위원장 최시중 씨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순수한 당정협의’라며 발뺌을 했다고 한다. <미디어오늘>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정협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은 “오해를 한 것 같다”면서 “그날의 행사 자체는 순수하게 당정 차원의 새해 예산에 대해 협의가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최시중 씨도 “파일을 봤는데 예상 쟁점이라고 하는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겠지만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요약해서 정리한 것일 뿐”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부겸 의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들의 주장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자료는 <KBS 이사·사장 해임>이라는 제목아래 “개요”와 “주요 쟁점 및 대응방안”이 나뉘어 정리되어 있다.
“개요”의 내용은 이렇다. “신태섭 전 이사, 정연주 전 사장이 각종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야당으로부터 KBS 이사, 사장 해임의 부당성을 집중 질의할 가능성”. 바로 아래에는 신태섭 이사와 정연주 사장의 각종 소송 현황을 표로 만들어 놓았다. 이어 “주요 쟁점 및 대응방안”에는 야당으로부터 나올만한 ‘예상 질문’과 ‘모범 답안’이 정리되어 있다. “신 전 교수가 해임무효 소송을 진행 중인데도 보궐이사를 추천한 이유” 등이다.
이런 내용을 두고도 한나라당 의원들과 최시중 씨가 “순수한 당정 차원의 새해 예산 협의가 전부”, “거론됐던 이슈를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역시 이 정권 사람들의 특기는 어떠한 객관적 자료를 앞에 놓고도 “오해”라고 우기는 것이다.
김부겸 의원이 폭로한 ‘방통위-한나라당 국감 대책회의’는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가 ‘방송의 독립성’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장악’을 위해 들러리 서는 집단임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또 이명막 정권의 추악한 방송장악을 뒷받침하고 지탱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원장, 국회의원 할 것 없이 끊임없이 위법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일삼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한나라당과 방통위는 ‘당정협의’ 운운하지만 국정감사의 예상 질문을 뽑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명백한 ‘당정협의업무운영규정’ 위반이다. 또 규정 위반 이전에 여당 의원들이 피감기관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국감대책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국회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시중 씨에게 거듭 촉구한다. 더 이상 방통위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말고 당장 물러나라. 다른 방통위원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 정권 아래 방통위가 하고 있는 일이란 게 무엇인가? 정권의 방송장악·언론통제에 앞장서고, 수구족벌신문의 방송진출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일 따위가 방통위의 역할이란 말인가? 이런 방통위는 필요 없으니 차라리 모두 물러나다.
한나라당에게도 경고한다. 피감기관과 미리 ‘입을 맞춰’ 방송장악에 대한 야당의 작은 견제조차 무력화하려는 행태는 실로 졸렬하고 파렴치한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꼼수로 권력을 지탱할 수 있다고 믿는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통제하기만 하면 자신들의 부도덕과 무능을 가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을 기만함으로써 지탱하는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역사임을 한나라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09년 9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