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 남대문 시장 방문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09.9.11)
등록 2013.09.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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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아닌 ‘정책’을 보도하라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뒤, 남대문시장 내 새마을금고 사무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이른바 ‘친서민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왕만두와 꿀타래를 사먹고, 손녀에게 줄 한복과 무화과를 샀다.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감시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편 이날 기획재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쇠고기 등 21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조사하고, 전기료 등 6개 공공요금의 원가를 조사해 2010년부터 공개하겠다는 등의 물가대책을 내놓았다.
그러자 방송3사는 일제히 이 대통령의 남대문시장 방문을 저녁 메인뉴스 앞머리에 배치하고 ‘친서민 행보’를 충실하게 부각해주었다.
KBS <뉴스9>는 세 번째 꼭지 <“물가 안정 최우선”>(이재원 기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 민생과 물가 점검을 위해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며 대통령이 한복 등을 사는 장면, 이 대통령에게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비췄다. 이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가격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며 관련 내용을 언급한 뒤, 대통령과 시장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 장면을 전했다.
바로 이어진 단신 <추석자금 11조원>에서는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가계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중소기업 등에 추석특별자금 11조 원을 빌려주고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근로장려금 5천6백억 원을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는 등의 정부 대책을 단순 전달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다섯 번째 꼭지 <21품목 매일 관리>(박재훈 기자)에서 꿀타래를 파는 상인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꿀타래를 먹여주는 모습, 무화과 값을 받지 않겠다는 상인과 대통령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등을 자세하게 비췄다. 이어 대통령이 “상인들과 함께 설렁탕 식사를 하며 서민 정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며 상인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전했다. “오늘 남대문 시장에는 이 대통령의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인파가 몰려 시장을 가득 메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비상경제대책회의 내용과 정부의 추석 물가대책 등을 전했다.
SBS <8시뉴스>는 세 번째 꼭지 <“추석물가 잡아야”>(손석민 기자)에서 이 대통령이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한복을 구입하고 상인이 입에 넣어주는 꿀타래를 먹는 모습 등을 비췄다. 또 ‘대통령님 사랑해요’라며 하트를 그리고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담았다. 이어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가격담합 등을 엄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정부의 추석물가 안정대책, 서민예산 5,490억 증액 등을 언급했다.
반면 방송3사에서 정부가 내놓은 물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보는 보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식료품 가격이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고, 엥겔계수가 8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고 한다. 집값, 전세값은 치솟고 있다.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으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물가 대책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방송3사는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기 바쁘다.
 
방송3사가 이 대통령의 이른바 ‘친서민 행보’를 띄워주기식으로 단순전달 한 것은 이번 남대문시장 방문 보도만이 아니다.
지난 4일 이 대통령 부부가 장애인 일터 및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방송3사는 이 대통령이 장애인 일터에서 함께 일하고 장애인들과 간담회하는 장면을 비추는데 급급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장애인 지원, 기초장애연금 실시 등을 약속했는데, 실제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송3사가 무관심했다. 기초장애연금의 경우 정부 공청회마저 장애인들의 반발로 무산되는 등 비판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방송3사는 기초장애연금이 무엇인지, 장애인들은 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방송3사가 비춘 것은 그저 ‘장애인을 배려하는 대통령의 모습’ 뿐이었다.
지난달 13일 이 대통령이 인천 강화군의 쌀 가공업체를 방문했을 때도 방송3사의 보도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쌀 가공업체를 방문한 뒤,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쌀 소비를 늘려야 한다”며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쌀을 “저렴하게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농식품부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가공용 쌀값을 30% 인하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풀어 쌀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30%나 저렴한 가공용 쌀이 시장에 나올 경우 쌀값 폭락으로 인한 농가 파산을 우려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메인뉴스를 통해 대통령이 ‘서민 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전하는데 그쳤다.
 
대통령이 ‘서민을 챙기겠다’는데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행보’로 지지도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핵심은 ‘말’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정책이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이 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불안한 시선을 보낸다. 정부가 말로는 ‘친서민’을 내세우는데, 국민들은 ‘친서민 정책’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서민’은커녕 ‘반서민’ 정책의 실체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일례로 정부가 저소득층 학생들의 급식비, 학비지원 등에 쓰일 교육복지 예산을 깎아 영어교육강화 등에 전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7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친서민 선언’에 대해 ‘정책에 별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61.4%나 됐다. 앞선 1일 KDI의 ‘서민생활 안정대책에 대한 국민 의견조사’ 보고서에서도 60.4%가 정부의 서민생활 안정대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벤트성 서민행보’, ‘실효성 없는 서민대책’만 내놓는다면 국민들의 기대는 머지않아 실망과 분노로 바뀔 수밖에 없다. 나아가 ‘부자정권’을 이미지만 ‘친서민’으로 포장해준 방송사들 역시 거센 비난에 부닥칠 것이다.
지금 방송사들의 ‘무비판・시시콜콜 대통령 동정보도’는 방송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져버린 것이다. 제대로 된 방송이라면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는지, 그 정책이 정말 ‘서민’을 위한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것이 ‘친서민’을 내세운 이 정권에게도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길이다. 대통령의 ‘립서비스’를 앵무새처럼 전달하고, 대통령이 재래시장에서 음식을 사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친서민’을 부각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방송사들은 ‘친서민 이벤트’의 들러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이른바 ‘친서민 정책’의 감시자가 될 것인지 지금이라도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끝>
 
 
2009년 9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