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용산참사 편파 재판 관련 방송3사 메인뉴스 보도에 대한 논평(2009.9.2)
등록 2013.09.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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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철거민들을 두 번 죽일 텐가
 
 
검찰 주장 ‘받아쓰기’에 앞장서며 용산참사의 진실을 흐리는데 앞장섰던 KBS가 용산참사 재판마저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1일 서울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용산참사 관련 재판은 이미 파행이 예고되어 있었다. 검찰이 법원의 명령마저 거부한 채 수사기록 3000여 쪽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거민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임했고, 피고인들은 새 변호인 선임을 위해 재판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강행하자 재판을 거부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재판부에 항의해 침묵시위를 벌이다 감치됐고, 나머지 방청객들도 재판 도중 퇴장했다.
용산참사 재판 파행의 근본책임은 검찰에게 있다. 검찰이 공개를 거부한 3000여 쪽에는 용산참사 당시 진압작전을 지휘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간부들과 경찰특공대원들의 진술, 경찰과 용역 사이의 통화내역 조회 기록 등이 담겨 있다. 용산참사의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민 피고인들이 최소한의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핵심인사들의 진술이 담긴 비공개 수사기록이 당연히 공개되어야 한다. 검찰이 관련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야 말로 용산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공정한 재판을 가로막는 처사다.
그러나 1일 법원은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호소를 외면한 채 재판을 강행하는데 급급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방청인원을 제한했으며, 법정에 설치된 CCTV 외에 공익근무요원 2명을 배치해 캠코더로 방청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게 했다. 또 침묵시위를 벌인 일부 방청객들에게 5일 감치 명령을 내렸다.
 
한편 이날 KBS <뉴스9>는 재판이 파행을 빚게 된 배경과 과정은 무시한 채 피고인 측 사람들의 ‘법정 소란’에 초점을 맞췄다.
<법정모독…감치>(노윤정 기자)에서 앵커는 재판장이 “아수라장”이었다고 운을 뗐다. 보도는 시작부터 언성을 높이는 방청객들의 모습을 비췄으며, 이어 감시카메라 설치에 항의한 방청객이 퇴장 당했고, 침묵시위를 벌인 방청객 4명은 감치 명령을 받았다는 등 상황만 단순 전달했다.
재판 파행의 원인인 된 검찰의 수사기록 미공개 사실은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저 변호인단이 사임했다며 “수사기록 공개 없는 재판은 피고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해 사임했다”는 권영국 변호사의 인터뷰를 붙였을 뿐이다.
보도 말미에는 “재판부는 엄정한 법정 질서 속에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불신의 골은 더 깊어만 졌다”며 피고인과 방청객들이 재판부의 ‘호소’를 외면한 것으로 정리했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시뉴스>는 KBS만큼 노골적으로 편파보도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기록 비공개의 문제점 등을 면밀하게 다룬 것도 아니다.
SBS는 <재판 파행>(김지성 기자)에서 재판 진행 과정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보도는 방청객 4명이 침묵시위 벌인 이유가 피고인의 재판 연기 요구를 재판부가 거부했기 때문 이라고 전한 뒤, “재판을 방해 할 목적이 아니라, 변호인도 없이 재판에 임하고 있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대변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 사무국장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그나마 MBC <또 재판 파행>(이혜온 기자)은 앵커멘트를 통해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데 항의해 변호인단이 아예 법정에 나오지 않는 등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기록 비공개 문제를 언급했다. 보도에서도 “수사기록 비공개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잘못된 재판에 협조하는 것”이라는 권영국 변호사 인터뷰를 싣고, 검찰이 “재판 파행의 원인이 되고 있는 3천 쪽의 비공개 수사 기록에 대해 ‘공소 사실과 관련이 없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도는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수사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강행한 것에 대해 “우리는 재판조차 정당하게 받지 못하고 있다”, “국선변호인은 단 한번 와서 용산사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는 유족 측 인터뷰를 실어 재판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철거민들이 숨진 지 7개월이 넘었다. 유족들은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입만 열면 ‘서민’을 내세우는 이명박 정권은 공권력의 살인진압과 철거민들의 죽음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정권이 돌보겠다는 ‘서민’은 도대체 누구인지, 힘없는 철거민들은 이 나라 국민도 아니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힘없는 국민을 이토록 얕보고 짓밟으니 검찰은 수사기록조차 내놓지 않고 버티는 것이며, 법원은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호소를 외면한 채 방청인의 ‘법정 소란’이나 엄벌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참담한 상황이 계속되는 동안 방송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용산참사가 빚어졌을 당시 반짝했던 관심은 곧 사라졌고, 검찰의 수사기록 비공개로 몇 달 동안 재판이 파행을 거듭했음에도 변호인단의 재판거부, 재판 파행 소식 등을 단신으로 찔끔찔끔 다루는 데 그쳤다. 방송3사의 이런 보도행태는 한마디로 직무유기다.
특히 KBS의 보도행태는 이병순 씨가 내세웠던 ‘공정·공익’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KBS는 ‘전철연 배후설’, 전철연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검찰의 수사내용을 받아쓰기하며 검찰 수사에 힘을 실었다. 이번에도 KBS는 ‘법정소란’에 초점을 맞춰 본질을 흐리고, ‘법원과 피고인 측의 불신’만 개탄하면서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재판의 문제점은 외면했다. 이러니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가 1년 만에 급락한 것이다.
힘없는 국민을 거듭 짓밟는 이명박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정권의 잘못을 은폐하고 억울한 국민을 두 번 죽이는 KBS의 뻔뻔한 편파보도 행태도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끝>
 
 
2009년 9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