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 특혜시정 촉구 논평(2009.8.24)
등록 2013.09.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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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편향적 특혜, 시정하라
 
 
방송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조중동과 재벌의 방송진출 길 닦기에 나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이 위법으로 밀어붙인 개정안 이전의 현행 방송법에서는 신문사나 대기업이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지금으로서는 어느 신문사나 대기업이 사업주체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식의 말을 흘려가며 무효임이 분명한 방송악법을 기정사실화하려하고 있다. 또 조중동과 재벌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먹잇감을 눈앞에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 중이다. 게다가 종합편성채널에 이미 주고 있는 특혜도 모자라 추가로 온갖 특혜를 더 달라고 생떼마저 쓰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일보는 8월 11일자 <“종편 채널, 지상파와 경쟁할 수 있게”>라는 기사에서 세제혜택, 광고규제 특혜를 포함한 유리한 채널 번호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 큰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염치도 체면도 모두 내던져버린 한국 최대부수 신문의 노골적인 작태에 낯이 뜨거울 따름이다.
방통위는 더 가관이다. 방통위는 이들을 위해 여러 지원책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두 필경 무효로 귀결될 것이 분명한 헛된 시도일 뿐이다. 국회의 정당한 의사진행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은 헌법재판소의 무효결정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법안자체가 무효인데, 방통위가 신문사들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편성 사업자 선정 운운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방통위가 당장 해야 할 일은 현행 방송법이 갖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법체계상의 모순을 고치기 위해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사회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상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비대칭적 공적 규제 완화’를 지상파와 동일한 수준의 정상적인 공적 규제로 환원시켜야 한다. 방송은 사유화되어서는 안되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적절한 내용의 공적규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상식이 종합편성채널에도 적용되도록 법을 고치는 일이다. 현행 방송법상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에 비해 공적 규제가 훨씬 적어 부당한 각종 특혜가 주어진 사업자이다. 종합편성채널 규정이 2000년에 만들어진 이후 방송위원회가 사업자 선정을 하지 않아서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비대칭적 공적 규제 완화와 각종 부당한 특혜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덮여 있었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주객관적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 80%가 넘는 국민들이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똑같은 유선방송사업자나 위성방송사업자를 통해 시청하게 된 것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은 전혀 다르지 않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비대칭적 공적 규제와 부당한 특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업자 선정의 법적 절차부터가 다르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은 방통위가 ‘승인’하도록 한 반면 지상파 사업은 이보다 까다로운 방통위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프로그램 의무편성비율에서도 지상파는 훨씬 불리하다. 지상파는 국내 제작 프로그램을 60% 이상 내보내야 하는 반면 종합편성채널은 20% 이상만 내보내면 된다. 그만큼 종합편성채널은 값싼 상업적 외국 프로그램을 많이 내보낼 수 있게 열어 놓은 것이다.
방송운영의 재원인 광고제도에서도 종합편성채널에 큰 특혜가 주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프로그램 중간에 내보내는 중간광고이다. 지상파는 광고효과도 훨씬 높고 광고단가도 비싼 중간광고를 못하게 하면서 종합편성채널에게는 허용하고 있다. 광고판매에서도 지상파와는 달리 종합편성채널은 방송사가 직접 판매를 할 수 있다.
부당한 특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의무재전송’ 문제이다. 현행 방송법상 종합편성채널은 의무재전송 채널로 인정되어서 프로그램을 만들기만 하면 모든 지역의 케이블회사가 다 틀어주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것은 MBC나 SBS 등 지상파에게도 주어지지 않는 특혜이다. 오로지 국가기간공영방송인 KBS와 교육방송인 EBS에게만 인정되는 권리이다.
또한 종합편성채널은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지상파는 지역별로 방송사들이 있어서 각 권역별로 사업이 나누어져있다. MBC와 SBS는 서울 권역 방송사이고, 그래서 지역마다 지역 MBC와 지역 민영방송사가 있는 것이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은 전국을 대상으로 방송을 내보낼 수 있게 되어 법적으로만 보면, SBS가 기껏 천만 서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종합편성채널은 전국 5천만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송할 수 있는 부당한 ‘특혜’가 주어져 있다. 또한 지상파의 각 지역 방송사들은 지역 프로그램을 30% 이상 내보내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이는 지역문화와 방송의 지역적 다양성을 창달하고 여론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종합편성채널은 이런 지역 프로그램 의무방송이라는 공적 규제조차 받지 않게 된다. 자연히 지역문화나 방송의 지역적 다양성 및 여론 다양성은 외면하고 돈이 될 만한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할 것이 뻔하다. 또 지상파들은 광고수입을 전국의 여러 방송사들이 나눠야 한다. MBC는 광고수입을 전국의 19개 지역 MBC와 나누고, SBS는 지역 민방들과 나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은 전국에 있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광고하여 얻은 수입을 모두 가질 수 있다. 그만큼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에 비해 많은 광고수입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차별적 규제 상태에서의 종합편성채널사업자 선정은 헌법이 규정한 공정경쟁 질서에도 어긋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자를 마구잡이로 늘려 놓게 되면 채널인지도 등의 어려움을 조기에 만회하기 위하여 느슨한 규제를 등에 업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지상파와 시청률 경쟁을 하리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광고시장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만 늘게 돼 출혈경쟁과 저질경쟁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양보 없는 전쟁으로 모두가 공멸하는 치킨 게임의 양상이 벌어지면서 방송의 공공성 구현은 뒷전이고 오로지 상업적 경쟁으로 값싼 저질 프로그램이 범람하게 될 것이다.
 
방통위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사이에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시도하는 일은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을 수호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방송의 공익성·공공성을 무너뜨리는 일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방통위는 종합편성사업자 선정으로 혼란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방송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적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어떠한 법과 규제체계가 필요한지 논의를 모아갈 할 때이다.
방통위는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악법을 헌법재판소가 심리중인 상태에서 방송법 시행령을 만들거나 종합편성사업자 선정 운운하면서 헌정질서와 헌법재판소를 무시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오만방자한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비대칭적 공적 규제와 부당한 특혜 제도를 바로 잡는 일부터 나서라.<끝>
 
2009년 8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