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우리법연구회 관련 18일자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2009.8.18)
등록 2013.09.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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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한 재판이 그토록 두려운가
 
 
지난 15일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이 개혁적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이라며 판사 125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색깔 공세를 폈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이날 명단을 발표하면서 “과거 군부 내 하나회를 연상시키는 법원 내 사조직을 해체하라”, “신영철 대법관 파동 때 이들은 법원 내부에 반론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체 의견인 양 여론을 몰아가며 신 대법관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연구회 소속 판사가 맡을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단체는 최근 광우병 발언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영화배우 김민선 씨의 사건 심리에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들은 우리법연구회가 구체적으로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객관적 증거는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아무런 구체적 증거 없이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에 기대어 사회적 관심을 끄는 ‘한탕’을 노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에 화답이라도 하듯 조선일보는 오늘자 사설 <우리법연구회 회원 명단 공개해야 마땅하다>에서 “우리법연구회 회원 명단 공개에 대해선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법연구회가 비밀결사 조직이 아니라면 자진해서 명단을 공개해 자신들에게 쏠리는 외부의 의혹의 눈길을 먼저 해소했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원들이 “사법부에 정치와 이념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신영철 대법관 재판 개입 파문 역시 이 조직 소속 법관들이 법원 내부통신망에 잇따라 의혹을 제기하고 궐기를 촉구하고 글을 올려 증폭된 측면이 있다”며 이들이 마치 사법부의 분열을 초래하고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인 양 몰았다. 그러면서 “이념을 지닌 동료 회원들이 무언의 압력과 사조직의 일률적 법 해석이 있다면, 그리고 어떤 법관이 사건을 맡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국민은 재판을 믿을 수 없다”며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에 대한 사법적 불신까지 조장했다. 마치 사적인 조직을 결성하여 특정한 방향으로 재판을 몰고 가는 세력정도로 폄하했다. 색깔공세 뿐만 아니라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할 법관들이 마치 사조직의 일원으로 조직적으로 판결하는 사람들로 몰아갔다.
마치 음습한 비밀활동을 하는 비밀조직인 것처럼 낙인찌기 위해 명단을 공개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교활하고 야비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법연구회는 21년간 활동하면서 이미 명단이 공개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비밀사조직으로 몰아가려면 이들이 어떠한 편향적 판결을 했는지 그리고 조직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무런 근거 없이 수구보수단체의 추악한 색깔론을 그대로 받아 적고 이를 부풀려 나간 조선일보는 역시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상식마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 하게한다.
 
이 연구회 말고도 수많은 판사들의 연구모임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모임만을 문제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법관들이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하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학술활동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한번 법관이 되면 더 이상 법리에 대해 더 고민도 하지 말고 새로운 지식도 받아들이지 말란 말인가? 혹 이모임의 회원들이 이기적 집단행동을 보이거나 조직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가?
 
신영철 대법관 문제만 해도 그렇다. 당시 우리법연구회 뿐만 아니라 전국의 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에 강한 문제를 제기했고, 많은 판사들이 문제의식을 함께해 전국적인 판사회의까지 연 사안이다. 그런데 재판개입과 압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사법부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믿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할 법관이 부당한 재판개입을 비판하지 말고 굴종하라는 것이 조선일보가 틈날 때마다 읍조리는 “할 말은 하는” 자세인지도 묻고 싶다. 사법적 양식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재판간섭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제발 조선일보는 이제부터 언론사를 참칭하지 말아 달라.
조선일보는 신 대법관 재판 사건보도에서 본질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해왔다는 것을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신 대법관의 부당한 재판개입보다는 이메일을 공개한 판사들을 비난하고, 이메일을 공개한 판사의 이름과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며 ‘취조’에 가까운 취재로 ‘이메일 유출’이 문제의 본질인 양 호도했다. 심지어 “법원 일각에선 문제의 판사들이 왜 이메일을 받은 지 3개월도 더 지난 지금에 와서야 특정 언론에만 보낸 것인지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노무현 정권 당시 요직에 임명된 인사들을 다수 배출한 판사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이번 사안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는 전형적인 ‘색깔론’을 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광우병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에게 보석 결정을 내린 박재영 판사를 향해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어떤 법관이 사건을 맡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국민은 재판을 믿을 수 없다”며 우리법연구에 회원들에 대한 불신마저 조장했다. 이는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법관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나아가 사법부 전체의 독립을 부정하고 헌법을 모독하는 행태이다.
조선일보는 사법부의 독립을 유린한 신영철 재판관에 대해서는 ‘신속한 재판 촉구’라고 감싸고 돌기에 급급하더니 사법부 내의 연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 대해서는 보수단체의 색깔 들씌우기에는 힘을 실어주고 있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작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를 훼손한 집단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인가.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그토록 두려운가? 사법부의 양심을 지키겠다는 우리법 연구회 회원들이 그토록 눈에 가시인가? 아무리 여론재판, 마녀사냥으로 양심적 판사들을 사법부에서 몰아내겠다고 음해를 하면 할수록 국민들은 오히려 조선일보를 이 땅에서 추방하려 할 것임을 똑바로 알라. <끝>
 
 
 
2009년 8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