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서울중앙지법의 정연주 전 KBS 사장 무죄 판결에 대한 논평(2009.8.18)
등록 2013.09.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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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KBS 장악, 사법부의 심판 받았다
 

오늘(18일) 서울중앙지법은 세금 소송을 취하해 회사에 손해를 준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피고인이 경영적자로 말미암은 퇴진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1심에서 승소한 조세소송이 상급심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큼에도 KBS의 이익에 반하는 조정을 강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정연주 전 사장은 2005년 6월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1심에서 이기고 항소심을 진행하던 중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 원을 환급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 전 사장을 적자를 메우기 위해 KBS에 1천 892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정연주 전 사장의 혐의는 벗겨졌고 방송장악을 위해 권력의 충견이 된 검찰의 추한 몰골만 드러나게 되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방통위·감사원·검찰 삼각편대 전위대들의 무리한 충성경쟁의 부당함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이미 정연주 전 사장을 축출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도 법원은 부당하다는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이명박 정권은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학교 측에 압력을 넣어 신태섭 전 KBS이사를 교수직에서 해임하고 그것을 근거로 다시 KBS이사에서 해임하는 치졸한 코미디를 연출했지만 부산고법은 신태섭 교수를 학교에서 해임한 것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재판부는 신 교수 후임으로 정권이 내세운 강성철 교수의 KBS 이사 임명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들의 의미는 신 교수가 해임되고, KBS 이사로서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 잘못됐고, 따라서 당연히 후임이사인 강성철 이사의 임명도 무효이며 이사회의 정연주 전 사장 해임제청안도 불법이라는 의미로서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과정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사필귀정이다. 아무리 이명박 정권이 검찰과 권력의 하수기관을 앞세워 방송을 장악하려 하지만 그 불법성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일단 장악만 하면 모든 것이 권력의 뜻대로 될 줄 알지만 어림없다. 이미 국민들은 KBS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사법부는 권력에 의한 방송장악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제 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니 불법을 자행한 방통위 그리고 권력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은 마땅히 이에 대한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먼저 검찰은 겸허히 자신들의 잘못을 사죄하고 재판결과를 받아들여라. < PD 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리한 기소, 조중동 광고기업불매운동에 대한 탄압 등 언론 탄압을 즉각 멈춰라.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누가 무리한 기소와 수사지시를 내렸는지도 밝혀라. 아울러 권력에 아부하며 정치 검찰 노릇에 앞장선 자들과 명령을 내린 검찰 지휘부에 대해 응당한 문책을 하라. 그것만이 검찰이 조금이라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사죄와 반성이 없으면 국민들이 검찰 개혁에 나서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
 
이명박 정권에게도 다시 한 번 강력 경고한다.
이제라도 권력 기관을 앞세워 방송을 장악하려 했던 잘못을 사과하라. 그리고 말로만 아니라 실제로 방송 장악을 완전히 포기하라. 방송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건강한 교양과 문화를 창달하고 합리적인 여론 형성에 필요한 논의의 마당이 되게 하라.
그 첫 단추는 KBS 이사 임명이다. 밀실에서 권력의 홍위병들로 KBS 이사회를 구성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에 대한 투철한 철학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하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치적 해바라기들을 앞세워 KBS를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면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이 더 이상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무능한 정권이지만 더 이상 방송 장악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끝>
 
 
 
2009년 8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