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1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고시 유지 결정에 대한 논평(2009.8.12)
등록 2013.09.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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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신문고시 더욱 철저하게 적용하라
 
 
오늘(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를 통해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유형 및 기준’(이하 신문고시)을 존속시키기로 했다. 3년 후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장치인 신문고시가 유지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신문고시는 신문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시장질서 파괴, 여론다양성 파괴, 마이너 신문의 몰락 등을 막아내는 ‘마지노선’ 역할을 근근이 하는데 그쳤다.
신문고시가 엄연히 있었지만 단속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조차도 “신문시장의 과도한 경품제공 및 무가지 살포가 만연”하다고 고백했듯이 신문시장의 불법·탈법행위는 위험수위를 넘었다. 실제로 지난 6월, 7월 우리단체가 실시한 ‘신문고시 준수 실태조사’에서도 조중동 지국 90곳 중 89곳이 신문고시를 어기고 있었다. 심지어 무려 30만원이 넘는 무가지와 경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쯤 되면 거대신문사들이 돈으로 독자를 매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신문시장이 불법·탈법으로 얼룩지게 된 일차적 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
단속근거인 신문고시 폐지를 운운하는가 하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중동의 불법 판촉 행위를 방관하고, 신문고시를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동조해왔다. 직권조사 등 신문고시 위반 사례를 단속하는 수단들이 있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마냥 손을 놓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불법경품신고를 해도 까다로운 절차 등을 들먹이며 불법 판촉에 대한 제재를 미루곤 했다. 숱한 불법판촉행위를 목격했을 텐데도 적극적인 단속의지를 보인 적이 없고 신고요건을 갖추어 신고를 하면 마지못해 단속흉내를 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아예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신문고시 폐지 등이 발언을 하니 담당자가 단속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단속기관인 공정위가 앞장서서 신문고시 폐지 운운해 신문시장을 혼란에 빠지도록 방조한 책임이 있다.
 
뒤늦게나마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신문고시가 신문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 유지에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전원합의로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신문고시의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신문고시의 유지만으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오늘 결정의 취지와 정신을 살리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본격적인 업무는 이제부터이다. 고시라는 허울만 두고 실제로는 이를 집행할 의지 없이 방치한다면 스스로 직무유기하는 꼴이 될 것이다. 시민들과 독자들의 신고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고시위반 혐의가 있으면 직접 직권조사를 통해 단속하고 엄격히 고시를 적용하여야 한다. 신문고시의 취지는 신문들이 자본력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논조와 보도의 깊이를 통해 경쟁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권력화한 거대 신문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로지 본연의 임무를 다한다는 각오로 시장질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끝>
 
 
2009년 8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