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장악, ‘구본홍 미수’로도 모자라나
이명박 정권이 ‘낙하산 사장’ 구본홍씨 대신, YTN 출신 배석규 사장대행을 앞세워 다시 ‘YTN 장악’에 나섰다.
10일 YTN 배석규 사장 대행이 단체협약에 규정된 ‘보도국장 추천제’의 폐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동시에 ‘보도국장 추천제’로 선임된 정영근 보도국장을 전격 교체했다. 또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해고’에 준하는 ‘대기발령’ 명령을 내렸다.
우선, 배 대행이 자행한 일련의 조치들은 YTN의 독립성, 비판기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YTN은 지난 2002년 10월 체결된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보도국원들의 선거로 보도국장을 추천해왔고, 이에 따라 지난 6년 10개월 동안 8번의 선거를 치르는 등 방송독립을 보장하는 전통과 관행으로 자리 잡아 왔다. 더욱이 보도의 생명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보도국장 추천은 경영진이 임의로 보도국장을 임명하지 못하게 함으로서 불완전하나마 보도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장치역할을 해왔다. 임기를 보장하는 취지도 그렇다. 언론이 권력의 외압이나 경영의 논리에 휘둘리게 된다면 언론으로서 감시자 비판자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이런 제도를 배 대행 측이 “회사가 지금까지 보도국장 추천제 선거를 실시해 온 것은 노사 화합을 위해 경영자의 인사권을 일부 제한한 기형적인 조치”라고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순순히 수긍하겠는가? 오히려 권력의 의중을 받드는 배 대행이 ‘보도국장 추천제’부터 없애겠다고 나선 것만 봐도 이 제도가 ‘보도의 독립성’을 유지해 온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임장혁 <돌발영상> PD의 대기발령 조치 역시 YTN의 비판기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돌발영상>은 최근에도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경찰의 폭력 진압을 다룬 “경찰을 위한 항변”을 내보내 화제를 모았고, 미디어법 처리, 대통령의 발언 등을 소재로 성역 없는 비판과 풍자를 보여주었다. <돌발영상>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진실이 되었다. 배 대행이 임 팀장을 대기발령한 것은 <돌발영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권력자의 의중을 반영한 ‘충성’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배 대행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돌발영상은 공정성을 잃었으며 지난 7일자 돌발영상은 쌍용차 경찰 진압의 일방적 행위만을 담아 악의적으로 제작했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또한 배 대행 측은 이번 조치들을 발표하며 사규, 단체협약 규정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마치 ‘합리적 조치’인 양 포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7년 가까이 유지되어 왔던 단체협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1년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보도국장마저 교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임 PD 대기발령 조치 역시 ‘노조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한 단체협약 22조를 어긴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 절차까지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배 대행이 단체협약마저 무시하며 자행한 월권행위는 정권의 앞잡이임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낙하산 사장’ 구본홍 씨가 사실상 문책성 경질을 당하자, 배 사장대행이 ‘구원투수’를 자청하며 권력에 충성하고 나선 것이다. YTN을 장악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던 세력들에게는 저절로 입이 벌어질 일이다. 배석규 대행이라는 내부의 충성분자를 앞세우니 구본홍 씨처럼 낙하산 논란도 없고, 전광석화처럼 방송을 장악 할 수 있어서 1년 넘게 끌던 골치 아픈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었다고 흐뭇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YTN 노조원들의 공정방송을 향한 열망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또 YTN보도와 <돌발영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모르고 저지른 짓이다. 공권력을 앞세운 온갖 탄압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투쟁해온 YTN 노조다. 권력의 비호를 받고 내려온 낙하산 사장도 결국은 장악하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던 사실을 똑똑히 상기해보라. 배 대행이 개인적 욕심 때문에 섣불리 공명심과 충성심을 보이다가는 지금 그 자리마저 보전 못 할 것이다. 직무대행이 할 일은 방송에 대한 철학이 있고 공정보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사람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YTN 사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에나 충실할 것을 다시 한번 충고한다.
정권도 MBC를 비롯한 방송 장악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YTN 장악을 꿈꾸지 말라. 언론악법 강행처리 이후 착착 예정된 수순대로 방송을 장악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YTN을 방송장악의 시금석으로 삼겠다고 또다시 무리수를 둔 다면 뒤탈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미 낙하산 사장 구본홍 씨를 통한 ‘YTN 장악 시도’가 권력의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 방송장악 음모만 드러낸 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YTN 노조가 공정방송사수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는지를 기억하기 바란다. <끝>
2009년 8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