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8월 7일 쌍용자동차 관련 주요 신문 사설에 대한 논평(2009.8.7)
등록 2013.09.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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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쌍용차 정상화에 재 뿌리지 마라
 
 
쌍용자동차 사태가 대타협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 3명의 중상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더 큰 불상사가 발생하기 전에 사태가 해결돼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노사가 합심해 공장 정상화와 회생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할 때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제라도 쌍용차 회생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늘 자 주요 신문들은 쌍용차 사태 해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짚는 사설을 내보냈다. 그런데 쌍용차 회생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노조 때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쌍용차 회생에 부정적인 조건만을 부각하며 쌍용차 정상화 노력에 재를 뿌렸다.
 
조선일보는 <쌍용차 노조 그대로 두고 회사 장래 없어>에서 노사 대타협이 “‘전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화염병과 ‘사제 볼트 대포’ 등으로 극렬 투쟁을 벌여왔던 노조가 사실상 무릎을 꿇은 결과”라며 쌍용차 노조의 대승적 결정을 폄훼했다. 이어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을 거론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생산을 정상화하기도 어렵고 설령 정상화되더라도 판매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청산’을 기정사실화 했다.
조선일보는 노조 때리기도 잊지 않았다. 사설은 “무엇보다도 쌍용차를 이 지경으로 몰아간 노조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그 책임을 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그래서 해서 이제까지의 쌍용차와는 전혀 다른 깨끗한 쌍용차로 다시 태어나야만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사설은 더 가관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쌍용차노조식 막장파업, 이젠 사라져야>에서 이번 파업으로 “3000억 원 이상의 생산차질을 빚었고 브랜드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며 그 책임이 “강성 노조의 무모한 파업과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비롯한 외부세력의 부추김”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폭력행위를 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한 노조원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 “정부는 법을 무시하고 억지와 폭력에 의존하는 시대착오적 파업이 더는 통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쌍용차 노조에 대한 본보기식 법집행에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일보는 <쌍용차 불상사 막아 다행…경제피해 최소화 힘쓰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뒤늦게나마 상호 양보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낸 쌍방의 지혜가 돋보인다”며 대타협의 의미를 풀이했다. 사설은 또 “기업 구조조정에서 빚어진 노사분규가 사회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쌍용차 문제로 분열된 민심을 봉합하는 데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해 일방적인 노조 때리기에 나선 조선·동아일보와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사설은 법원과 채권단이 청산을 결정하면 무리수를 둬선 안 되고 “신속히 청산절차를 밟아 국내외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고 추가 피해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성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설 <쌍용차 회생에 정부·채권단 적극 지원을>에서 “정부와 채권단도 지금까지의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 쌍용차 회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도 이미 농성자들이 자진 해산할 경우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쌍용차 정상화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형사처벌 대상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쌍용차 노사 대타협, 회사 회생 발판 되기를>에서 “노사는 이제 아픈 상처를 안고 회사 회생이란 공동 목표를 향해 달려갈 일만 남았다”며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어 사설은 정부와 사측이 농성자들에게 보인 비인도적 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농성장에 “음식과 식수는 물론 의약품·가스·전기까지 공급을 끊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무자비한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정부도 “적극적인 조정·중재 노력은 커녕 공권력 뒤에 숨어 뒷짐만 지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겪으면서 공권력을 동원한 진압이 해법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권력에 의한 사태 해결은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으로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할 것이 뻔하고 그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수신문들은 늘 노동자들의 파업에 반대 여론을 부각하는가하면 ‘불법’으로 낙인찍어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매번 반복되는 보도 행태들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잘못된 여론을 형성해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데 일조해 왔다. 물론 이번 쌍용차 관련 보도에서도 예외 없이 반복되었다.
더군다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태가 종결되자마자 ‘엄정한 법집행’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회생의 첫 발을 내딛은 쌍용자동차 노사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부정적 상황만을 열거하며 ‘청산’에 무게를 싣는 등 ‘고춧가루 뿌리기’에 여념이 없다. 도대체 조선·동아일보가 주장하는 ‘엄정한 법집행’이 쌍용차 회생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노사와 노동자들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 쌍용차의 회생은 쌍용차 사원들뿐만 아니라 수만 명의 협력업체와 그 가족의 생계,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삶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보수언론이 남의 일이라고 아무렇게나 무책임하게 ‘청산’이나 ‘엄정한 법집행’을 거론할 일이 아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들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해보았는가. 오로지 한달 한달 주어지는 월급 통장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에게 정리해고가 어떤 의미인지나 아는가. 기득권에 빌붙어 그들을 대변자 노릇을 해주고 사는 신문이 이들 노동자들의 삶을 이해나 하는가. 노동자들이 좋아서 물도 음식도 심지어는 의약품조차 끊어지고 최루액이 쏟아지는 전쟁터 같은 농성장을 선택했다고 믿는가. 쇠파이프와 방패에 찍히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첨단 진압장비로 중무장한 살인적 공권력 앞에 맞서는 이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자 어떻게든 함께 살아보려고 매달리는 우리의 살가운 이웃들 아닌가.
노동조합의 파업을 비판하려거든 파업이 일어나게 된 구조적 원인과 책임소재라도 밝혀 독자들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최소한의 판단자료도 제공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파업만 벌어졌다고 하면 정부나 사측의 ‘선동지’로 전락하는 신문을 언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끝>
 
 
 
2009년 8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