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이사 선임에 대한 논평 (2009.07.31)한나라당측 이사로는 ‘이사장 사전 내정설’이 나돌았던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남찬순 고대 초빙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문재완 외대 법과대 교수, 차기환 변호사 등 친여 인사 6명이 선임됐다고 한다.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 신청부터 개입했으며, 이사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특정 인사의 선임을 이미 ‘밀실’에서 결정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27일 이민웅 ‘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의 대표가 방문진 이사 지원을 철회하며 “27일 오후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으로부터 ‘아무개 명예교수를 방문진 이사로 모실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폭로했을 때만 해도 ‘공모’를 위장한 사기극이 들통이 난 이상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으면 밀실결정을 중단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그동안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는 방문진을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공영방송이사추천위원회 구성, 심사기준 및 자격조건 공개 등을 요구해왔지만 방통위는 구체적인 인선기준 등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가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른 이사선임을 발표해 버린 것이다. 이번 이사선임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방송을 정치권력의 전리품으로 챙겨 논공행상을 했다는 것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이 밀실로 결정된 과정도 문제이지만 선임된 인사들의 자질과 성향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들은 정권의 코드에 맞춰 MBC의 ‘정부비판’을 꼬투리 잡아 좌파방송으로 공격하고 매도하는데 앞장서온 인사들이다.
김우룡 석좌교수는 사회적 논의 기구로 출범했던 미디어위원회의 한나라당측 위원장이었고, 최홍재 사무처장, 문재완 교수 역시 미디어위 위원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주문에 따라 ‘언론악법’ 정당화와 홍보에 앞장서 왔다. 또한 김광동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 정무분과위 전문위원을 지냈고, 차기환 변호사는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이들에게서는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도 찾아볼 수 뿐더러 방송은 그저 ‘시장의 논리’에 따른 상업적 기관일 뿐이다. 이들이 정권과 여당의 주문에 따라 MBC를 장악하고 더 나아가 민영화를 하는데 앞장 설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의 지금까지 행태로 보건대 이명박 정권의 ‘친위대’로서 정부여당의 방송장악을 위한 점령군 또는 행동대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이들은 또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한 이른바 “MBC의 정명”을 하기 위해 총대를 맬 것이 뻔하다. 그동안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조중동 방송’을 위해 언론악법을 통과시킨 뒤, 다음 차례로 방문진 이사를 ‘친MB’ 인사들로 교체해 MBC를 장악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되어 왔다. 이번 발표된 인사들을 보면서 그러한 시나리오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은 겉으로는 “어떤 정권도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립서비스를 해왔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불도저처럼 방송장악을 위한 행진을 멈추지 않고 실행해왔다.
이명박 정권과 그 충실한 전위대인 방통위에 경고한다.
방문진 이사 선임을 통한 MBC 장악 시도를 즉각 멈춰라. 김우룡 교수를 비롯하여 공영방송에 부적합한 인물의 이사선임을 철회하고, 정치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으며 공영방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인사를 투명한 절차를 거쳐 다시 선임하라. 만약 이명박 정권과 방통위가 끝까지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점령군을 통해 MBC를 권력의 품에 넣으려고 한다면 MBC 장악은커녕 더 큰 댓가만 치르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말 그대로 어떤 정권도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에라도 방송장악의 헛된 꿈을 버리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