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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논평(2009.7.23)
등록 2013.09.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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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SBS 눈에는 ‘의회쿠테타’ 안보이나
 
 
22일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변칙 처리하는 의회쿠데타를 자행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싼 채, 법안에 대한 설명도 토론도 없이 불과 30여분만에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등 언론악법과 재벌의 은행소유를 가능하게 하는 또다른 악법인 금융지주회사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게다가 처리 과정에서 위법이 난무했다. 의장석 주변을 떠나지 않았던 한나라당 의원들,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한 의원들까지 투표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리투표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인터넷과 언론에서는 대리투표의 구체적인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위법은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를 종결한 뒤, 투표참여 인원이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음에도 재투표를 감행한 것이다. 엄연히 국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일사부재의의 원칙까지 무시한 폭거이며, 따라서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처리는 원천 무효다.
그러나 KBS·SBS는 22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 언론악법의 내용 등을 제대로 비판하기는커녕 교묘하게 힘을 실어주었다.
 
KBS는 첫 꼭지 제목을 <‘미디어법’ 몸싸움 속 ‘통과’>(김덕원 기자)라고 달아 언론악법이 ‘통과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리고는 <계파 간 ‘사전 조율’>(김지선 기자)에서는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와 자유선진당이 ‘의견 조율’을 했다고 보도하며 날치기 처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대리·재투표 공방>(김범용 기자)에서도 방송법 재투표와 관련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상반된 주장을 나열한 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국회사무처의 입장을 덧붙여 처리 과정의 정당성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KBS는 언론악법의 내용조차 제대로 분석·비판하지 않았다. <신문·방송 겸영 가능>(김기현 기자)은 유명무실한 ‘시청 점유율 30%’ 사후 규제장치 등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신문의 불법경품 금지 및 발행부수와 유가판매부수 공개 의무화 등을 언급하며 “신문사의 투명성이 크게 강화되는 전제아래 조·중·동 이른바 대형 보수신문사, 대기업의 방송 진출길이 열리면서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BS도 <“불가피한 선택”>(김영아 기자)에서 ‘국민에게 송구하다’면서도 “소수의 폭력 때문에 정상적인 표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주장을 비중 있게 실었다. <재투표 논란>(김윤수 기자)에서는 방송법 재투표 문제만 다뤘는데, 여야 ‘논란’으로 다루며 ‘법적 하자 없다’는 국회의사과의 주장을 전했다. 대리투표 문제는 앵커가 “대리투표 의혹”이 있다고만 언급했을 뿐, 보도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언론악법의 내용을 다룬 <방송참여 허용>(남승모 기자)에서는 ‘구독률 20% 이상 신문의 방송진입 금지’, ‘시청점유율 30%’ 등 유명무실한 규제조항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신문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규정을 담았다고 평가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MBC는 다른 두 방송사가 ‘언론악법 통과’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첫 꼭지부터 방송법 표결 과정의 위법 사실과 대리투표 의혹 등을 주요하게 전해 차이를 보였다.
또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비판했다. <여론 독과점 우려>(장준성 기자)에서 지난 2006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은 신방겸영금지 조항까지 폐지됐다고 비판했다. <‘공룡 미디어’>(이정신 기자)에서는 6% 안팎의 지분으로 삼성을 지배하는 이건희 회장의 사례를 들며 “사실상 한나라당의 방송법은 조중동 방송-재벌 방송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다른 방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종합편성채널 지분 30% 허용’의 문제점을 보도했으며, ‘시청점유율 30%’ 규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이라는 점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KBS와 SBS는 이번에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의 변칙처리·위법 사실조차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두 방송사의 이런 보도행태를 보면 한나라당이 왜 그렇게 언론악법을 통과에 목을 매는지 이해가 간다. 정권의 청부사장이 들어앉은 이후, KBS가 지금 어떻게 추락했나? 공영방송이라면서도 언론자유, 여론다양성을 훼손하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마저 뒤흔들 언론악법의 문제점조차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식물 언론사’, 허울뿐인 공영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여 온 SBS에 대해서는 더 말 할 가치조차 없다. 그러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그들을 비호할 ‘조중동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골적으로 나선 것 아닌가? 그리고 공영방송법 등을 만들어 ‘그나마’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고 있는 MBC마저 자신들의 휘하에 두겠다고 날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KBS와 SBS는 명심해야 한다. 언론악법은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벌방송·조중동 방송이 들어선 뒤에도 지금처럼 지상파, 공영방송 ‘프리미엄’이 유지되리라 생각한다면 그거야 말로 큰 착각이다. 특히, 공영방송 KBS는 각성하고 반성하라. 지금 KBS가 가장 바라는 ‘수신료 인상’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비위만 맞춘다고 얻어지는 ‘떡고물’이 아니다. 수신료는 정권이 아니라 국민들이 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KBS가 국민을 배반하고 정권에 굴종한다면, 그런 공영방송을 위해 기꺼이 수신료를 올려 줄 국민들은 많지 않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게도 다시 한번 경고한다. 권력의 힘을 믿고 이렇게 거듭 국민들을 무시한다면, 국민들도 더 이상 참지만은 않을 것이다. 조중동 신문과 조중동 방송이 있다고 해도, 언제까지고 국민들을 속을 수는 없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억누른 정권이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는 역사에서 거듭 증명되지 않았는가? 지금이라도 위법적 언론악법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참회하길 바란다.<끝>
 
2009년 7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