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방송산업 통계 조작에 대한 논평(2009.7.7)
등록 2013.09.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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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보고서 조작의 진상을 고백하고
한나라당은 언론 악법 즉각 폐기하라
 
 
국책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방송산업 통계 조작과 날조사실에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한나라당이 강행하는 언론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내세웠던 근거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다.
KISDI는 지난 1월 발간한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방송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생산유발효과는 2조 9,000억원, 고용 유발효과는 2만 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하였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를 근거로 언론악법을 미디어산업발전법이라며 국민을 호도해왔다.
 
그런데 그 근거가 되는 보고서의 내용이 엉터리 통계로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KISDI는 ‘우리나라의 2006년 GDP 중 방송시장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 2006년 우리나라 GDP를 8,880억 달러에서 1조 2949억 달러로 부풀렸다. 우리나라 방송시장이 규제 때문에 다른 나라만큼 성장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 대비 방송시장 비율이 선진국 평균 0.75%에 못 미치는 0.68%라는 엉터리 수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부풀린 GDP 수치를 바로 잡으면 우리나라 GDP 대비 방송시장 비율이 0.98%로 선진국 평균을 훨씬 넘어선다. 선진국은 규제완화를 통해 방송시장이 성장했으니 우리도 규제완화를 하면 다른 OECD 국가만큼 우리나라 방송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 보고서가 거짓자료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허위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영국의 사례를 들먹이면서 영국 방송시장규모도 부풀렸다. 연구진들은 2005년 영국방송시장이 124억 100만 파운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통계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규제완화의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통계조작을 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이유이다. 2005년 통계도 엉터리일 뿐 아니라 2006년, 2007년에는 GDP에서 방송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90%, 0.89%로 오히려 줄었다. 즉 영국방송산업의 규모자체는 증가하고 있지만, GDP대비 비율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규제완화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2006년이나 2007년 통계를 의도적으로 빼버린 의혹이 짙다. 2006년, 2007년 자료가 있는데도 분석에서 빼버린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불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조작을 한 것이다. 
 
이렇게 통계 조작이 드러났는데도 KSDI는 오히려 거짓해명만 하고 있다. 2006년 한국GDP 통계 수치의 출처는 공신력 있는 유엔 산하 ITU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한국은행, 세계은행, IMF, UN, OECD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통계를 모두 외면하고 ITU자료를 인용한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그런데 더욱 놀랍게도 ITU조차 홈페이지에 한국의 GDP가 8,880억 달러로 나와 있어 그들의 해명조차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거짓 해명이 오히려 그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KISDI는 1조 2천 949억 달러는 ITU가 유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통계DB에 근거한 ‘정확한 수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상으로 판매한 자료의 구체적 내용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유료자료를 어떤 과정을 통하여 얼마를 주고 구입했으며 왜 이렇게 엉터리 자료를 인용했는지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자료와 일치하는 ITU 홈페이지의 자료는 외면하고 ITU자료를 돈을 주고 구입해서 인용했는지도 도대체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GDP 중 방송산업의 시장비율이 낮게 나온 것은 구 방송위원회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나와 있는 통계를 인용해서 그렇다고 설득력 없는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시장비율이 낮게 나온 것은 GDP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또한 2005년 영국방송시장규모는 124억파운드라고 주장했다가 통계 조작이 지적되자 117억파운드라고 정정하면서도 정작 KISDI는 애초 자신들이 발표한 124억 파운드라는 숫자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해명이 없다. 오히려 “규제개혁이 방송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1998년 0.86%에서 2005년 0.96%로 꾸준히 증가하게 만들었다는 결론에는 차이가 없음”이라고 우기고 있다. 한마디로 통계수치는 조금 오류가 있지만 결론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2001년 0.96%, 2002년 0.95%, 2003년 0.94%, 2004년 0.96%로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규제완화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결론을 짜맞추기 위해 시장규모를 124억파운드로 근거 없는 수치를 내세워 1.01%로 조작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06년, 2007년은 오히려 0.90%, 0.98%로 비중이 줄어들어 “꾸준히 증가”라는 그들의 해명조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KISDI는 2006년에 BBC가 시청료 계산법을 바꿔서 데이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료를 쓸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더 뻔뻔스러운 것은 KISDI가 사과와 진상고백은커녕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국책기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란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바로 그들이 자료와 통계를 날조함으로써 국책연구기관의 신뢰와 명예가 땅에 쳐 박히고 거짓자료에 근거해 언론악법의 필요성을 강변하게 해 온 나라를 혼란이 빠뜨리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거짓이 들키자 그것을 감추기 위해 더욱 반발하는 체하는 기관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는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조작할 만큼 담대하지도 비윤리적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누군가의 압력이 있었다고 추론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공정하고 신뢰 있는 연구를 진행해야할 국책기관이 정치적 들러리를 서는 현실에 대해서 분노를 느낀다. 국민들의 혈세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을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경제적 효과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강행하려던 언론악법의 제정 근거가 이제 다 허위로 드러났다. 아무리 엉터리 보고서를 만들게 하고 이를 토대로 여론을 호도하려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제라도 언론악법 강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보고서가 조작되어온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라. 누가 어떠한 의도로 엉터리 보고서를 만들게 하고 어떻게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거짓 없이 밝혀라. 연구원에게만 책임을 돌리지 말고 뒤에서 거짓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세력과 조작의 진상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라.
국민 반대를 무시하고 언론악법이 필요한 근거라고 내세웠던 방송 산업성장과 고용창출 효과가 거짓임이 드러난 이상 한나라당은 언론악법을 즉각 폐기하라. <끝>
 
 
2009년 7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