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고시 폐지 검토’에 대한 논평(2009.6.23)
등록 2013.09.25 14:24
조회 287
조중동 위해 신문시장을 ‘끝장’ 낼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신문시장마저 회복 불능의 상태로 망가뜨릴 작정인가?
오늘(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 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개정이 없었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규제를 일단 폐지하고 존치 여부를 검토하라는 총리실의 지침에 따라 신문고시 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8월23일까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문고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라는 의견이 있다”며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호시탐탐 신문고시 무력화를 노려왔다.
지난해 4월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신문고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시민사회단체, 언론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공정위는 “어떤 방향도 정해진 게 없으며 폐지라고 말한 적도 없다”며 수습했다. 그러면서도 공정위는 이른바 ‘법령선진화추진단’을 구성해 신문고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신문고시를 폐지하거나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문화부는 ‘신문의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현행 구독료의 8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즉, 무가지와 경품의 허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 사실상 신문고시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명박 정부는 ‘여론 떠보기’와 ‘꼼수’로 신문고시 폐지의 분위기를 띄우더니 결국 오늘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신문고시 폐지”를 노골적으로 들고 나왔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백용호 공정위원장은 21일 국세청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나만큼 MB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고 호언했던 인물이다. 공정위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권에 충성을 증명하고, 조중동에게 ‘선물’을 안겨주겠다는 것인가?
이른바 “공정위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는 신문고시 폐지의 논리는 더할 수 없는 직무유기다. 지금 신문시장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공정위 직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중동은 5만원에서 10만원에 이르는 백화점 상품권, 현찰로 소비자들을 매수하면서 신문시장을 파탄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5·16일 우리단체가 실시한 ‘신문고시 준수 실태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조중동 지국 90곳 중 89곳이 신문고시를 어기고 있었으며 30만원이 넘는 무가지와 경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1년 구독료 18만원인 신문을 팔기 위해 30만원이 넘는 경품을 주는 이런 시장에서 ‘공정거래’, ‘시장질서’ 이런 말들은 그야말로 공염불이다. 그런데도 공정위 관계자라는 사람들은 신문시장 파탄에 책임감을 느끼기는커녕,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규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 운운하면서 신문고시를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신문 값보다 더 비싼 경품을 미끼로 소비자를 매수하는 ‘메이저신문’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것인가? 또 경품살포를 단속하는 최소한의 규제마저 “불필요하다”는 공정위는 ‘공정거래’라는 간판을 달 자격이 있는 기구인가?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조중동 불법경품에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뜻이자 ‘마음 놓고 신문시장을 유린하고 독식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아무리 정권과 조중동이 두렵다 해도 이렇게까지 조직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정위 직원들은 일말의 책임감과 자존심도 없는 집단인가?
 
신문고시는 쓸데없이 만들어진 규제가 아니다.
신문시장의 과열 경쟁은 거대족벌신문의 시장질서 파괴, 여론다양성 파괴, 마이너 신문의 몰락 등을 불러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문고시가 없었던 시절 조중동 지국들 사이의 과열 경쟁은 수많은 폭력사건을 초래했고, 심지어 1996년에는 끔찍한 살인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신문고시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오직 신문고시가 조중동의 판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눈앞의 현실만으로 ‘신문고시 폐지’를 밀어붙인다. 만의 하나 신문고시가 폐지되고 지국들의 경품살포를 단속하던 ‘마지노선’이 무너진다면 신문시장에서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지 모른다.
이명박 정권에 거듭 경고한다.
조중동에게 ‘경품 살포의 특혜’를 주는 신문고시 폐지 추진을 중단하라.
이명박 정권이 끝내 신문고시 폐지를 밀어붙인다면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됨은 물론 신문시장의 파국이 결국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의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끝>
 
2009년 6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