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검찰의 < PD수첩> 제작진 불구속 기소에 대한 논평검찰은 브리핑에서 제작진들이 ‘왜곡보도로 민동석 협상대표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 PD수첩>이 의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왜곡했다는 증거로 김은희 작가가 지인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의 일부분을 공개하는 극심한 사생활 침해를 저질렀다.
검찰이 개인의 메일을 공개하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주장이란 ‘김 작가의 메일을 통해 그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고, 이는 곧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의 < PD수첩> 제작진 불구속 기소 처분이 발표되기 무섭게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이 총체적으로 왜곡·조작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제작 과정상 단순 실수가 아니라 제작진이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갖고 진실을 바꿔치기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 PD수첩> 수사가 정권 차원의 비판언론 탄압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전문가들과 법조계 인사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공직자 명예훼손’이라는 기상천외한 죄목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을 거세게 비판했다. 수사팀을 맡은 검사까지 ‘제작진을 기소할 수 없다’며 사퇴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이 정권은 수사팀을 새로 꾸리고 제작진을 차례로 체포하더니 결국 5명을 기소했다. 정권을 비판하면 끝내 ‘쓴맛’을 보여주겠다는 치졸하고 반민주적인 정치탄압이다.
검찰이 주장한 < PD수첩>의 오역은 쇠고기 협상의 졸속성과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적한 프로그램의 전체 취지와 핵심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오역’을 문제삼아 시사프로그램을 형사처벌 하겠다는 것은 언론의 비판과 감시기능을 틀어막겠다는 발상이다. 앞으로 어떤 언론들이 자유롭게 정부정책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권은 지금 자신들이 비판언론 탄압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각계각층에서 ‘민주주의 회복’,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아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인식하게 되는 핵심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언론탄압’과 ‘표현의 자유’ 위축이다. 이 와중에 <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는 정권의 집요한 언론탄압 행태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겠는가? ‘소통불능 정권’이자 ‘반드시 심판해야 하는 정권’임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꼴이다.
‘이명박 정권이 시키면 한다’는 게 대한민국 검찰의 지향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이 영구집권이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 때, 검찰은 자숙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검찰은 이명박 정권의 뜻을 충실하게 따라 제작진 5명을 기소했다.
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혐의 흘리기’, ‘모욕주기 수사’로 그토록 비난을 받았음에도 또 다시 제작진의 개인적인 이메일 내용까지 공개하는 비정상적인 수사 행태를 보였다. 인권 따위는 아랑곳 없이 그저 ‘목표’를 정해놓고 꿰어 맞추기 수사를 하는 게 ‘MB 검찰’의 특기인 모양이다.
그러나 검찰이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7-8년치를 몽땅 뒤져 찾아냈다는 앙상한 증거는 역설적으로 < PD수첩>에 죄를 뒤집어 씌우기가 얼마나 어려웠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웠으면 사건과 무관한 개인 이메일을 뒤져 ‘이명박 정부에 반감이 있다는 걸 찾아냈다’고 좋아한단 말인가?
이명박 정권과 검찰은 < PD수첩> ‘죽이기’로 위기의 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국민을 이토록 우습게 아는 정권과 그 정권을 위해 ‘정치검찰’의 오명을 뒤집어쓰겠다는 검찰은 참혹하게 몰락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