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노 전 대통령 서거 ‘검찰 책임론’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09.6.3)청와대도 검찰에 힘을 실었다. 3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에 대해 “검찰총수로 그동안 겪었을 인간적 고뇌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인에게는 사(私)가 없는 것”이라고 말해 사표를 수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검찰의 수사는 여론이 아니고 법의 잣대로 하는 것”, “공직부패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척결노력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나아가 이 대변인은 “대통령도 법아래 있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결국은 허무맹랑한 흑색선전으로 밝혀졌지만 BBK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 아닌가. 본과 말을 혼동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민심에 청와대도 검찰도 어떤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을 생각이 없으며, 수사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는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에서 이미 감지되기도 했다.
KBS는 1일 <김정권 의원 소환>(이영섭 기자)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한 뒤, 검찰의 ‘수사 당위성․정당성’ 주장을 덧붙였다. 보도는 검찰이 “오늘 확대 간부회의를 열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점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이 손상돼서는 안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2일에는 <수사진 고발>(이경진 기자)에서 민주당이 이인규 대검수사부장 등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면서 민주당의 검찰 비판 주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어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책임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먼저 내부 단속부터 강화해 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총장은 물론 법무장관도 도의적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는 ‘동반 퇴진론’까지 제기되고 있어, ‘검찰 조직의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2일에는 단신 <“대검 중수부 폐지해야”‥고발>에서 참여연대가 ‘검찰 책임론’과 관련한 성명에서 “대검 중수부는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는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기관인 만큼 정치권력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며 “‘대검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가 비상식적으로 이뤄졌음은 조중동의 기사들이 증명하고 있다. 검찰은 피의혐의를 매일같이 언론에 흘리며 여론재판을 유도했고, 조중동은 검찰이 흘린 일방적인 주장,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기정사실로 몰았다. 검찰이 수사와 관련 없는 내용까지 언론에 흘렸고, 조중동은 이를 ‘모욕주기’식으로 대서특필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목도하며 이런 검찰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영결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우리는 정당하다’고 나선 것이다. ‘후안무치’ 외에 적당한 말이 없다.
언론조차 이런 검찰을 비판하지 못한다면 무소불위 검찰 권력이 어디까지 막나갈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얼마나 후퇴할지 섬뜩하다.
방송3사에 촉구한다. 들끓고 있는 민심을 똑똑히 보라.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이명박 정권과 검찰에 대한 분노가 녹아 있다. 정권과 검찰이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일수록 이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2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천신일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가늠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제 검찰은 ‘죽은 권력’을 때려잡으려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형식적인 수사, 부실 수사를 끼워 넣었다는 비난마저 받게 됐다.
방송사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따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직무유기’다. 특히 잇따른 ‘정권 눈치보기’ 보도로 국민에게 원성을 사고 있는 공영방송 KBS는 자신들의 처지가 어떤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