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5월 29일 ‘대법원의 삼성 편법승계 면죄부 판결’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9.6.1)
등록 2013.09.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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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아>, 또 ‘삼성 감싸기’
 
 
 
지난 5월 29일 대법원이 삼성그룹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삼성 전직 대표이사들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삼성특검에 의해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같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확정했다.
1996년 이재용 씨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로 불거진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대법원은 “전환사채 가격이 시가보다 낮았더라도 다른 주주들이 스스로 주식 인수를 포기했기 때문에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했다. 그러나 에버랜드 주주의 대부분은 삼성과 특수 관계에 있던 회사들로, 헐값에 받을 수 있던 전환사채 매입을 포기해 실제 주주가 아니라 제3자인 이건희 회장 자녀들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97%가 넘어간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이와 같은 재벌의 편법 승계를 막을 수 없는 셈이다. 다만, 대법원은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에 대해서는 ‘배임 액수에 따라 유죄로 볼 수 있다’며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 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집단의 초법적 경제권력 앞에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일간지들은 5월 30일과 1일에 걸쳐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대법원 판결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과 겹쳐 전체적으로 관련 보도량이 많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틀 동안 단 두 건의 기사를 내보내며 축소보도로 일관했다.
 
 
 
한겨레신문은 30일 8건의 관련기사를 싣고,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을 비판했다.
특히 사설 <경영권 불법 승계를 법원이 돕다니>에서는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순환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였으니, 이번 판결은 다른 누구도 아닌 법원이 경영권 불법 승계를 추인하고 도운게 된다”며 “이번과 같은 엄연한 불법 자본거래까지 처벌하지 않는다면 법치주의는 실종될 수 밖에 없다”면서 대법원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일에는 10면 <삼성 경영권 세습, SDS가 발목 잡나>, <‘배임액 50억’이 운명 가른다> 기사를 통해 대법원이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 사건을 유죄 취지로 고법으로 돌려보내 삼성이 경영권 편법세습에 완전 면죄부를 받는 데에는 제동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30일 5건의 기사를 싣고, 사설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의혹만 더 키운 대법원의 삼성 판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할 사법부는 또다시 삼성이란 경제권력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드러내며 불신을 자초했다”며 “이번에도 의혹이 말끔히 씻겨지지 않는 바람에 삼성은 승계구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글로벌 기업다운 경영체질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도 실기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30일 1면과 8·9면에 걸쳐 모두 9건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부각하면서도, 삼성이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는 그룹 지배구조를 글로벌 경영환경에 맞게 개선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사설 <삼성, 경영권 편법 승계 면죄부는 받았다지만>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전 회장과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 혐의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삼성의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이 법적으론 일단 마무리됐지만 오히려 삼성이 앞으로 짊어가야 할 도덕적 책임의 무게는 더 켜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대표기업이 부패구조에 발을 담그고 있는 상태에선 우리 사회의 선진화도 기대할 수 없다”며 “삼성은 이런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를 하루빨리 떨쳐내고 우리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30일 <‘에버랜드 CB’ 이건희 前회장 무죄 확정>, <삼성 경영권 편법승계 13년 논란 종지부>, <“이젠 기업 본연의 자리로” 경영 안정성 확보가 숙제>, <李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 삼성 변론해 배제> 등 ‘무죄’와 ‘논란 종지부’에 초점을 맞추고 ‘삼성 향후 전망과 재계 반응’을 다룬 기사를 싣는데 그쳤다.
1일에도 두 건의 기사를 실었는데, 삼성 파기 환송심에 8년전 ‘참여연대 손배소’를 담당했던 김창석 부장판사에 배당됐다는 사실과 함께 ‘삼성그룹이 앞으로 보여줄 미래 청사진에 삼성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가장 노골적으로 ‘삼성감싸기’에 나선 것은 이번에도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30일 10면에 <‘에버랜드 CB’ 이건희 전 회장 1, 2심 이어 대법서도 무죄>, <‘경영권 승계 하자 없다’ 9년 논란 종지부>라는 기사를 실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중앙일보는 ‘무죄’와 ‘논란 종지부’를 강조하며 대법원 판결을 단순보도 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중앙일보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는 물론 ‘삼성 SDI 불법 위치추적’, 이른바 ‘삼성 X-파일’ 의혹, 삼성비자금 특검, 태안기름유출사고 등 삼성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삼성을 감싸거나 불리한 내용은 축소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중앙일보는 여지없이 ‘친재벌신문’, ‘삼성신문’의 면모를 숨기지 않았다.
이런 중앙일보가 방송보도에 진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의 불법·탈법 행위를 감시하고 비판하기는커녕 ‘삼성방송’이 되어 ‘삼성일가’와 재벌 1%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앞장설 것이다.
중앙일보가 ‘삼성 감싸기’에 노골적으로 나설수록 중앙일보의 본질이 무엇인지, 중앙일보가 왜 방송보도에 진출하면 안되는지를 역설하는 꼴이다. 중앙일보는 지금이라도 ‘재벌방송’, ‘삼성방송’의 꿈을 접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중앙일보의 꿈’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끝>
 
 
 
2009년 6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