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경찰의 서울광장 폐쇄·시민분향소 파괴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09.6.1)
등록 2013.09.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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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 눈치보기’가 몸에 배었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민심이 영결식을 통해 거듭 확인되었다. 수십만의 국민이 시청광장 노제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고, 이명박 정권을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분노한 민심을 끌어안고 풀어주기는커녕 연일 국민의 화를 돋우고 있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이 끝난 뒤 채 24시간이 되지 않은 30일 새벽 서울광장에 남아있던 추모객 500여명을 강제로 끌어내고 광장을 다시 폐쇄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이 만든 대한문 앞 분향소를 짓밟았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이 땅바닥에 내팽개쳐지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민주노총과 사회단체들이 서울광장에서 열려 했던 ‘열사정신계승·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5.30 범국민대회’를 또 다시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여 원천봉쇄했다. 이날 범국민대회는 △MB악법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 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 △노동탄압 사과 및 박종태 열사 명예회복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및 운수노조 탄압 중단 △용산참사 대통령사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경찰은 이 집회를 막기 위해 지하철 시청역 출입구까지 봉쇄했다. 때문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모이게 되었고, 경찰이 이들을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한편,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31일 오후, 민주당 의원들이 분향소 철거와 시청광장 폐쇄, 노 전 대통령 영정훼손 등을 항의하자 ‘분향소 철거는 의경들의 실수’라고 사과했다. “불법 폭력집회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서울광장만 봉쇄하려고 했으나 일부 의경들이 작전구역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문제가 터지면 하급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실수’, ‘오해’ 운운하는 이 정권의 무책임한 습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KBS와 SBS는 경찰의 노 전 대통령 분향소 파괴, 서울광장 폐쇄, 범국민대회 원천봉쇄 등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따지지 않았다. 특히 KBS의 경우 경찰의 과잉대응을 다루면서도 시민들의 인터뷰 내용은 ‘경찰에 대한 논리적 비판’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서거 애도 발언’이었으며, 교묘한 편집으로 ‘추모제가 불법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닌가 우려되는 보도마저 있었다.
 
KBS 30일 <봉쇄·철거·연행>(송명훈 기자)은 경찰의 서울광장 봉쇄와 분향소 강제 철거를 전했다. 보도는 경찰이 추모객들과 충돌했다며 다친 시민들의 모습을 비추는 등 서울광장 봉쇄와 분향소 강제 철거 장면들을 보여주고 슬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보도는 경찰의 이같은 행태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시민들은 같은 자리에 다시 임시 분향소를 차렸고, 분향객들은 전처럼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줄을 섰다”며 대한문 앞과 조계사 등에서 ‘시민들의 추모열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이어진 보도 <도심집회…충돌>(김종수 기자)은 민주노총 등이 열려했던 집회가 무엇인지 명칭조차 밝히지 않았고, 이 집회가 왜 분향소가 차려진 대한문 앞에서 열리게 됐는지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다.
보도는 ‘열사정신계승·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5.30 범국민대회’라는 집회의 정식 명칭은커녕, ‘범국민대회’라는 약칭도 쓰지 않았다. 그저 집회 참가자들을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2천여 명”이라고 언급한 뒤, “현재 서울광장 개방 등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는 민중생존권과 민주주의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는 한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지키자며 추모제를 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은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 70여명을 연행했다”며 영상에서도 경찰과 대치하는 시위대의 ‘과격한 모습’을 보여줬다.
KBS는 경찰이 범국민대회를 ‘불법’으로 몰아 원천봉쇄하고, 이 때문에 집회참가자들이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게 된 상황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분향소가 있는 대한문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해 충돌이 벌어졌다는 상황만 전달한 것이다.
31일 <시민 분향소 진혼제>(임종빈 기자)에서도 KBS는 경찰의 분향소 강제 철거를 ‘실수’라고 해명한 주 청장의 발언을 전했는데, “강제철거는 의경의 실수였다는 게 서울경찰청장의 궁색한 해명”이라는 앵커멘트 외에는 비판적인 언급이 없었다.
보도는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덕수궁 시민 분향소 철거는 실수였다고 해명”했고 “어제 연행된 시민 70여 명은 이른 시일 내에 석방하겠다고 덧붙였다”며 주 청장의 ‘해명’을 전했을 뿐이다.
또 경찰의 분향소 강제철거에 대한 시민 인터뷰도 “조금은 강압적으로 한 것에 대해 약간은 불만도 가지고 있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는 등 경찰의 행태를 조심스럽게 지적하거나 노 대통령을 애도하는 내용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 SBS와 MBC는 각각 “영결식 한지 하루, 이틀 밖에 안 지났는데 이렇게 짓밟힌 모습을 보니까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 같고, 좀 너무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장례 치른 지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국민들의 눈물이 채 마르기 전에 공권력에 의해 이렇게 훼손당한다는 게 화가 많이 난다”며 경찰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시민인터뷰를 실어 KBS와 차이를 보였다.
 
SBS는 30일 <서울광장 다시 봉쇄>(한상우 기자)에서 저녁부터 새벽까지 계속된 시민들의 추모열기를 전한 뒤, 경찰이 서울광장에서 추모객들을 내쫓고 광장을 폐쇄하는 모습을 전했다. 이어 “경찰은 또 서울광장을 봉쇄하면서 덕수궁 시민분향소도 강제 철거해 반발을 샀다”며 경찰을 비판하는 시민 인터뷰를 싣고 “분향소 상황실측은 오늘 오전에 다시 분향소를 만들어 추모객들을 맞고 있다”고 상황을 전하는 데 그쳤다.
이어 단신 <도심집회 차단·대치>에서는 경찰의 서울광장 원천봉쇄로 범국민대회가 무산되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대한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서울광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서울광장 폐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
31일 <추모열기…진혼제>(임찬종 기자)는 ‘실수였다’는 주상용 청장의 발언을 전하는 한편, “경찰은 그러나 분향소 주변에 경찰 버스를 배치해 추모 행사를 감시하고 있고 서울 광장에 대한 봉쇄도 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MBC는 KBS, SBS 보다 적극적으로 경찰의 서울광장 폐쇄, 분향소 강제 철거, 주상용 청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30일 <분향소 강제 철거>(이용주 기자)에서 MBC는 경찰의 대한문 분향소 파괴 상황을 KBS, SBS 보다 자세히 전했다. 또 시민들의 인터뷰도 두 건 실었는데, “예의가 있고 염치가 있으면 이렇게 하면 안된다”, “가신 분 생각하면서 추모하자는 건데 공권력 써서 이렇게 다 밀어 붙인다”는 등 차분하지만 강력하게 경찰을 비판하는 주장을 전했다. KBS가 ‘억울하다’, ‘가슴 아프다’, ‘앞으로 분향소를 계속 찾겠다’는 시민 인터뷰를 내보낸 것과 확연하게 비교되는 내용이다.
이어 보도는 경찰이 덕수궁 앞 분향소 주변을 다시 전경버스로 막았다며 “시민 분향소는 또다시 제한된 공간으로 되돌아갔다”고 꼬집었다.
<광장 또 봉쇄>(이호찬 기자)에서는 서울광장 폐쇄의 문제점을 다뤘다.
보도는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광장 봉쇄에 항의했고, 시민들도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의 광장 봉쇄에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평화적인 추모 행사를 집회로 보기 어렵고, 광장 사용 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 요청도 없는데도 광장을 막는 건 공권력 남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근거 없는 광장 봉쇄가 ‘민주주의의 뿌리와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박주민 변호사의 인터뷰를 실었다.
<곳곳 충돌..연행>(조현용 기자)은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범국민대회’가 경찰의 시청광장 봉쇄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려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31일 <“철거는 실수”>(최훈 기자)는 경찰의 분향소 강제철거 당시 상황을 다시 보여주며 경찰의 행태를 비판하는 추모객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주 청장이 “실수였다면서도 주 청장은 덕수궁 분향소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추모 위원회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며 경찰의 ‘분향소 이전’ 방침을 전했다.
또 “추모 위원회 측은 강제 철거를 해놓고 간단히 실수라고 해명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49재까지는 덕수궁 분향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며 ‘경찰이 인륜과 천륜조차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추모위원회 측 ‘시민상주’의 비판을 담았다.
이어 보도는 경찰이 “범국민대회에서 대학생 등 72명을 연행했으며, 이 가운데 12명은 석방했고 시위 전력자 등을 가려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경찰이 ‘시민 70여명은 이른 시일 내에 석방하겠다’고 밝혔다는 KBS 보도와 차이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국민들이 보이는 애도와 추모 열기가 KBS에게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짐작이 간다. 게다가 취재 현장에서는 시민들에게 배척받고 저녁메인뉴스의 시청률은 MBC에게 밀리는 등의 상황은 KBS에게 그야말로 ‘충격’일 수밖에 없다. KBS가 국민들의 애도 물결을 노골적으로 외면하거나 이명박 정부를 대놓고 옹호하는 보도를 하지는 못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나름 반영한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경찰의 분향소 강제 철거 등의 보도를 볼 때 여전히 KBS는 이명박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앞서 지적했듯 KBS와 MBC가 인용한 시민들의 인터뷰 내용만 비교해 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발언은 싣되, 이명박 정부와 경찰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발언은 싣지 못하는 것이 KBS의 모습이다. 여기 저기 ‘애도 인터뷰’만 싣다 보니 보도의 흐름도 어색해지고 엉성해졌다.
KBS가 이런 미묘한 차이를 시청자들이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의 행태는 ‘용렬함’을 넘어 ‘패륜’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KBS가 이런 민심을 애써 외면하면서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못한다면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는 결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MB식 사고로는 위기에 빠진 KBS를 구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 나아가 섣불리 ‘화해론’을 부각해 MB정권 방어에 나서거나 국민들의 식지 않는 추모 열기를 왜곡 호도하려 든다면 취재 현장에서 배척받고 시청률이 하락하는 정도와 비교할 수도 없이 가혹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도 기억하기 바란다. <끝>
 
2009년 6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