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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24일 조중동 사설에 대한 논평(2009.5.24)
등록 2013.09.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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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애도’, 역겹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들의 추모 물결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늘(24일) 주요 일간지들이 일제히 일요특집판을 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사설을 실었다. 이 가운데 조중동의 사설을 접하며 우리는 또 한번 충격을 받았고, 경악했다.
이념과 정파, 지지 여부를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에 슬픔을 나누고 있다. 아울러 고인이 민주화와 정치개혁, 언론개혁에 기여한 대통령이었음을 기리는데 주저하지 않고 깊은 추모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조중동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서도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며 고인을 모욕했다. 특히 조선일보의 행태는 ‘패륜’이란 말 외에 달리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逝去를 애도한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애도한다”는 제목과 달리 사설의 내용은 사실 왜곡과 고인에 대한 악의적인 모욕주기로 가득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에게 쫓겨난 이승만, 장기독재 끝에 수하에게 저격당한 박정희, 쿠데타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퇴임 후 감옥에 간 전두환, 노태우 등과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이라고 싸잡아 규정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조선일보는 고(故) 노 전 대통령 시절 “비판언론”이 공격받고 탄압 받았으며, 이 때문에 “비판언론의 권력 감시가 약화”되어 “권력 자체의 비리의 무게로 붕괴”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이명박 정권의 극악한 언론탄압, 여론통제에 ‘찍’ 소리 한 번 하지 않는 조선일보가 참여정부 시절 ‘언론탄압’ 운운하는 자체가 뻔뻔함의 극치다. 나아가 고(故) 노 전 대통령이 “감시·견제·비판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주장은 고인을 우롱하는 짓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족벌신문들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조중동은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정상적인 ‘비판’을 한 적이 없다. 조중동의 보도는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저급한 ‘정치행위’였을 뿐이다. 조중동은 수구족벌신문과 재벌, 1% 부자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왜곡·편파보도로 끊임없이 정부를 흔들었으며,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스토킹 하듯 따라다니며 악의적으로 거두절미하거나 왜곡해 조롱거리로 삼고, 모욕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이런 수구족벌신문의 정부 흔들기, 대통령 모욕주기를 ‘언론자유’의 이름으로 허용했고, 조선일보는 이런 언론자유를 가장 교활하게 악용했다.
그런 조선일보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 ‘우리한테 제대로 감시, 비판 받지 않아서 오늘의 비극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수구족벌신문의 잔인함과 뻔뻔함이 역겨울 따름이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과 검찰의 비정상적인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비판 여론을 차단하는 데 열을 올렸다.
사설 <영욕 너머로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동아일보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애석한 일이긴 하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원인은 어디까지나 권력 비리였다”고 못박았다. 이어 “일부 세력은 마치 그의 죽음에 이명박 정부와 검찰이 책임이 있는 양 선동하고 나섰다. 우리 국민은 그런 억지에 결코 흔들리지 않을 만큼 성숙하다고 믿는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비극을 불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배려와 예우를 받을 만큼 받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비리 혐의가 있어도 묻어두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최고 권력자의 불행한 종말은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재임 때보다 퇴임 후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대통령을 배출하자면 우리 모두 힘을 보태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동아일보에 묻고 싶다. 어떤 국민이 ‘전직 대통령은 비리 혐의가 있어도 묻어두자’고 했던가? 동아일보는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명박 정권 책임론’, ‘검찰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을 이런 식으로 호도하지 말라.
어떤 언론도 고(故)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데 대해 ‘동정론’을 펴거나 그에 대한 비리 의혹을 덮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없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과 검찰을 비난하고 있다. 왜 그런가? 국민들은 고(故)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수구족벌신문을 동원한 ‘혐의 흘리기’와 ‘모욕주기’, 최소한의 객관적 증거도 없는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 적용, 신병처리를 질질 끌면서 압박의 강도 높이기 등등 검찰 수사는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동아일보도 검찰의 비정상적인 수사에 적극 ‘협조’했음을 수많은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금의 국민 정서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명박 정권 책임론’, ‘검찰 책임론’을 방어하겠다고 나서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역시 ‘오십보백보’였다.
중앙일보는 사설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한국인에겐 형용하기 어려운 비통한 충격”이라며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등 ‘애도’의 모양새를 갖추려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본질이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사설은 “어느 누구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전 정권에 대한 탄압으로 몰아가거나 비극적인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건 역사의 건전한 진행에 반(反)하는 것”, “떠난 전직 대통령이 바라는 국민 화합과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강경 노조와 일부 운동권 세력의 ‘6월 투쟁’을 앞두고 있어 국민의 걱정이 작지 않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명박 정권 책임론’이 확산되고 그것이 이 정권에 정치적 부담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단속’해보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책임론’은 특정 정치 세력이 아닌 일반 국민의 마음 속에서 싹텄고, 국민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산되었다. 더욱이 국민들의 자발적인 조문행사조차 경찰력으로 봉쇄하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가 국민들의 분노와 반감을 더욱 키우는 꼴이다. 중앙일보가 이명박 정권이 진정으로 걱정된다면 “정쟁의 도구” 운운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단속’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 정권을 향해 진심으로 국민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고(故) 노 전 대통령은 조중동이 그야말로 ‘죽도록 미워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하루만큼은 조중동이 정치적 계산을 버리고 진심을 다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추모해주기를 바랐다. 아무리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아무리 수구족벌신문이라 해도 인간에 대한 ‘마지막 예의’는 갖춰 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정책의 많은 부분을 비판하고 또 그에 맞서 싸우기도 했던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도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어 애도하고, 인권변호사로서 정치인으로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고인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를 기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중동도 잠시나마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나아가 고인을 끔찍하게 흔들고 공격했던 과거를 성찰해보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이런 기대를 품은 우리가 어리석었다.
조중동은 명심하라. 많은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놓고 이명박 정권, 검찰뿐 아니라 조중동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 오늘 조중동의 사설을 국민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그토록 공격했던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순간까지 악의적 왜곡과 모욕주기를 중단하지 않는 조선일보, ‘이명박 정권의 안위’를 더 걱정한 중앙·동아일보의 행태는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아울러 고(故) 노 전 대통령이 언론의 권력 비판을 막아 부패와 비리의 늪에 빠지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의 비극을 불러온 것처럼 왜곡한 조선일보의 주장은 이명박 정권을 향해 날아가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끝>
 
 
 
2009년 5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