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경찰의 이른바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 낙인찍기 관련 조중동 보도에 대한 논평(2009.5.13)12일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08년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현황 통보’ 공문을 보면 실로 어이가 없다.
경찰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등 종교단체,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한국영화배우협회 등 예술단체,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역사학회, 역사문제연구소 등 학술단체를 모두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로 규정했다.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원내정당과 천정배 의원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임종인 전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라고 규정했다. 반면 작년 7월 MBC 앞에서 가스통을 들고 위험천만한 시위를 벌인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와 진보신당 중앙당사에 난입해 당직자들을 폭행하고 기물을 부순 특수임무수행자회(HID) 등은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목록에 빠져있다.
한마디로 경찰의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규정은 객관적 근거도 없이 그저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 ‘광우병 쇠고기 반대’ 등으로 이명박 정권에게 밉보인 단체, ‘친이명박 성향’이 아닌 단체들에게 ‘불법·폭력’의 낙인을 찍고 불이익을 주려는 치졸한 정치탄압일 뿐이다.
실제로 정부는 정부보조금을 신청한 시민단체 가운데 한글문화연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등 6곳을 ‘불법·폭력시위 단체’라는 이유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보·국민 의식 선진화’ 등을 내세운 보수 성향 단체들은 대거 지원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보조금지원 대상 사업으로 △100대 국정과제 △저탄소 녹색성장 △일자리 창출 및 4대강 살리기를 제시했다고 하니, 사실상 시민단체들에게 ‘정부 홍보 사업’에 나서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런 이명박 정권의 행태는 자신들을 지지하고 홍보하는 단체들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들에게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시민단체 길들이기’를 하겠다는 발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8일 조중동은 ‘정부가 보조금지원을 신청한 단체 중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에 참가했던 6곳을 지원대상에서 탈락시켰다’고 보도하면서 입을 보아 “불법·폭력 시위 단체가 정부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중동은 국가인권위의 시민단체 지원에 대해서도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조선일보는 <인권위, 불법시위 단체에 지원금>이라는 기사를 싣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불법·폭력시위 단체에는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을 거스르고 작년 광우병 파동 때 불법·폭력시위를 벌인 단체에 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일 동아일보는 1면과 사설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협력사업 대상에 불법시위 6개 단체가 포함됐다”며 “정부의 보조금 중단 방침과 다르다”고 맹비난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 부산여성회, 새움터, 전국여성노동조합 부산지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6개 단체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단체”라며 ‘불법시위단체’라고 매도했다. 그러면서 “독립 기구이기는 하지만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인권위가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논란이 예상된다”고 논란을 부추겼다.
뿐만 아니라 사설에서는 “거액의 정부 예산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세력에 들어갔다”, “인권위는 촛불집회를 벌여 우리 사회를 몇 달씩 마비시킨 세력에 대해서는 지극히 우호적이었던 반면 불법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에 대해서는 과도한 진압으로 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인권위를 비난했다.
또 “그동안 인권위가 안고 있는 최대 문제는 이념의 편향성과 균형감각의 상실”이라며 “지원단체 선정에서도 팔이 좌측으로 굽는 편향성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권위의 인적 구성이 지나치게 좌편향된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등 인권위에 색깔공세를 폈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인권위가 정부의 일방적인 20% 조직 감축 조치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을 두고 “다른 국가기관들은 구조조정을 감수하고 있는데 인권위는 지난 정부에서 대거 영입한 좌파 시민단체 출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매도했다. 그러면서 “수도 서울을 석 달 동안 마비시켰던 불법폭력시위 단체에 멋대로 지원금을 주는 인권위의 균형감각 마비를 뜯어고치려면 인적구성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인권위를 이명박 정권의 입맛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는 12일 <불법·폭력시위 단체 세금지원 안 된다>라는 사설을 싣고, “올해 처음으로 최근 3년 이내에 불법 폭력 집회·시위에 참가한 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우리는 불법 시위 단체를 선정 대상에서 제외한 조치가 백번 잘한 일이라고 본다”고 환영했다.
사설은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촛불집회 소동을 주도한 ‘광우병 대책회의’ 참가 단체들까지 지난해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면서 “쇠파이프 구입하고 도로를 점거하라고 국민의 혈세를 건네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행안부와 달리 불법시위 단체에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어 재고돼야 한다고 본다”고 국가인권위의 시민단체 지원 사업을 비난했다.
13일 한겨레신문은 9면에서 “경찰이 야당과 국회의원, 국제영화제까지 ‘불법·폭력시위 단체’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조영택 의원이 공개한 ‘2008년 불법폭력 시위 관련 단체 현황 통보’ 공문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불법·폭력 시위를 벌인 일부 보수 성향 단체들은 불법·폭력 시위 단체에서 제외해 ‘무원칙한 선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도 10면에서 “정부가 보조금 지원 중단 대상으로 선정한 ‘불법·폭력시위 단체’에 현직 국회의원, 정당, 언론인, 종교단체, 예술단체, 학술단체까지 망라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의 말을 따 “(광우병)대책회의에 이름을 걸어놓았다는 이유로 불법폭력단체로 낙인찍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촛불에 대한 보복심리로 관련 단체를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발상”이라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촛불을 든 민심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불법폭력 시위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인가? 경찰이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불법폭력 시위’로 몰고, 광우병 대책회의에 참여한 1800여 시민사회단체를 ‘불법폭력 시위 관련 단체’로 낙인찍은 것은 이명박 정권이 자신들의 잘못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자, 비판세력을 치졸하고도 집요하게 보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백번 양보해 설령 촛불집회 과정에서 폭력적인 행위를 한 시민이 있었다고 해도 촛불집회 전체를 ‘불법폭력 시위’로 매도할 수 없는 일이며, 광우병 대책회의 참여단체를 ‘불법폭력 시위 관련 단체’로 낙인찍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말마따나 청와대 행정관 2명이 성매매를 했다고 해서 청와대를 ‘불법 성매매 관련단체’로 낙인찍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태이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비판세력 탄압에나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 정권의 미래가 참으로 암울하다. 게다가 조중동은 이 정권의 역주행에 멍석을 깔아주며 부추기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조중동의 행태는 정상적인 언론의 범위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아둔한’ 처신이기도 하다.
조중동에게 묻고 싶다. 시민단체들에게 ‘불법폭력’의 낙인을 찍고 정부보조금을 끊어버리는 것이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에게 유리한 일이라고 믿는가?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국민들은 지금 이 정권의 무능함 뿐 아니라 용렬함에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민생을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 할 때, 치졸한 수단을 쥐어짜내 비판세력을 탄압하고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겠다는 이명박 정권과 ‘불법폭력 근절’ 운운하며 정권의 비판세력 탄압을 부추겨 온 조중동의 행태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다.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이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 그다지 멀지 않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