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관련 주요 일간지 보도에 대한 논평(2009.4.30)
등록 2013.09.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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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진압 100일, 조중동 ‘왜곡편파’에서 ‘모르쇠’로
 
 
 
어제(29일)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사태가 100일째를 맞았다.
유가족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유가족에 대한 배상, 살인진압 부른 도심 재개발 정책 전면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단 한 가지도 이뤄진 게 없다. 철거민들의 유해는 아직도 차디찬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고, 유가족들은 살인진압 현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석 달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부는 공권력의 만행을 책임지기는커녕 최소한의 수습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공권력은 추모집회 등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연행하는 등 적반하장의 탄압을 계속 벌이고 있다.
 
언론들의 무관심도 심각하다.
우리는 4월 한 달 동안 주요 일간지들이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과 관련한 기사를 얼마나 다뤘는지 살펴보았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4월 한 달간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사태에 대한 기사들을 실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29일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100일을 맞아 사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용산 참사 100일’>에서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살인진압으로 숨진 철거민들의) 넋은 검찰이 씌운 ‘가해자’의 멍에를 지고 외롭게 이승을 떠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과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용산 참사를 외면할 것인가. 그저 집회·시위만 막으면서 세월이 흐르길 기다리면 세입자들과 유족들이 지쳐서 떨어져나갈 것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묻고, “더 늦기 전에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이주보상비 문제 등 실타래처럼 얽힌 사태 해결에 발벗고 나서라”고 주문했다.
 
반면 조중동은 4월 한 달 동안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사태와 관련된 소식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조선일보는 관련기사가 없었고, 중앙·동아일보는 1건씩의 기사를 썼으나, 사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4월 10일 <용산 재개발조합, 철거민 상대 8억여원 손배소>란 단신 기사를 실었는데, 용산재개발조합이 용산 철거민들을 상대로 8억여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는 소식이다.
동아일보도 4월 28일 <‘조합원 폭행-합의금 갈취’ 전철련 간부 3명 입건>이라는 기사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전철연 간부 3명이 경찰에 입건됐다는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벌어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눈이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쓸면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5명의 철거민이 공권력의 살인진압으로 생명을 잃고,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이는 작금의 행태는 이런 발상의 연장에 있다. 세상에 이토록 무책임한 정권이 또 있는가.
한편 정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일이 터질 때마다 ‘모른 척하고 기다리면 된다’, ‘지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버틸 수 있는 배경에는 언론의 무관심과 직무유기, 그리고 ‘공권력 감싸기’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언론들이 무책임한 정부를 끊임없이 질타하고, 사태의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면 정부가 이토록 수수방관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난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사태가 터졌을 당시 조중동이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철거민들을 ‘폭도’인 양 몰아붙여 망자를 두 번 죽이고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했다. 또 경찰의 살인진압을 ‘정당한 법 집행’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저질렀다. 나아가 ‘경기서남부 살인사건’이 터지자 연쇄살인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등 연쇄살인사건을 선정적으로 집중보도 함으로써 국민들의 관심을 용산에서 돌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았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지금 조중동의 행태는 반인륜적인 왜곡편파보도와 함께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한편, 우리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도 비판언론으로서 책무를 다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물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을 다른 언론들보다 적극적으로 보도해왔고, 공권력의 만행을 질타하며 정권의 책임을 물었다. 앞으로도 국민들의 관심이 ‘용산’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보도해주기 바란다.<끝>
 

 
 
2009년 4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