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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의 4·29 재보선 관련 사설에 대한 논평(2009.4.30)
등록 2013.09.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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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궤변 늘어놓으면 ‘선거참패’가 위로되나
 
 
 29일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국회의원을 뽑는 다섯 곳의 지역구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으며, 경기 시흥시장 재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정당공천을 받는 광역의원 선거결과까지 포함하면 여야의 ‘성적표’는 1대 15다.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민주주의 역행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결과다.
그러나 국민의 냉혹한 평가 앞에 청와대가 보인 반응은 ‘무관심한 척하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번 재보선은 동네 선거'라고 애써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되었을 때 청와대는 7월 31일 대변인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규제완화와 공기업 개혁 등 개혁 정책에 대해서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에게는 선거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국민적 지지’이고 불리하면 ‘동네 선거’가 되는 모양이다.
한편, 29일 밤 재보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과연 조중동이 내일 사설을 어떻게 쓸 것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30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야말로 ‘아전인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조선일보 사설 <한나라, 재·보선에 담긴 국민 경고 흘려듣지 말아야>는 이렇게 시작된다.
“여야(與野)가 총력전을 폈던 4·29 재·보선의 국회의원 재선거 5곳에서 한나라당은 전패(全敗)했고 민주당은 인천 부평을에서 이겨 간신히 전패를 면했다”
한나라당은 ‘전패’, 민주당은 ‘간신히 전패 모면’이라는 게 조선일보가 가장 앞세운 선거결과 평가다.
이어 사설은 “이번 재·보선의 두드러진 특징은 여야 모두 내분에 휘말려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돌풍’을 이번 재보선의 두드러진 현상으로 꼽은 것이다.
그러면서 ‘무소속 돌풍’ 현상의 원인을 내놓았다. 사설은 “역대 선거를 보면 기성 정당에 대한 불만이 강할 때 무소속 돌풍이 나타났다”며 “여야는 작년 말부터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툭하면 싸움질을 하거나 같은 당내 정파 간 갈등으로 시간을 허송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앞으로도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를 고집한다면 국민의 호된 심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는 여당 참패라는 선거 결과를 앞에 놓고,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국민들로부터 심판당했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을 향해 ‘쓴소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설은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 담긴 국민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2곳 선거에서 패한 것은 여권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귀담아 들어야할 “국민의 경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그저 “한나라당내 친이·친박 갈등을 그대로 두고선 거대 여당에 걸맞은 정국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문했을 뿐이다. ‘친박을 잘 끌어안아야 한다’는 정도의 얘기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이번 재·보선 결과를 ‘이명박 정부 심판’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못 박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오늘 사설을 쓰는데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40판과 45판의 사설이 달랐다.
40판에 실린 사설의 제목은 <한국정치의 후진성 거듭 드러낸 재·보선>이다.
이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어제 5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선거는 소규모 선거임에도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다시 한 번 뚜렷이 드러냈다. 계파·분파 정치가 활개를 치며 정당정치를 왜곡시켰다”며 “여당이 내건 ‘경제 살리기’와 야당의 ‘정권 심판론’은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여야 간 성패가 정당에 대한 국민 전체의 민의(民意)의 총체적 심판이었다고 확대해석하기도 어렵다. 선거 결과보다는 오히려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라는 주장도 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주문이 고작이다.
그러나 45판에서는 사설의 제목과 내용이 일부 바뀌었다.
사설의 제목은 <한나라당 쇄신 나서라는 유권자들의 명령>이다. 40판과 달리 ‘한나라당이 패배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사설 내용에서는 “어제 치러진 5곳의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거대여당 한나라당은 단 한 곳도 건지지 못하고 졌다”, “뜨뜻미지근한 국정 운영, 정치력 빈곤, 낡은 계파 집착과 공천 실패 등이 빚은 결과”라는 등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일부 실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설의 핵심은 이번 재보선이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낸 “한심한 선거”라는 주장이다.
사설은 정동영, 신건, 정수성 당선자를 정당정치에 도전한 사례로 들어 비판했다. 홍영표 후보가 당선된 인천 부평을에 대해서는 ‘선거 포률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여야 지도부 모두 GM대우 회생 방안과 관련해 시장원리를 짓밟고 실현 가능성도 의문시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함으로써 국회의원 선거의 의미를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진보진영의 조승수 후보가 당선된 울산 북구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다. 동아일보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에다 민주당 후보가 자진사퇴해 당당한 정당 대결보다는 야합 선거의 그늘이 짙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모든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비판한 뒤 사설은 “전반적으로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는 금배지에 목을 맨 하류(下流)정치가 춤을 춘 선거로 끝났다”고 맺었다.
 
우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설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 신문이 궤변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까 하는 생각에 측은한 마음도 든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묻는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이렇게 왜곡하면 마음이 좀 편안해 지는가?
정동영, 신건, 정수성 당선자가 무소속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이들의 당선을 두고 여야 정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일으킨 ‘무소속 돌풍’이라고 해석한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조선일보가 지적한 ‘당내 정파 갈등’의 당사자격이다. 유권자들이 여야 내부의 ‘정파 갈등’에 환멸을 느껴 ‘무소속 후보’를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동영, 신건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복당 의사까지 밝히지 않았는가? 정수성 당선자 역시 ‘친박근혜’를 내세워 당선되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들을 두고 ‘무소속돌풍’ 운운한 조선일보보다는 차라리 ‘정당정치 도전’이라고 비판한 동아일보의 평가가 그나마 합리적이다.
그러나 동아일보 역시 전체적인 선거 평가에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결과의 핵심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따끔한 심판이다. 특히 수도권 두 곳에서의 참패는 민심의 상황를 보여준다. ‘박빙’을 예상했던 인천 부평을에서는 한나라당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민주당 후보가 50% 가까운 득표로 승리했다. 시흥시장의 경우는 민주당 후보와 시민단체가 지지한 무소속 후보가 함께 출마했음에도 한나라당 후보가 패했다. 울산 북구를 “야합선거의 그늘”이라고 강변한 것은 어떤 논리적인 말로 반박해야 할지조차 난감하게 만드는 궤변 중의 궤변이었다.
동아일보의 사설은 ‘정권을 향한 경고’라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하류정치가 춤을 춘 선거”라는 지극히 선동적이고 정치냉소를 부추기는 표현을 동원해 현실을 가려보겠다고 용을 쓰는 꼴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명박 정권과 수구보수신문들을 향해 작금의 민주주의 유린행태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경고해 왔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거대한 국민적 심판의 일부일 뿐이다.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눈과 귀를 열어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라. 그것이 이명박 정권과 ‘친이명박 신문’들이 사는 길이다. <끝>
 
 
2009년 4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