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 PD수첩> ‘한미 쇠고기협상, 그 후 1년’에 대한 논평(2009.4.29)지난해 4월 29일 <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안전한가’ 편이 방송된 이후 < PD수첩>은 모진 시련을 겪어야 했다. 촛불집회에 놀란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비판언론을 탄압하는 데 열을 올렸고, < PD수첩> 제작진들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씌워 이들을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수사하는 것 자체가 세계적인 망신거리였지만 검찰은 전담 수사팀까지 꾸렸고 MBC 압수수색을 시도하는가 하면 제작진들을 하나 둘 잡아들였다. 지난 27일 밤과 28일 새벽 사이 검찰은 조능희·송일준 PD, 김은희·이연희 작가마저 체포함으로써 제작진 전원을 체포하게 됐다.
< PD수첩>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약속과 달리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관리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음을 전했다.
작년 5월 정부는 미국의 쇠고기수출작업장에 검역전문관을 파견해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구분, 도축 시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9년 4월 19일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워싱턴 등 4곳에 파견된 검역전문관들이 정작 수출작업장에는 접근조차 못했다고 폭로했다. 미국 정부의 동의 없이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견을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미국이 실시하기로 했다는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 부위를 제외한 ‘강화사료조치’도 아직까지 실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강화사료조치는 2009년 6월로 미뤄졌다.
< PD수첩>은 대부분의 언론들이 외면하고 있는 이런 상황들을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캐나다는 2008년 11월에도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지만,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미국과 같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었다. 캐나다는 자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었다는 점, 강화사료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력추적제를 실시하는 등 미국보다 철저하게 광우병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 개방한 것은 불공정하다며 한국을 WTO에 제소했다.
< PD수첩>은 정부가 반드시 따라야 할 국제규범이라도 되는 양 내세운 ‘O.I.E 기준’의 실체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해 정부는 O.I.E 기준에 따라 일본과 대만도 곧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개방 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 PD수첩> 취재 결과 대만과 일본은 아직까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각각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 PD수첩>은 O.I.E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가 미국처럼 1억마리 이상의 소를 키우는 축산대국의 경우 0.1%의 광우병 검사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자격이라는 점, 유럽 국가들에서는 2008년에만 120여건의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이들 나라는 모두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나아가 O.I.E 기준을 따를 경우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부터 SRM부위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전면 폐기처분되는 유럽산 쇠고기의 창자까지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며 이른바 ‘O.I.E 기준’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우리는 < PD수첩>이 보여준 의연한 모습에 다시 한번 지지와 격려의 뜻을 밝힌다. 아울러 앞으로 어떤 탄압을 받더라도 굴하지 말 것을 간곡하게 당부한다.
이명박 정권 아래 대부분의 언론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몸을 사리거나 노골적인 ‘정권 찬양’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제 아무리 폭압을 휘두른다 해도 역사의 물줄기를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다. 지금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퇴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고통스러운 학습의 기회’일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의기(義氣)와 사명감을 잃지 않는 몇몇 언론만이라도 제 역할을 묵묵히 해준다면 고통스러운 민주주의 학습 기간을 조금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 PD수첩>의 곁에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지지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음을, 그리고 그들이 < PD수첩>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끝>
2009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