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조선일보의 시민단체 진보정당 인사 추가고소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공동 논평(2009.4.22)조선일보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서프라이즈 신상철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김성균 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박석운 공동대표, 진보신당 나영정 대외협력실 국장까지 고소하고 17일 이 사실을 1면 ‘기사’로 보도했다.
김성균 대표 등이 “조선일보 특정 임원이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 씨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것처럼 집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공표해 조선일보와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조선일보 주장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트집잡은 3월 31일 기자회견, 4월 8일 기자회견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언론에는 진실보도를 촉구하고, 경찰에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어떤 정치인, 어떤 시민단체 인사들도 ‘장자연 리스트’에 언급된 사람들이 장 씨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고 단정한 바 없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객관적으로 제기된 의혹을 명명백백 밝히라는 주장마저 ‘명예훼손’ 운운하며 ‘줄고소’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민언련에 대해서는 ‘좌파 성향 단체’라며 색깔공세까지 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 귀에 거슬리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국회의원이든 시민단체 인사든 가리지 않고 모두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17일 1면을 통해 김성균·박석운 대표와 나영정 국장을 고소했다고 밝힌 이후 오늘(22일)까지, 극소수의 매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이 사실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20일에는 언소주, 민언련, 진보신당 외에 수 십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의 ‘적반하장’, ‘오만방자’ 행태를 규탄했음에도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MBC와 SBS는 17일부터 지금까지 메인뉴스는 물론 어떤 뉴스프로그램에서도 조선일보의 시민단체 인사 추가고소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KBS도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보도가 없었다. 다만 KBS는 17일 2TV <8시 뉴스타임>과 1TV <뉴스라인>에서 조선일보의 김성균 대표 등 고소 사실을 전했고, 18일 아침 1TV <뉴스광장> 1, 2부에서 전날 <8시뉴스타임> 보도를 한 번씩 더 내보낸 정도였다.
신문의 경우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의 무관심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리는 중앙일보나 동아일보가 조선일보의 시민단체·진보정당 인사 고소를 제대로 보도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적어도 기본적인 사실보도는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지면에서는 관련 기사가 단 한 건도 없었고, 한겨레신문 지면에서는 20일 기자회견 모습을 담은 사진기사 한 건이 실렸을 뿐이다.
조선일보의 거듭되는 횡포를 적극 보도한 곳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중의소리 등 인터넷신문들과 소수의 미디어전문지 정도였다.
우리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못할 때에도 매우 놀랍고 실망했으나, 그래도 ‘현실적 고충’을 이해하고자 애썼다.
아울러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조차 조선일보의 겁박에 위축되는 현실에서 시민단체들은 조선일보의 횡포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진실규명을 촉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리꾼단체 대표, 시민단체 대표, 진보정당 당직자가 ‘표적 고소’를 당했다.
그런데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조선일보의 막나가는 ‘줄고소’ 사실 자체를 보도하지 않고 있으니,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물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거대 수구족벌신문의 수많은 의제 왜곡에 맞서 ‘고군분투’ 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거는 기대가 더욱 각별한 것이며, 조선일보 권력의 횡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맞서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 조선일보의 겁박 앞에 온 나라가 벌벌 떨고 있는 형국이다. 언론들은 대통령, 관료, 검찰, 법원을 비판할지언정 조선일보 사주는 ‘성역’처럼 취급하며 최소한의 사실보도에도 몸을 사린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후퇴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정권이 국민의 입과 눈과 귀를 틀어막고, 또 한편에서는 수구세력의 이데올로그 조선일보가 비판세력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자신들의 창간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두 신문의 분발을 촉구한다.<끝>
2009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