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정부의 ‘PSI 전면참여 발표 연기’ 관련 조선·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논평(2009.4.16)
등록 2013.09.25 14:05
조회 299
<조선>·<동아>에게 ‘한반도의 미래’는 무엇인가?
 
 
15일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를 연기하자 16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발끈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면에 <PSI 혼선… 정부 ‘컨트롤타워’ 작동하나>라는 기사를 싣고 “보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이견을 해소 못하는 정부, 15일 발표한다고 예고까지 해놓고 그 당일 다시 미루는 정부는 고장이 나도 단단히 고장 난 정부”라고 비난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PSI 발표 연기의 배경에 대해 “PSI 참여 시기를 둘러싸고 정부 내에는 강온파가 있다”며 “강경파는 외교통상부가 대체로 이 계열, 온건파는 통일부 사람들이 많다… 청와대는 강온파로 나뉘었으나 주무(主務)인 외교안보수석실은 온건파로 기울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외교통상부) 유 장관이 주도한 14일 회의에선 강경파가, 이 대통령이 주재한 15일 회의에선 온건파가 주도권을 잡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도 8면에서 정부가 “결과적으론 PSI 참여를 놓고 북한의 눈치를 보는듯한 태도를 드러낸 셈”이라며 정부의 PSI 전면참여 발표 연기를 ‘북한 눈치보기’라고 비판했다.
또 사설 <PSI 반대는 경찰에 방범순찰 말라는 격>에서는 “정부 설명대로 며칠 연기된 게 사실이라면 남북관계 및 주변국과의 협의를 비롯한 변수가 해소되는 대로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저지 노력에 동참하는 확고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야당들이 PSI 전면참여에 반대하는 데 대해 “방범 순찰에 나서겠다는 경찰을 비난하면서 도둑 편을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15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부각하며,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방침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조선일보는 15일 6면에서 “PSI는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모두 동참하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이라며 2003년 미국 네오콘 주도로 창설된 PSI를 국제사회가 합의한 보편적인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책인 양 띄웠다.
또 이날 사설 <핵 개발 또 꺼낸 北에 어떻게 목줄을 채울 것인가>에서는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이 성공을 거두려면 북한 권력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동참해야 한다”며 사실상 중국을 압박해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김정일 집단, 세계의 異端兒로 파멸 자초할 건가>에서 우리 정부가 “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당당하게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슬러 올라가 북한의 로켓발사 직후인 6일과 7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남한도 한미 미사일협약을 개정해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우리는 남북간 군사경쟁을 부추기고, 강경일변도의 대북 대응을 외치며 한국 정부의 PSI 전면참여를 종용하는 조선·동아일보의 행태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든다.
도대체 조선·동아일보가 바라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는 어떤 모습인가? 남과 북이 모든 관계를 끊고 군사적 충돌을 불사하는 긴장 속에 살아가는 것인가?
 
조선·동아일보의 주장과 달리 PSI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보편적 원칙이 아니다. PSI는 2003년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네오콘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적 사고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임의활동시스템’이 PSI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적국에도 과감하게 손을 내미는 ‘tough&direct’(강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표방한 오바마 행정부에서 PSI의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16일 경향신문은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 재단 한·미 정책연구소장 등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오마바 행정부의 비확산팀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인물(네오콘의 핵심인 존 볼턴 전 국무부차관)이 PSI를 창설했다는 점에서도 반감을 갖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PSI 명칭부터 손질하게 될 것”, “한국 정부는 과거의 PSI를 염두에 두고 전면 참여하겠지만 몇 달 뒤 PSI는 이름도, 성격도 전혀 다른 그림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PSI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나아가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조치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아직 남북한이 법적으로 ‘전쟁 상태’인데,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북한의 ‘의심 선박’을 차단하기 위한 관계국들의 해상 훈련을 벌이는 PSI에 남한이 전면 참여할 경우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6일 경향신문에서 “PSI참여는 법리상 남북해운합의서를 뒤집는 행위”라며 “북한은 남측의 PSI참여라는 도발적 행위 때문에 해운합의서를 지킬 수 없게 됐다고 몰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PSI에 전면참여하게 된다면 북한이 무려 21조원의 직간접적인 손실이 예상되는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도 조선·동아일보는 정부 일각의 신중론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PSI 전면참여를 부추기고 있으니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보는 듯하다.
조선·동아일보는 평화로운 한반도의 미래와 그 미래로 나아가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면 제발 가만히 있어주기 바란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에 촉구한다. 이명박 정부는 당장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일각의 강경론에 휩쓸리지 말고 PSI 전면참여 방침을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 속히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겨냥한 조치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강력한 수사를 동원했으나 회원국들이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는 의장성명 형식을 채택했다.
결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고, 미국 역시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때에 한국 정부가 오바마 정부조차 재검토한다는 PSI에 전면참여 하겠다고 덜컥 발표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남북관계만 악화시키고 북미관계가 개선될 때 남한만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빠질 우려가 있다.
15일 ‘PSI 전면 참여가 불가피하다’던 중앙일보조차 16일 사설에서는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유엔 안보리의 규탄 성명 채택 및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잠시 소강 상태가 이어지겠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결국 북한과도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를 향해 “넋놓고 있다가 물벼락을 맞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국민들은 남북 관계가 더 악화되어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파들과 현실판단력 떨어지는 수구족벌신문의 주장에 휘둘려 계속 우왕좌왕하다가는 결국 몰락해간 미국 네오콘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끝>
 
 
2009년 4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