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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대변인의 한미 정상회담 ‘거짓 브리핑’과 조중동 보도에 대한 논평(2009.4.3)
등록 2013.09.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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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아마추어 브리핑’에 그토록 들뜬 이유가 뭔가?
 
 
  2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런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비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을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3일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 소식을 전했는데, 특히 오바마 정부의 ‘미온적인 북 미사일 대응’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려왔던 조중동은 반색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이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1면 톱기사 제목으로 뽑았고, 중앙·동아일보도 주요 지면에서 제목으로 부각하거나 사설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이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한겨레신문의 경우는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리 제재’를 준비한다는 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이동관 대변인이 밝힌 ‘제재 결의안’이 백악관 보도자료에서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일 백악관이 배포한 공개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을 준비중에 있다”고 말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그 점에 관해서, 두 정상은 북한이 UN 안보리 결의안을 따를 것을 촉구했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국제 사회의 일치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만 되어있을 뿐이다.(아래 원문 참조)
In that regard, they urged North Korea to abide by the resolutions of the U.N. Security Council and agreed on the need for a unified response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 the event that North Korea launches a long-range missile.
  프레시안은 한미 양국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보리 회부가 곧 제재 결의안 논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고 미국이 안보리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고 준비하는지는 모호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재 결의안 준비중’이라는 중대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한국만 발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만의 하나 청와대가 ‘미국도 북한에 강경하다’는 걸 보이려고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과장·왜곡했거나, 없는 말을 지어 냈거나, 공개하지 않기로 한 말을 공개한 것이라면 심각한 외교결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레시안의 이 우려는 하루도 안돼 사실로 드러났다.
  3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권종락 외교통상부 1차관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추궁에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기존 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안보리 차원에서 어떤 결의안을 추진해야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제재결의안이라고 말 안해도 제재라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이 사실상 ‘허위’였음을 실토한 것이다.
  그러나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토 결과 외교적으로 문제될만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은 이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외교분야에서는 말 한마디 표현 하나도 신중의 신중을 거듭해서 선택된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이 공개하기로 합의한 내용에 기초하여 브리핑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을 언론에 알리거나, 상대방이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드는 것은 국가 간의 신의를 깨뜨리는 것으로 간주되어 외교적으로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유추해석’해서 발표했다는 ‘해명’은 상식 밖이다.
  아울러 우리는 청와대 브리핑에 대해 어떤 비판적 검토도 없이 부각하기에만 바빴던 조중동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오바마 정부의 행보를 따져보면 ‘안보리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은 ‘의외’의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족벌신문들은 이동관 대변인의 발표를 부각하고 ‘오바마도 대북강경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호들갑 떨었다.
  오바마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펴주기 바라는 ‘간절한 희망’이 이런 호들갑 보도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사실’이 아닌 ‘정략’에 기댄 습성이 이번에는 ‘호들갑 보도’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이다.
  아니면 국내 사안을 마음대로 호도하고 주물렀듯이 외교 문제도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이동관 대변인의 발표를 듣는 순간 ‘역시 오바마 정부도 우리 말을 따르는구나’ 하면서 기뻐한 것인가?
  조중동에게 촉구한다. 이제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만큼 자신들의 호들갑 보도를 자성하고, 이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 행태를 비판해야 할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이 정부를 비판했던 단골 메뉴가 ‘아마추어리즘’, 특히 그중에서도 ‘아마추어 외교’ 아니었나? 조중동이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지켜보겠다.<끝>
 
 
2009년 4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