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구글의 ‘유튜브 인터넷 실명제’ 실시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2009.4.3)지난 1일부터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kr.youtube.com)에서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구글은 전 세계에서 동일한 가입 절차를 적용해왔고, 이용자 개인정보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글로벌원칙’을 고수해왔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유튜브에 올린 이른바 ‘이명박 BBK 동영상’에 대해 한나라당이 제작자는 물론 동영상을 내려받은 누리꾼들에 대한 법적 대응 운운했을 때에도 유튜브는 끝까지 동영상을 삭제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검찰이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벌인 누리꾼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글을 압수수색 했으나 그때에도 구글은 “사용자 정보가 없다”며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구글은 한국 정부의 실명제 요구에 ‘글로벌원칙’을 지키기 위해 유튜브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민했으나 이럴 경우 손실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 법령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고 밝혔다.
구글이 개인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의무화한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의 누리꾼들은 국내 포털뿐만 아니라 ‘세계최초’로 유튜브에서도 이름, 주민등록번호, 아이핀과 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실명확인을 거쳐야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실명제를 확대해 ‘악성댓글’과 그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얼마나 동떨어진 일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구글이 처음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저버리게 만든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비지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운 정권이다. 또 조중동의 방송뉴스 진출이 세계적 흐름인 양 호도하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지켜온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에게 실명제를 강제한 것이 과연 ‘비지니스 프렌들리’이며 ‘글로벌 스탠다드’란 말인가?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을 유튜브에도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모든 소통의 공간에서 ‘듣기 싫은 말’은 억누르고 ‘내 말만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밀어붙인 의도가 인터넷 ‘여론통제’에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누리꾼들의 ‘사이버 망명지’ 역할을 했던 유튜브까지 실명제를 실시하게 만듦으로써 해외기업도 여론통제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주요 신문과 방송들이 이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이명박 정권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싶다면 비뚤어진 소통 방식과 표현의 자유 탄압 행위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브랜드 제고는커녕 국제적 빈축만 초래할 것이다.
아울러 이명박 정권의 언론자유 탄압, 표현의 자유 위축 시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제동을 걸지 않으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언론의 적극적인 비판 보도를 거듭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