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강희락 경찰청장 ‘성매매 발언’ 파문 및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2009.4.2)1일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강희락 경찰청장은 지난 달 30일 이른바 ‘경찰 기강 확립, 비리 척결 대책’을 발표한 직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성매매 등과 관련해 문제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을 두고 “재수 없으면 걸린다”, “나도 공보관 하면서 접대 많이 해봤다”,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방)열쇠를 나눠주며 ‘내가 이 나이에 별일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자연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서는 “이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혐의 입증도 어렵다”면서 성접대 의혹 수사에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레시안에 따르면 당시 강 청장의 발언을 들은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자체적으로 강 청장의 문제 발언을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1일 프레시안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이틀 동안 강 청장의 발언은 ‘은폐’되었다. 프레시안 보도가 나온 뒤인 1일 저녁 방송3사 뉴스에서도 관련 보도는 없었다.
2일에도 강 청장의 ‘성매매 발언’ 파문을 다룬 매체는 오마이뉴스, 데일리서프라이즈 등 극히 일부 인터넷신문과 한겨레신문 정도에 불과하다.
무조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해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강 청장의 문제 발언을 분명히 들었다는 기자들이 있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히고, 상응하는 책임을 지라. 성매매에 대해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비뚤어진 인식을 갖고 있는 인물, 권력형 성 로비를 철저히 수사할 의지가 없는 인물은 경찰청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아울러 강 청장이 과거 ‘기자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언제, 누구에게 성 접대를 했는지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경찰에게 성 접대를 받는 기자들이 몸담고 있는 언론이 어떻게 성상납, 성 접대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모두 언론계에서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출입처 인사들과 친하게 지내며 그들의 문제 발언까지 알아서 ‘이해’ 해주는 것이 기자들의 역할인가? 아니면 출입처 인사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것이 기자들의 역할인가?
경찰청장이 성매매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면 그것은 결코 개인의 소견이나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다. 경찰청장의 공적 업무, 치안총수로서의 자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들이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비판적 사고를 했다면 강 청장의 문제 발언을 보도하고 비판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비판은커녕 발언 자체를 보도하지 않기로 함께 결정했다고 하니 ‘경찰청 출입기자’가 경찰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기자인지, 아니면 국민을 대신해 경찰을 감시 견제하는 기자인지 헷갈릴 정도다.
기자들이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진실보도에 나서야 한다.
최소한 ‘경찰청장이 이러저러한 문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보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이 두려워 이조차 못하는 것인가? ‘권력’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언론들이 끝까지 강 청장 발언 파문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경찰과 언론의 관계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