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정부의 ‘민생지원책’ 및 ‘비정규직법 개정안’ 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9.3.13)그러나 ‘민생지원책’도 ‘비정규직법 개정안’도 민생경제를 살리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받을 수 없는 내용들이다.
우선 정부의 ‘민생지원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땜질식 처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저소득층 생계지원 방식을 살펴보면, 이런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시 생계구호’ 프로그램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근로무능력 가구를 대상으로 월 평균 20만원을 현금으로 6개월간 지급하는 방식이며,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일종의 공공근로제로 공공시설물 개보수 등 공공근로에 참여하면 매달 83만원을 현금과 소비쿠폰으로 6개월간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산담보부 융자’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에 일정 재산 미만의 가구에게 주택 등을 담보로 생계비를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결국 한정된 기간 동안 수 십 만원의 현금과 소비쿠폰을 직접 지원하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것이 저소득층 생계지원의 골자다. 게다가 ‘민생지원책’ 실시 기간 이후의 대책은 아무것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시적으로 현금을 지급하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복지예산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부자감세를 철회해 복지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민생지원책’이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노동부의 비정규직 개정안은 ‘개악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정안은 △기간제·파견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기간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단시간 노동의 범위를 주 15시간에서 20시간으로 확대하며 △파견 범위를 32개 업종보다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더 오랜 기간 동안, 더 광범위하게 비정규 노동자를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유인하는 대책은 미미하다. 300인 미만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4대 보혐료의 50%를 2년간 지원한다는 것인데, 중소기업들이 어차피 4대 보험 가입률이 낮아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을 막는 대책도 비정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차별을 시정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정도에 그쳤다.
13일 조중동은 정부의 ‘민생지원책’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한편,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적극 띄워주거나 아니면 침묵했다.
조선일보는 1면, 8면 보도를 통해 정부의 ‘민생지원책’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담당부처 문의전화 번호까지 기재했다. 또 사설 <복지 사각지대 줄이기 위한 6조원 민생 대책>에서는 “이번 정책은 사회안전망을 보강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시행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면, 4면 보도를 통해 정부의 대책을 ‘3·12 민생안정 대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포장했다.
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1면 기사 <비정규직 ‘실업대란’ 다가오는데… 국회는 손놓아 정부가 법개정 추진>에서 다뤘는데, “정부는 속이 탄다. 현행 법대로 가면 6월로 사용 기간이 끝나는 비정규직 근로자 97만 명이 계약해지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즉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늘이지 않으면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처럼 몰아,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위한 법안,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야 할 법안인 양 호도한 것이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정부의 ‘민생지원책’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사회안전망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추진 방식과 내용을 모두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6면 <6조 들여 서민경제 ‘6개월 땜질’>에서 “정부가 12일 내놓은 ‘민생 안정 긴급지원 대책’은 ‘한시적 지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단기 프로그램’이 끝난 뒤의 대책은 여전히 비어 있다”면서 “이번 대책을 두고 사회 안전망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기보다는 6개월짜리 응급처방을 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기초생활 보장 기준을 완화하고, 자영업자·청년층·장기 실직자들을 포괄하는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하며, 보육과 노인·장애인 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의 주장을 전했다.
한편, 1면 <비정규직 차별 놔둔채 기간만 4년으로>, 5면 <가뜩이나 고용 불안한데… ‘고용 유연화’ 부채질>에서는 비정규직 법안 내용과 그 문제점을 자세히 소개했다.
사설 <‘사회적 합의’를 먼저 깨는 정부>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비정규직법 개악 움직임을 강력 비판했다. 사설은 “대통령은 ‘경제위기에 서로 협력하는 다른 나라 모습이 부럽다’고 말하는데, 일선 부처에선 아무런 타협 노력 없이 덜컥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니, ‘말 따로 행동 따로’가 이 정부의 특징이란 걸 새삼 느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당사자인 노동계와 아무런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진정으로 단합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비정규직법 개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1면 <‘비정규직 규제’ 풀어 反노동>, 3면 <노조 ‘차별시정 신청권’ 배제… 근로조건 후퇴>, <“정규직도 비정규직으로 대체” 전문가들 비판… 노동계도 “고용후퇴 개악”> 등의 기사를 싣고, 개정안의 자세한 내용과 함께 “정부안대로 사용 기간이 2년 더 연장되면 오는 7월 정규직 전환을 예정하고 있던 기업도 이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설 <경제위기 앞세운 비정규직법 개악 안된다>에서는 “개정안을 두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개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비정규직 차별해소라는 법 취지 자체마저 휴지조각으로 만들 위험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저소득층에게는 ‘언발의 오줌누기’식 지원정책을 내놓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역주행 정책을 펴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마저 더 불안해진다면 서민경제는 그야말로 도탄에 빠질지 모른다. 고용불안-소비위축-생산위축의 악순환을 심화시키면서, 저소득층에게 몇 달간 수 십 만원의 돈을 쥐어주는 처방이 과연 무슨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그런데도 조중동은 정부의 생색내기용 ‘민생지원책’을 띄워주고, 비정규직법 개악안은 모른 척하고 있다. 서민 경제살리기에 관심이 없고 오직 정권의 무능을 가리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조중동이 방송마저 장악한다면 우리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하는 것조차 두렵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