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발언 관련 10일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8.03.10)
등록 2013.09.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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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게 ‘MB의 말’은 성역인가?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순방 성과를 소개하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과거정부 외교성과 비하’ ‘아프리카 비하’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온 9일에도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신임 경찰청장 임명 자리에서 7일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집회 참석자들과 경찰의 충돌을 두고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강한 표현으로 ‘시위대의 경찰폭력’을 개탄하며 “공권력 확립”을 거듭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생명을 잃은 철거민과 유가족들에게 변변한 사과 한마디 없었던 것을 돌이켜보면, 과연 이 대통령은 ‘경찰들만의 대통령인가’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국민 6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찰의 살인진압을 이렇게 졸속편파 수사로 덮어버리고 사태를 방치하는 ‘이런 정부가 어디 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인 9일 아침 라디오 연설에서는 “외국의 여야 협력이 부럽다”면서 야당과 비판여론의 목소리를 ‘무조건 반대’로 몰아붙이며 비난했다. 다른 나라 정부들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배울 점을 찾기보다는 ‘다른 나라 야당은 이렇지 않더라’며 야당 공격의 계기나 찾으려는 대통령의 자기중심적 태도가 거듭 놀랍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을 오히려 키워주고 나아가 ‘애정 어린 조언’까지 내놓았다.
10일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1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이대통령 경찰 폭행 언급>에서 단순 전달했다. 그러면서 8면 <경찰 농락하는 ‘도심 시위 게릴라’>, <시위대에 두들겨 맞은 경찰 광대뼈 함몰… “나중엔 무슨 꼴 당할지 겁나”> 등 경찰의 주장을 집중 부각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의 칼럼 <경찰 잡는 폭도>는 용산 철거민 참사추모 시위대를 ‘히틀러’, ‘스탈린’, ‘KKK단’에 비유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전날에 이어 3면 신경무 만평은 촛불시민들에 대한 악의적 매도를 이어갔다. 만평은 “전에 ‘시위’를 하면…”이란 제목의 윗 그림에서 80년대 군부독재 타도와 호헌 철폐를 외치는 시위대에게 시민들이 “힘 내요, 힘”하면서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밑의 “지금…”이란 제목의 아랫 그림에서는 시민들이 시위대를 보고 “내 지갑도 털지 몰라…”라고 외치면서 혼비백산 도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이 정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외국의 여야 협력이 부럽다’며 야당과 비판여론의 목소리를 ‘무조건 반대’로 몰아붙인 데 대해 조선일보는 ‘애정 어린 조언’을 내놓았다.
6면 <“무조건 반대, 안타깝다”… 이번에는 야당 때리기 더 커진 MB의 정치불신>에서 조선일보는 “순방기간 내내 제가 부러웠던 것은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여야가 따로 없는 모습이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아직 이곳저곳에서 정부가 하는 일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안타깝다”라는 등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달 초 임시국회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등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위해 시급하다고 주장한 일부 법안들까지 민주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속으로 삭이고 있던 불만을 외국의 예를 빗대 쏟아낸 것이다”라고 의미부여 했다.
사설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여야 동참’ 호소가 통하려면>은 더욱 가관이다.
조선일보는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 나선 외국 사례를 현장에서 목격하고 돌아오면서 대통령은 정쟁이 끊이지 않고 걸핏하면 국회에서 난장판이 벌어지는 우리 정치를 떠올렸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운을 뗐다. 그러더니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없지 않느냐’는 호소가 정치권에서 호응을 얻으려면 대통령이 먼저 마음을 열고 움직여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친박 끌어안기’를 조언했다.
사설 말미에서는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힘을 합치자며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도 정치권이 이를 뿌리치고 정쟁만 일삼았다면 우리 여론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라며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여야의 경제 살리기 동참 호소’가 국민적 호응을 불러 정치권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중앙, 동아일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0일 1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 MB ‘시위대의 경찰폭행’ 개탄>, 8면 <“경찰이 무슨 죄, 왜 이렇게 미워하나” 김남훈 경사 아버지, 49재서 용산시위대에 눈물 호소>, <집시법 위반 포함 ‘전과 6범 50대’ 추적> 등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공권력 확립’ 발언을 부각하면서 경찰의 강경 대응에 힘을 실었다.
8면 에서는 부제를 <“외국은 경제위기 극복에 여야가 없더라” 은행법 등 민생법안 무산에 답답함 토로>로 붙이며 이 대통령의 야당 탓, 비판여론 탓을 노골적으로 두둔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금산분리 철폐 조치 등을 야당에 압박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같은 면 <해머, 본회의장 최장 점거, 폭행...18대 국회, 낯 뜨거운 ‘기록의 산실’>에서는 마치 이 대통령의 야당 탓, 비판여론 탓이 그럴 만 했다고 강변하는 양 소위 ‘국회폭력’의 실태를 부각했다.
동아일보도 1면 <이대통령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12면 <정찰-잠복조까지 배치... ‘게릴라형 시위대’> 등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부각하고, 경찰의 시위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6면 <“순방국 야당 위기극복 동참 부럽더라” 이대통령 라디오 연설... “국내선 정부 일 무조건 반대 안타까워”>에서도 이 대통령의 야당 탓, 비판여론 탓을 무비판적으로 중계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10일 보도를 통해 9일 이명박 대통령이 잇따라 쏟아낸 부적절한 발언과 인식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2면 <귀국하자마자 야당겨냥 ‘화살’>에서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발언을 소개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외국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반대세력을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사설 <‘위기 극복’ 위한 협력을 누가 방해하는가>에서는 이 대통령의 야당 탓, 비판여론 탓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겨레는 “6박7일 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듣고, 아마 적잖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여러 나라를 둘러보면서 시야를 넓혔을 법도 한데, 모든 상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어쩜 그리 변함이 없을까?’”라며 꼬집었다.
또 “문제는 그런 분위기(협력)를 만들려 하지는 않고, 오히려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 투쟁을 극한으로 내모는 집권세력의 행태에 있다.” “경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법안들을 밀어붙이려다 극심한 갈등과 파행을 몰고 온 게 정부 여당”이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의 ‘공권력 확립’ 발언에 대해서는 2면 <이대통령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 시위대 경찰폭행 사건 관련 ‘공권력 확립’ 주문>에서 간단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에 대해서는 6면 <“정부 일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 있다” 이대통령 라디오 연설... 야 “자신을 탓하고 돌아봐야” 반박>과 사설 <다시 도진 ‘네탓 타령’이 공허한 이유>을 통해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다시 도진 ‘네탓’ 타령도 문제지만, 이 대통령이야말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회적 쟁점 법안에 그토록 목을 매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야 대치의 근인이 ‘MB악법’의 속도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네탓’은 공허하다”며 “현재 30%대 초중반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떻게 볼 것인가.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고도 중산층과 서민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 데 대한 경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따지고 문제 삼았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는 비판받아야 할 내용들도 많았다. 그러나 조중동이 문제 삼아 공격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엉뚱한 것들이었다. 조중동은 수구기득권 세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발언, 수구세력과 수구언론을 비판하는 발언,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상식수준의 발언 등등을 물고 늘어지면서 정권 흔들기에 악용했다. 해외 순방 과정의 한마디 한마디를 문제삼았던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해 프랑스 혁명의 의미를 추켜세운 발언까지 문제삼아 은근슬쩍 ‘색깔공세’를 펴는 경우마저 있었다.
그랬던 조중동이 이명박 대통령의 숱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 보이는 태도는 눈물겨울 정도로 관대하다.
이번 해외 순방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에는) 우리 외교가 정상회담을 하든 만찬으로 끝나고 돌아오고, 돌아오면 그냥 끝나버리고 이런 식의 외교였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정부를 비하했다. 또 “한 출입처에 오래 출입하면 같은 편이 되는 것이 아니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무조건 그렇게 생각한다”며 언론을 향해 ‘내 편’이 되어달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우리는 어떤 것은 세계 최고인데, 어떤 것은 아프리카”라며 특정 지역을 비하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런 문제 발언을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그리고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쏟아낸 문제 발언들에 대해서도 오히려 의미를 부여하고, ‘고충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감쌌다. 조중동이 이런 식이니 이명박 정권이 점점 더 망가지는 것이다.
공권력을 잘못 행사해 국민이 죽었는데, 사과는 커녕 ‘접시를 깨뜨린 일’에 비유하는 대통령, 그러면서 공권력만 더욱 확고하게 세우라는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는 없다. 조중동은 지금 맹목적인 ‘대통령 감싸기’로 이 정권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2009년 3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