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통신심의위의 MBC < 뉴스후 > < 뉴스데스크 > 중징계에 대한 논평(2009.3.5)방통심의위가 내세운 중징계의 근거는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이다. 그러나 해당 방송보도를 보면 도대체 방통심의위가 주장하는 ‘공정성’, ‘객관성’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중징계를 받은 <뉴스후>의 12월 20일 ‘뉴스 업데이트’ 코너는 케이블TV의 예를 들어 대기업이 지상파방송에 진출할 경우 우려되는 시청률 경쟁과 선정적 프로그램의 범람을 지적하고, 신문방송겸영 확대로 우려되는 여론독과점 현상을 다뤘다. 1월 3일 보도 ‘방송법 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서는 언론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 신방겸영 확대 문제점 등을 다루면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과 나경원 의원, 유인촌 장관의 말바꾸기 등을 비판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정책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반대 목소리를 전하고, 정치인들의 말바꾸기 행태를 지적한 것은 지상파 방송 시사프로그램이 당연히 다뤄야 할 내용이다. 이런 보도가 불공정하다며 ‘기계적 균형’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 비판을 하지 말라’는 말이나 똑같다.
<뉴스데스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방통심의위는 12월 26, 27일 언론법안을 심층취재한 보도들과 25일 박혜진 앵커의 발언을 중징계했다.
당시 <뉴스데스크>는 ‘일자리 21만개가 창출된다’는 등 정부 여당이 언론악법을 밀어붙이며 내세웠던 주장들을 비판적으로 따져보고, 신문방송 겸영이 불러올 부정적 결과를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등 시청자들이 한나라당 언론법안을 판단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이런 보도들을 공정성, 객관성으로 문제 삼기 시작한다면 정부 정책에 불리한 내용은 기껏해야 ‘논란’과 ‘공방’으로 다뤄 시청자들의 판단을 흐리라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한편 25일 박혜진 앵커는 뉴스 마지막에 ‘파업동참으로 뉴스진행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양해구하면서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했다. 앵커는 뉴스를 진행하는 사람이지 뉴스를 읽어주는 ‘앵무새’가 아니다. 앵커들이 앵커멘트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시각을 어느 정도 담아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정부와 권력층을 비판하는 ‘촌철살인’의 앵커멘트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경우도 많다. 한나라당이 언론법안을 발의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법안처리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박 앵커의 발언은 ‘팩트’에 기반한 비판이었다. 게다가 박 앵커의 발언은 메인뉴스 진행자로서 방송을 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정도의 발언을 제도적으로 중징계하기 시작한다면 앵커들이 어떻게 정부에 비판적인 멘트를 할 수 있겠는가?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정치적 냉소나 부추기는 멘트를 하면 그것이 ‘공정한 앵커멘트’란 말인가?
‘공정성’과 ‘객관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은 오히려 방통심의위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9월 집회참가자가 들고 있던 손팻말에서 ‘어청수 청장 퇴진’ 문구를 화면에서 지워 KBS 보도에 대해서는 ‘의견제시’라는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또 연말 타종행사 생방송 과정에서 현장 시위대의 야유소리를 지워 ‘조작방송’이라는 비난이 거셌던 KBS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권고’ 조치를 내리는데 그쳤다. 한마디로 방통심의위야 말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팽개치고 ‘정권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만을 심의의 기준으로 삼아 비판적인 언론보도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방송심의의 궁극적 목적이 방송의 질을 높여 방송발전과 시청자 권익 향상에 기여하는 데 있음을 누차 지적해 왔다. 그러나 지금 방통심의위가 하는 일은 정부 비판적인 방송을 탄압해 방송보도의 질을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런 방통심의위라면 없어지는 편이 방송발전과 시청자 권익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방통심의위원’의 이름으로 정권의 방송통제 들러리나 서는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지금이라도 심의위원에서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훗날 ‘이명박 정권 언론탄압의 부역자’들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에게도 촉구한다. 위원회 구조의 취지를 파괴하고 다수의 힘으로 ‘정치심의’를 일삼는 인사들에게 계속 무기력하게 당할 것이라면 심의위원에서 물러나라. 그것이 차라리 이 정권의 방송통제 실상, 방통심의위의 파행 실상을 폭로하는 길이다. <끝>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