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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문화일보의 민주노총 성폭행 사건 취재 및 보도 행태에 대한 논평(2009.2.12)
등록 2013.09.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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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가해’와 왜곡보도에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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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일부 언론과 국가기관의 ‘2차 가해’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11일 피해자 대리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언론이 피해자와 접촉하기 위해 몰지각한 행태를 저질러 피해자에게 고통을 줬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동아일보 기자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함께 있을 때 어땠나요?’라는 문자를 남기는가 하면, 피해자가 분명하게 거부 입장을 밝혔는데도 피해자의 근무처를 찾아가거나 밤 11시에 집으로 찾아가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누르며 괴롭혔다고 한다. 동아일보 뿐 아니라 문화일보 기자도 피해자의 근무처를 찾아갔으며, 조선일보의 경우는 기자가 피해자 전화기에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피해자 측은 처음부터 일체의 언론 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설령 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해도 ‘취재’를 빙자해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괴롭혀서는 안될 일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취재 윤리를 내팽개치고 피해자에게 거듭 고통을 주었다.
피해자의 신상 정보가 유출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피해자를 찾아온 기자들은 ‘국정원, 경찰, 법원을 통해 집주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성폭행 피해자를 앞장서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들이 ‘2차 가해’를 방조한 셈이다.
한편, 일부 신문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왜곡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오 사무국장은 ‘정진화 전 전교조 위원장이 사건 무마를 위해 나섰다’고 말한 적이 없었는데도 자신이 이런 주장을 편 것처럼 동아일보가 왜곡보도 했다며 비판했다. 또 조선일보는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을 시도한 이후에 사흘 동안 따라다니며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피해자 변호인 김종웅 변호사의 인터뷰를 실었으나, 김 변호사는 인터뷰를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12일 동아, 조선, 문화일보는 피해자를 괴롭히고 왜곡보도를 저지른 데 대해 조금도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자사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국가기관의 행태를 비판한 피해자 측의 주장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민노총 성폭력건 누설자 찾기에만 집중”>(10면)에서 피해자 대리인이 민주노총 조사를 비판했다는 내용만 부각해서 실었다.
문화일보는 관련 기사가 아예 없고, 조선일보는 <민노총 뒤늦게 진상조사위 구성>(8면)에서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한 언론들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오 국장의 발언을 간단히 언급하며 축소보도 했고 자사의 왜곡보도를 비판한 데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우리는 일부 신문들이 성폭행 피해자를 이토록 괴롭히고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 왜곡보도를 저지른 이유를 단순한 ‘과열취재’로 보기 어렵다. 이번 사건을 민주노총 ‘쇄신’이 아닌 ‘죽이기’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닌가?
민주노총이 성폭행 사건을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각계에서 민주노총의 잘못을 비판하고 성찰과 쇄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민주노동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잘못을 파헤친다는 명분으로 피해자에게 거듭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사실을 왜곡해 비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의 신상을 캐내 몰지각한 취재행태를 보이거나 피해 관계자들의 발언을 왜곡보도한 동아·조선·문화일보는 피해자에게 공개사과하고 해당 기자와 책임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 당사자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힌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내야 마땅하다. 이들 신문은 민주노총이 성폭행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2차 가해 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제 스스로에게도 같은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기 바란다.
기자들에게 피해자 신상을 유출했다고 알려진 국정원, 경찰, 법원 역시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정보유출자를 문책하고 피해자에게 공개사과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 경찰, 법원이 성폭행 피해자의 정보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철저한 진상을 가려내지 못한다면 피해자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무슨 다른 목적에 따라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끝>

 
2009년 2월 12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