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PD수첩」 ‘용산참사’ 관련 방송에 대한 논평(2009.2.5)
등록 2013.09.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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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대에 <PD수첩>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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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PD수첩>이었다.
용산참사를 다루는 대부분의 방송보도가 검찰 주장을 ‘받아쓰기’ 하거나, 검찰의 ‘면죄부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가운데 <PD수첩>이 다시 한번 진가를 드러냈다.
3일 <PD수첩> ‘용산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 편은 참사의 균형감을 잃지 않고 쟁점 사안들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나갔다.


우선 <PD수첩>은 심층취재를 통해 경찰과 검찰의 거짓말을 밝혀냈으며 검찰 수사가 얼마나 졸속이었는지를 보여주었다.
<PD수첩>은 1월 19일 용역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물대포를 쏘는 장면을 보여주고, 그가 A용역업체 과장임을 확인했다. 또 1월 20일 새벽 6시 경 다른 건물 옥상에 ‘POLICIA’라는 사재방패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진압작전에 투입되는 경찰특공대를 쫓아 사라지는 모습을 포착했다.
‘용역동원 없었다’는 경찰의 주장과 검찰의 발표가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은 ‘철거민들의 시위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해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는 경찰 주장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입수한 경찰 내부 문건, 용산 주민들의 증언, 경찰의 공식적 답변 등을 면밀히 따져본 결과 경찰은 철거민이 농성을 시작한지 세시간만에 특공대 투입을 결정했고, 투입 이전까지 경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피해상황조차 승용차 한 대와 식당 유리창 파손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화재원인에 대해서도 <PD수첩>은 검찰 발표만을 따라가지 않았다.
<PD수첩>은 진압에 참여한 경찰과 농성 철거민들의 주장을 모두 담았다. 이 가운데 ‘경찰이 콘테이너 박스로 쳐서 망루가 휘청였다’, ‘경찰 특공대가 진압작전을 펴며 망루 중간의 기둥을 제거해 바닥이 함몰되면서 쌓여있던 유류통이 나뒹굴었다’는 농성 철거민들의 증언을 담았다. <PD수첩>은 화재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떠넘기려는 검찰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이런 증언들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 용역직원들이 1월 19일부터 20일 새벽에 걸쳐 건물 안에서 계속 불을 질러 소방차가 6번이나 출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소방관들에게 협조하지 않아 방화가 계속되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PD수첩>은 왜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갔는지에 대해서도 비껴가지 않았다.
형편없는 보상금을 받고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들의 절박한 사연을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고, 구청과 경찰은 이른바 ‘용역깡패’들의 불법과 폭력을 방조했다. 이명박 정부와 검찰, 수구족벌신문은 전철연을 ‘폭력의 배후’로 몰았지만 철거민들에게 전철연은 억울한 사연에 귀 기울이고 함께 싸워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PD수첩>은 이렇게 철거민들이 망루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정부와 수구족벌신문이 철거민들에게 씌웠던 ‘복면 뒤의 불법폭력 시위대’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이들이 생존권을 지키고자 했던 평범한 아버지이자, ‘폭력시위’라는 마지막 수단으로 내몰린 우리 이웃이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농성건물 옥상에서 두 팔로 ‘하트’를 만들어보이는 농성 철거민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누가 이들을 망루로 내몰았는가’를 되묻게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이명박 정권 아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에서 <PD수첩>의 존재는 국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검찰은 <PD수첩> 보도로 용역동원 사실이 밝혀지고 졸속수사에 대한 비판과 재수사 여론이 높아지자 수사결과 발표를 6일에서 9일로 미뤘다.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를 미뤘다고 해서 경찰에게 면죄부를 주고 살인진압을 정당화하려는 기조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PD수첩>은 이명박 정권 아래 ‘법과 원칙’이 얼마나 이중적이며 자의적인가를 생생하게 드러냈으며, ‘폭력집단’으로 몰린 철거민들의 진실을 알렸다.
이런 <PD수첩>이 이명박 정권에게 눈엣가시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권은 물론 온갖 수구보수세력이 나서 끊임없이 <PD수첩>을 억압하고 핍박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PD수첩>이 어떤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다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D수첩>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되는 어두운 시대, 우리사회가 이성과 합리성을 잃어버린 때에 더 큰 빛을 발했다. 이명박 시대에 <PD수첩>이 국민의 눈과 귀가되어 해 줄 일이 너무나 많다. <PD수첩>이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면 국민은 <PD수첩>을 지켜줄 것이다.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추구에 성역을 두지 않는 <PD수첩>에 경의를 표한다.<끝>
2009년 2월 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