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국회 예산정책처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의 적절성 조사’ 보고서 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
등록 2013.09.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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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이러니 ‘사익추구집단’ 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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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한나라당 언론악법을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포장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1월 19일 KISDI는 한나라당 방송법안이 통과되면 “방송 시장 규모는 GDP 대비 0.7% 수준으로 성장하고, 방송 광고 매출도 GDP 대비 0.4%를 회복할 것”이라며 “경제 전체의 생산 유발 효과는 적게 잡아도 1조 7000억원”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KISDI는 이 보고서에서 방송분야가 “저성장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신문방송 겸영 등 방송 규제 완화는 신규사업자 진입과 추가자본 유입으로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시키고 방송 콘텐츠의 품질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KISDI의 보고서가 “방송 규제완화를 통해 방송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과연 어떻게 방송시장이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갖는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KISDI의 분석이 “규제완화로 방송시장에 참여하게 될 기업들이 얼마나 증가하고, 이들을 통해 콘텐츠에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며, 기존 방송시장과 차별화 된 콘텐츠가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4일 한겨레신문은 2면 <국회예산처 “언론법 경제효과 제한적”>에서 “한나라당이 제안한 언론관계법이 통과되면 대규모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정부·여당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며 국회예산처의 보고서를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1면과 23면에서 KISDI 보고서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1면 <“방송규제 완화 예상효과 일자리 2만개 근거 없다”>에서는 예산정책처가 “정부와 여당 주장에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하는 한편 정부 여당이 KISDI의 보고서를 방송법 개정의 근거로 내세워왔음을 언급했다. 23면 기사 <“KISDI 미디어산업 보고서 일자리 창출 등 과장·오류”>에서는 KISDI 보고서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동의대 문종대 교수의 연구 보고서를 소개했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일보는 KISDI 보고서를 반박한 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보도하지 않았다. 조중동은 지난 1월 KISDI의 보고서가 나왔을 때는 이를 앞장서 부각한 바 있다. 보고서 내용의 적절성, 신뢰성을 따져보는 보도는 물론 없었다. 이들은 1월 20일 <“법 통과하면 2조9000억 생산유발”>(조선 6면), <“방송법 개정 땐 일자리 2만1000개 생겨”>(중앙 2면), <“방송규제 완화땐 생산유발 최대 2조9000억”>(동아 8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한나라당 방송법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22일 10면 <“경쟁자가 늘면 방송시장 공멸 주장은 허구”>에서 보고서를 총괄 지휘한 염용섭 KISDI 실장의 인터뷰까지 실어 한나라당 언론악법을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포장하는 데 앞장섰다.
이랬던 조중동이 KISDI 보고서를 반박하는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역시 조중동’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KISDI의 보고서를 금과옥조 다루듯 하며 언론악법 ‘분칠’에 적극 이용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은 KISDI가 만들어낸 논리를 그대로 되뇌었다. 또 지난 1월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격주로 발행하는 <코리아플러스〉를 통해 한나라당 언론법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 여기서도 KISDI 보고서는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이 잡지는 지난 설 연휴를 전후해 집중 배포됐다.
그러나 KISDI 보고서는 언론계와 전문가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기업이 언론사를 소유하게 되면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려는 시장경제 논리로 언론을 운영하게 될 것”(최진봉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2007년 말까지 방송산업 실태 자료 등을 토대로 검증한 결과, KISDI 보고서는 미디어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하게 공식에 따라 전망치를 산출함으로써 ‘예측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현 상태에서 규제를 완화해 방송시장의 매출액이 늘더라도 고용창출 효과는 거의 없다”(문종대 동의대 교수), “정부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허황된 보고서로 충성경쟁을 하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에 의존하면 안 된다. 경제·언론학계가 공동으로 객관적인 연구·조사를 한 뒤 이를 근거로 언론법안 제·개정 논의를 해야 옳다”(한진만 강원대 교수) 등등 반론과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국회 예산정책처 마저 KISDI의 보고서가 ‘부실 보고서’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적반하장 격의 주장을 펴고 있다. 4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말했다.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언론악법 정당화’에 이용하다가 그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KISDI의 ‘부실 보고서’를 근거삼아 언론악법의 ‘경제적 효과’를 부각했던 조중동은 ‘침묵’으로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참으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 한나라당과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서 싣는 이런 행태 때문에 조중동이 ‘사익추구집단’, ‘친한나라당 신문’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끝>
2009년 2월 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