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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의 ‘경인운하 경제성 조사 보고서’ 관련 주요 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9.1.16)
등록 2013.09.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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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경제성 부풀리기’에 침묵하는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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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토해양부가 경인운하 재추진의 근거로 삼은 ‘경인운하 사업 수요예측 재조사, 타당서 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KDI가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한 이 보고서가 경제성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5일과 16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KDI 보고서의 문제점을 자세하게 다뤘다.
한겨레는 15일 <경인운하 사업성 분석 6개 시나리오 중 절반서 “경제성 없다” 결론>(1면), <송도신항 4월 착공…인천항 대체효과 ‘신기루’>, <물동량 예측 크게 줄었는데…경제성 있다?>(5면)에서 KDI가 밝힌 경인운하 편익이 곳곳에서 부풀린 흔적이 드러난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16일에도 <경인운하 물동량 추정도 왜곡>(1면)에서 KDI가 “운하를 이용할 물동량을 추정하면서 이른바 ‘정성적’ 방식과 ‘정량적’ 방식에 따른 예측치를 각각 내놓고도 물동량이 적을 것으로 추정된 정성적 예측치는 경제성 분석에서 배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5면 <불리하면 “주관적”배제…결론 짜맞추기>에서도 KDI보고서가 “불리한 것은 ‘주관적’이라며 배척하고 정책적 변수와같이 유리한 것은 적극 채택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전체적으로 ‘경제성 있다’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거기에 맞게 근거들을 짜맞췄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15일 <비용 줄이고 편익은 부풀리고 경인운하 ‘경제성 오류’ 드러나>(1면), <인천신항 완공땐 절감효과 없어 ‘편익 뻥튀기’>(3면)에서 “경인운하를 둘러싼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KDI의 용역보고서를 공개했지만 경제성이 부풀렸다는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16일에는 1면 <경인운하, 경제성 없어 공공사업 전환>에서 “정부가 경인운하 건설을 민자사업에서 공공사업으로 전환한 것이 운하 건설이 경제성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경인운하를 민자사업을 시행할 경우 건설비와 운영비를 당초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15% 이상의 적자가 나기 때문에 공공사업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어 4면 <김포 터미널 대체할 쓰레기 매립지 ‘무대책’>에서는 KDI의 보고서가 주장하는 ‘경제성 확보’를 둘러싼 5대 의문점을 조목조목 짚고 운하 길을 따라 현장르포를 싣기도 했다.

반면 조선·중앙일보는 16일까지 단 한건의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경인운하 경제성 보고서’ 빨리 공개해 의심 풀라>라는 사설을 실어놓고 정작 보고서가 공개되자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동아일보는 15일 <뚫리는 경인운하…봇물터진 논란>에서 경인운하의 경제성 부풀리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KDI는 보고서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별로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성을 산정했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0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는 뜻인데, KDI가 제시한 경제성 수치 중 가장 높은 1.065조차 지금까지 투입된 방수로 2단계 사업비용 4790억 원을 제외했을 때 가능하다고 한다.

편익 부분 계산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KDI가 치수 편익으로 인용한 건설교통부의 2004년 연구조사 결과 자체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KDI는 경인운하의 배후단지 조성에 따른 ‘토지조성 편익’을 7956억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현재 토지가격보다 최대 2.5배나 높은 수준이다. 현재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추게 되면 경인운하 경제성은 1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토지조성 편익’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생기는 이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땅값 상승을 ‘공공사업’의 편익에 포함시킨 것은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뿐 아니다. 보고서는 경인운하 건설시 발생하는 편익(2조 585억원)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4869억 원이 인천항 대체효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지만 이 편익은 인천항이 확장되면 사라지기 때문에 편익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밖에도 KDI는 물류비 절감 효과를 계산하면서 최근 물동량과 물류비용에 대한 조사 없이 3년 전 네덜란드 DHV사의 분석자료를 인용하는가 하면, 여객 수요를 2011년 59만 9000명, 2020년 62만 1000명, 2030년 63만 4000명으로 전망해 편익에 추가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DI는 지난 2002년, 2003년에도 경인운하 사업의 비용편익 비율을 내놨다가 건교부의 재수정 요구에 따라 계속 달라진 수치를 내놓은 바 있다. 가뜩이나 KDI의 경제성 평가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하기 어려운데, 또 다시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려 ‘경인운하가 경제성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국책 연구기관이 정권의 요구에 따라 수치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은 나라 경제를 아랑곳 않는 행태다.

조중동이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이 눈꼽만큼이라도 있다면 KDI 보고서가 어떻게 부풀려졌는지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 모든 것을 떠나 ‘경제 논리’를 따른다 해도 이렇게 부풀려진 경제성 평가만 믿고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경인운하는 이명박 정부가 끝내 대운하를 밀어붙이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대운하를 위한 ‘꼼수’가 아니라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경인운하에 이렇게 목을 매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조중동은 정권과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막무가내로 ‘경제논리’를 들이대다가, 진짜 ‘경제논리’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정략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조중동이 경인운하의 경제성 부풀리기를 이렇게 축소보도 한다면 경제야 어찌되는 말든 이명박 정권에 불리한 것은 모른 척 하겠다는 ‘친이명박 신문’이 면모를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꼴이다.<끝>



2009년 1월 1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