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청와대·재벌·수구족벌신문의 언론 악법 호도를 규탄하는 논평(2009.1.6)
등록 2013.09.2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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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악법이 ‘경제살리기’·‘일자리창출’이라는 증거를 대라
- ‘이명박정권-재벌-수구족벌신문’의 추한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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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과 재벌, 수구족벌신문의 커넥션이 또 한번 추한 모습을 드러냈다.
5일과 6일 이들은 ‘MB악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제 위기 속에서 국회가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한나라당 방송 법안이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전혀 그렇지 않다”며 “미국 소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라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송법안은 방송통신 융합시대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자는 법안들”이라고 강변했다.
박 기획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광우병 파동 때 MBC ‘PD수첩’을 본 많은 사람이 ‘미국 소는 곧 광우병 소’라고 생각했다”, “현재도 당시처럼 합리적인 논쟁보다 감각적인 선동이 더 먹히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나아가 “이번 미디어 법안은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처리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그동안은 나서지 않았는데 침묵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최소한 85개 정도는 통과돼야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는 말도 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청와대를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두 장관은 같은 날 합동성명을 발표해 언론 악법이 “미디어산업 경쟁력 강화”, “미디어산업 진흥”을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MBC 노조의 파업과 언론 악법 비판보도를 맹비난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5단체 부회장단도 이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국회 호소문’을 발표해 언론 악법과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 역시 한나라당의 언론 악법이 통과되면 “신규투자가 활발해지고 2만6천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그러자 6일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로 경제 5단체의 ‘호소문’과 유인촌, 이윤호 장관의 합동성명을 부각해주었다. 기사의 큰 제목은 <“미디어법·FTA 이번에 통과를”>, 작은 제목은 <경제 5단체, 국회에 호소…“더 미루면 경제 회생 차질”>로 뽑아놓았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발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면 하단에 <일부 노조 방송장악 주장은 광우병 선동과 다를바 없어>라는 제목으로 박 기획관의 주장을 담았다. 중앙일보가 언론 악법 통과에 얼마나 목을 매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보도 행태이다.

정권과 재벌, 수구족벌신문은 어쩌면 이리도 손발이 척척 맞는지 ‘수구커넥션’의 일사분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박형준 기획관의 발언은 청와대가 ‘MB악법’의 강행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민의 반대 여론을 ‘선동 탓’으로 돌리고, ‘쟁점법안이 처리돼야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다’, ‘언론 법안은 경제살리기 법안이다’라는 논리를 폈다. 여기에 유인촌, 이윤호 장관은 악법을 ‘경제살리기’라고 우기며 청와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재벌방송’의 수혜자가 될 재벌들의 단체가 ‘대국회 호소’라는 형식으로 악법 강행을 압박했고, ‘조중동방송’의 수혜자가 될 중앙일보는 정권과 재벌의 주장을 ‘특집’이라도 되는 양 대서특필했다.
한나라당이 악법 강행에 시원찮은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언론권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친 형국이다.
그러나 수구커넥션의 이런 노골적인 여론 왜곡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난 광우병 정국에서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조중동은 국민의 분노를 ‘괴담’, ‘선동’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이런 인식은 국민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또 다시 언론악법 반대여론은 ‘선동’ 탓이라고 주장하니 어느 국민이 그 말을 믿을 것인가?
또 ‘재벌방송’, ‘조중동방송’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지금도 재벌과 조중동은 방송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보도’가 포함된 지상파와 보도전문PP, 종합편성PP는 여론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규제하고 있을 뿐이다. 재벌과 조중동이 미디어 산업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다면 ‘보도’가 아닌 다른 방송사업을 통해 하면된다. 왜 굳이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도’ 영역에 진출해야만 한다는 것인가?
게다가 이미 케이블, 위성방송 등 방송산업에 진출해 있는 재벌과 대기업들이 얼마나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키웠는지도 의문이고, 불법경품을 뿌려서 시장을 지배하는 조중동이 방송보도에 뛰어든들 미디어산업 발전에 무슨 기여를 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설령 재벌과 조중동이 방송보도에 진출해 산업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해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보도 진출을 규제함으로써 얻어지는 경제외적 효과들, 즉 여론다양성과 민주적 여론형성이라는 사회적 이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이런 물음에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언론 악법을 ‘경제살리기’라고 우긴다면 국민의 지지는커녕 반감만 커질 것이다. 이미 웬만한 국민들은 조중동이 이명박 정권 만들기의 ‘일등공신’이고,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조중동에게 방송을 나눠주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이명박 정권이 재벌과 1% 부자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고 재벌에게 은행과 방송까지 주려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나아가 ‘재벌방송’, ‘조중동방송’을 통해 수구기득권세력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겠다는 의도까지 꿰뚫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무슨 일에든 ‘경제살리기’, ‘일자리 창출’이라는 논리만 펴면 된다는 착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허황된 주장으로 악법을 밀어붙일 생각을 접고, 진짜 민생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라. ‘마스크처벌법’, ‘조중동방송’, ‘재벌은행’, ‘사이버모욕죄’ 따위가 없어서 정부가 일을 못하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언론 악법 처리를 위해 선봉에서 뛰고 있는 중앙일보에게도 경고한다. 언론악법 강행을 종용하는 시도를 중단하라. 우리는 중앙일보가 광우병 정국에서 써먹었던 ‘선동 탓’, ‘괴담 탓’을 언론 악법에도 재탕하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써왔는지 잘 알고 있다. 청와대는 중앙일보의 주장을 쫓아 ‘광우병 때와 똑같다’는 주장을 폈지만,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지난해 조중동은 국민을 우습게보다가 ‘광고기업 불매운동’으로 혼쭐이 난 바 있다. 중앙일보가 지금처럼 가면 제2, 제3의 조중동 반대운동이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09년 1월 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