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MBC가 이명박 대통령이 펀드에 가입했고, 그 동안의 월급 전액을 불우아동들에게 기부했다며 노골적인 ‘대통령 칭찬’에 나섰다.
MBC는 뉴스데스크 <실제 펀드 가입>(박범수 기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적립식 펀드 2개 계좌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평범한 봉급생활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종류로, 매월 불입하는 금액 역시 보통 펀드 가입자들 수준”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이어 보도는 이 대통령의 펀드 가입이 “금융위기가 몰아치던 지난 9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직접투자는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상품인 펀드라도 사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며 “적절한 상품을 물색해 2차례 정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가입시기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며 ‘펀드 가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한 청와대의 시시콜콜한 해명까지 충실하게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홉 달 동안 매달 천 4백만 원씩 모두 1억 2천여만 원의 월급 전액을 불우한 아동들에게 기부했다”며 “대통령의 월급을 관리하는 김윤옥 여사가 기부 대상자와 단체를 선정해서, 기부금이 월급통장에서 자동이체되고 있다”, “대통령의 월급은 결식아동의 급식비와 청각장애 아동의 보청기 구입, 어린이 암환자에 쓰이고 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나가는 동안 화면 하단에는 “이대통령, 적립식 펀드 2개 가입”, “연금통장에서 자동이체”, “이대통령, 월급 전액 기부”라는 자막이 나왔다. 김윤옥 여사가 언급되는 장면에서는 이날 열린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서 김장을 하는 김 여사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며 ‘이웃사랑’에 앞장서는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부각하기까지 했다.
이미 우리는 MBC의 무비판적인 대통령 동정보도 경향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11일 <실제 펀드 가입>은 무비판 보도를 넘어 ‘정권 홍보’에 나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타의 보도에서 KBS, SBS에 비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MBC가 유독 대통령 동정 보도에서 ‘띄워주기’ 경향이 두드러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게다가 이번 보도는 ‘시기’에 있어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작년 12월 7일 이명박 대통령은 BBK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선거방송에서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약 320여억 원 대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이 대통령은 재산 헌납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최근 대통령의 ‘약속 불이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펀드에 가입하겠다’던 약속도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이런 때에 MBC는 ‘대통령이 최근 펀드에 가입했다’, ‘상품을 고르느라 가입이 늦어졌다’, ‘월급은 불우아동에게 기부했다’는 홍보성 내용만 담긴 보도를 내놓았다.
우리는 이 보도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펀드에 가입했으니 국민들도 안심하고 펀드에 가입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고 선행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전자의 취지라면 대통령의 ‘펀드 가입’ 발언의 적절성을 평가해보고 대통령이 가입했다는 펀드 상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대통령의 ‘펀드 가입’이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후자라면 뉴스 가치 자체가 의심스럽다. 분명한 사실은 어떤 경우든 이 보도가 ‘정권 홍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MBC가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8일에는 <재산 기부 또 논란>(왕종명 기자)이라는 보도에서 대통령이 재산헌납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10일 <‘측근 봐주기’ 논란>(박범수 기자)은 대통령의 ‘측근’인 양윤재 전 서울부시장이 대통령 직속기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며 “건설비리 관련자가 대통령직속 건축정책위원회의 위원으로 일하는 것은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랬던 MBC가 왜 ‘대통령의 약속과 선행’을 낯뜨겁게 칭찬하고 나섰는지 알 수 없다.
무슨 각별한 부탁이라도 받은 것인가? 아니면 ‘KBS, SBS에 비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가 많지만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보도도 한다’는 메시지를 청와대에 주고자 함인가?
최근 MBC 입사 5~13년차 기자 75명이 ‘MBC 뉴스의 위기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뉴스 내용’때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MBC 경영진의 ‘권력 눈치보기’가 심각하다는 말도 흘러나온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노골적인 ‘대통령 홍보 보도’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는가?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방송은 그야말로 ‘고난의 시절’을 맞고 있다. MBC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믿을 곳은 ‘시청자’들이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언론권력에 굴하지 않는 것이 MBC가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고, 경쟁력도 강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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