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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동아일보 사설 < 입대 장병들을 누가 친북이념으로 무장시켰나 >에 대한 논평(2008.12.10)
등록 2013.09.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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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국에 웬 ‘이념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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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은 이 경제 난국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념 타령’이다.
지난 8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매년 입대하는 군 장병 상당수가 대한민국 60년을 사대주의 세력이 득세한 역사로, 군은 기득권의 지배도구로서 반민족·반인권적 집단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국가관·대적관·역사관이 편향된 인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이들을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구비한 강한 전사,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장병들의 ‘사상’, ‘이념’을 문제 삼으며, 이들의 생각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의 이런 발언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방부가 보이고 있는 퇴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6월 국방부는 전두환 정권의 강압정치를 비판한 고교 교과서 내용을 ‘전두환 정부가 민주와 민족을 내세운 일부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 개정해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해 빈축을 샀다. 이어 7월에는 교양서적들을 ‘불온서적’으로 정해 군내 반입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가 해당 서적들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망신을 당했다. 잘못된 과거를 극복하고 변화된 시대에 맞게 군을 개혁하는 데 매진해도 부족할 판에 쿠데타를 일으킨 정치군인의 인권유린을 감싸려 들고, 쓸데없는 이념 논쟁이나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것으로 부족해 장관까지 나서 근거도 없이 장병들의 이념을 문제 삼았으니, 이런 퇴행적 모습이야말로 군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이들이 ‘건강한 국가관’을 갖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닌가?

더 한심한 것은 이런 국방부 장관의 망언을 다룬 수구보수신문의 보도행태다.
10일 동아일보는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입대 장병들을 누가 친북이념으로 무장시켰나>라는 사설을 실었다. 그 내용을 보면 한 편의 코미디다. 동아일보는 이 장관의 발언에 뜬금없이 ‘전교조’와 ‘햇볕정책’을 끌고 들어와 비난하면서 목청 높여 군 장병의 ‘이념’을 걱정했다. 우리 군 장병들의 이념이 ‘이 모양’이 된 건 모두 전교조와 햇볕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이상희 장관이 중대한 기밀이라도 털어놓은 양 그의 발언을 소개한 뒤, “68만 명의 장병을 통솔하는 국군의 수장(首長)이 이렇게까지 실토할 정도라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헌정사를 사대주의와 반민족적 반인권적 역사로 인식하는 젊은이들에게 국방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생각(자학사관)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주적인 북한 정권을 돕는 행위나 다름없다” 등등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이 호들갑에 따르면 우리가 ‘이적 행위나 다름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국방을 맡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더니 장병들이 편향된 이념을 심어준 주범이 “전교조의 좌파 교육이념과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의 햇볕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동아일보가 앞뒤 없고 논리 없는 신문이라지만 해도 너무한다. 아무런 객관적 근거 없이 무조건 전교조와 햇볕정책만 끌어들여 공격하면 되는 것인가? 논리적 반박 자체가 불가능한 막무가내 ‘전교조 공격’, ‘햇볕정책 공격’ 앞에 쓴 웃음만 날 뿐이다.
이 코미디 같은 사설의 결론은 “군이라도 제대로 된 정신교육을 통해 장병들의 왜곡된 국가관과 역사관을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이라는 비장한 당부까지 덧붙였다.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독재와 인권유린을 미화하는 교육을 시키고, ‘불온서적’을 단속해 그들의 생각을 철저히 통제하라는 요구다. 여기에 수구기득권 세력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말이다.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 온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 대통령’, ‘주가 3000 시대’, ‘747’ 등 온갖 장밋빛 전망을 내세워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사회 곳곳에서 수구기득권을 위한 ‘이념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실용’인지 하루하루 기가 막힌다. 여기에 물색없이 나서서 정부를 옹호하고 부추기며, 엉뚱한 집단에 대해 ‘마녀사냥’이나 일삼는 동아일보 같은 신문은 그야말로 국난 극복의 걸림돌이다.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당부한다. 엉뚱한 데에 힘 빼는 일은 제발 그만두고,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해주기 바란다. 어쩌면 이토록 무능하면서도 안일하단 말인가?
동아일보에 대해 ‘위기극복에 나서라’는 요구는 하지 않겠다. 다만 막무가내로 나서서 정부를 두둔하는 일만큼은 좀 참아주기 바란다. 억지 논리로 정부를 감싸려 하다보니 사설은 점점 코미디가 되어 가고, 국민의 스트레스는 커진다. 이 난국에 자중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라.
<끝>



2008년 12월 1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