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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가락동 시장 방문’ 관련 조선·중앙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2008.12.5)
등록 2013.09.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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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을 악용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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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서민들의 ‘눈물’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나섰다.

4일 새벽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동 시장을 찾았다. 가락동 상인들은 이 대통령에게 “장사가 안 돼 못먹고 못산다”, “서민들 잘 살게 해달라. 완전히 굶어 죽겠다. 진짜 진짜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무시래기를 파는 한 할머니는 이 대통령을 붙들고 눈물을 쏟았고, 난처해진 이 대통령은 목도리를 벗어 매어주고 시래기를 사주기도 했다.

그러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대통령과 ‘시래기 할머니’의 만남을 5일 사설로 다뤘다.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가락동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 드잡이판 국회>, 중앙일보 사설의 제목은 <시장 할머니의 눈물과 대통령의 각오>. 제목만 봐도 두 신문이 할머니의 눈물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짐작이 된다.

조선일보는 대통령과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 서민과 중산층의 어려움을 감성적으로 다룬 뒤, 비난의 화살을 온전히 국회로 돌렸다.

사설은 “국민이 앞으로 얼마나 춥고 어둡고 긴 터널 속을 지나야 하는 것인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지금, 국회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다”며 예산안 처리 지연을 거세게 비판했다. 예산안 처리가 왜 지연되고 있는지, 야당들은 왜 정부 예산안을 반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신 예산안이 무조건 빨리 통과되는 것이 서민과 빈곤층을 위한 일이라는 식으로 교묘한 주장을 폈다. 국회가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예산안에는 “사회서비스?청년인턴제 등을 통한 일자리 확대 4조6000억원, 실직자 지원 3조4716억원, 저소득층 자가양육비 지원 324억원, 빈곤 아동 지원 드림스타트사업 149억” 등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힘겨운 사람들을 부축하고 일자리가 없어 암담한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줄 지출 계획들이 담겨 있다”며 조속한 처리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정부 예산안에 반대하는 야당을 비난하는 한편, 여당에 대해서는 ‘야당과 대화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느냐’고 유감을 나타냈다.

조선일보 사설만 보면, 경제실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은 ‘서민과 함께 눈물 흘리는 존재’인 반면 국회는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정쟁이나 일삼는 집단으로 비친다. 특히 야당은 말로만 ‘서민’을 위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예산 처리’를 막고 있는 존재일 뿐이다.

중앙일보는 조선일보만큼 노골적으로 ‘야당 책임론’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경제 실정은 감싸고 야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한 장의 사진이 국민의 가슴을 때렸다. 새벽에 시장을 찾은 대통령의 품에 안겨 무시래기를 파는 할머니가 흐느끼는 장면이었다”며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사실 무리다. 위기가 바깥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가 아무리 지혜로운 정책수단을 써보려 해도 외국의 금융파도가 출렁이고 수출시장이 쪼그라들면 정책효과는 줄어든다”, “국내에서도 대통령은 정치권에 둘러싸여 있다.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여야가 싸우고 있고 법안 통과는 막혀 있다”며 경제위기의 책임을 ‘외국의 금융파도’와 ‘법안 통과를 막는 야당’으로 돌렸다.

이어 “전쟁과 같은 위기 때는 지도자의 각오와 행동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다”며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며 눈물을 흘린 박정희 전 대통령, 9.11테러 현장에서 눈물을 흘린 부시 대통령 등의 사례를거론한 뒤, “이명박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 때마다 민생을 걱정했다”, “그러나 왠지 아직도 국민의 가슴에 와 닿는 게 별로 없다”며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아쉬움을 피력했다.

아울러 “국민들은 대통령이 자신의 특장을 발휘해 구체적 대책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지금의 경제위기를 일종의 국가비상사태로 인식, 본인이 직접 워룸을 지휘하고 국난극복대책을 이끌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손을 내밀어 야당과 박근혜 전 대표세력도 끌어안아야 한다. 비상한 대통령이 나와야 비상한 각료가 나오고 여권이 비상하게 움직인다”는 막연한 주문만 내놓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국민이 무서워서라도 국회가 저런 행태를 보이진 못할 것”이라며 거듭 야당을 비판했다.

중앙일보의 주장처럼 현재의 경제위기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실정이 그 핵심 원인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대책이 우왕좌왕하면서 위기를 키웠으며, ‘강만수 경제팀’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이 경제난국에서도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라는 역주행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정부의 예산안이 문제가 되는 이유도 이런 역주행 정책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부자들에 대해서는 감세정책을 펴면서도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은 부족하고, ‘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해 심각한 재정적자가 우려된다는 등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정부 예산안의 문제점에는 눈을 감은 채,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며 ‘정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으로 사태를 왜곡하고 이를 위해 ‘서민의 눈물’을 끌어들이고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서민의 고통’을 말할 자격이 없다. 종부세 무력화를 비롯한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를 끊임없이 부추긴 신문들 아닌가? 이래놓고 ‘서민의 고통’을 이용해 대통령의 책임을 물타기 하고 야당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부자와 이명박 정부를 위해 앞장서면서 겉으로는 서민을 위하는 척 하는 조선?중앙일보의 행태가 참으로 놀랍다.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명박 정부를 방어하려면 적어도 서민은 입에 올리지 않는 ‘양심’이라도 보이기 바란다. <끝>

 

 



2008년 12월 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