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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중앙일보 사설 <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씁쓸한 뒷맛 >에 대한 논평(2008.12.1)
등록 2013.09.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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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촛불정국에서 헛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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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대형마트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해왔던 중앙일보는 28일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줄서서 구입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몇몇 대형마트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 국산 쇠고기 판매량을 앞질렀다고도 했다.
오늘(1일)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씁쓸한 뒷맛>이라는 사설도 실었다.
사설은 미국산 쇠고기가 판매 첫날 “50t이 나갈 만큼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고,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소비자의 혜택이 커졌고 선택폭은 넓어졌다”는 내용으로 시작됐다. 그러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과 촛불집회를 거듭 비난하고, “새 정권 초기, 개혁을 위한 금쪽같은 시간은 허망하게 흘러갔다”고 한탄했다.
“과학과 이성 대신 괴담과 악플만 난무하면서 나라 전체는 중간지대 없이 찬반 양쪽으로 두 동강 났다”, “‘미국소=미친소’로 둔갑시킨 한 TV 프로그램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는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등등 사설의 주장은 여전히 ‘괴담론’, ‘방송탓’에 기대고 있었다.
또 “불법시위로 서울 도심은 밤마다 마비되고, 일부 신문에 대해선 비이성적인 광고주 협박 사태가 벌어졌다”며 “촛불시위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3조7500억원에 이른다”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수치는 전·의경의 시간당 임금을 부풀리고, 조중동의 근거없는 광고 피해액을 포함시키는 등 발표 당시 억지 계산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었지만, 중앙일보는 거듭 악용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미국산 쇠고기의 운명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광우병 안전문제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며 지극히 막연한 언급으로 끝냈다. 정부를 향해서는 “촛불시위는 한·미 쇠고기협상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긴 것이 화근”이었다며 “이런 무신경과 실수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중앙일보가 이런 사설을 쓴 의도가 그저 ‘미국산 쇠고기 판촉’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중앙일보는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는다’는 사실을 최대한 부각하고, 이것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인 양 호도하려들고 있다.
그러나 오늘 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가 잘 팔린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에서 한 걸을 더 나아갔다. 사설은 “LA갈비의 달콤함에 빠져 지난봄의 쓰라린 경험을 잊어선 안된다”며 “제2의 촛불사태가 일어나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산 쇠고기를 대형마트 판매대에 올려놓았지만, 촛불사태를 교훈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자’는 일종의 결의를 수구기득권세력에게 촉구한 것이다.
사실 촛불집회 과정과 이명박 정권의 대처를 찬찬히 돌이켜보면 중앙일보의 이런 반응이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이렇다 할 견제세력이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출발했고 정치, 경제, 사회, 언론·문화, 통일·외교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부자와 재벌, 수구기득권세력들의 요구를 일사천리로 처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조중동 수구보수신문들은 이명박 정권의 시대착오적 일방독주를 ‘개혁’, ‘정상화’ 따위로 둔갑시켜 미화하고 찬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평범한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수 백만 명이 넘는 촛불시민이 이명박 정권의 강력한 견제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몇 달 동안 지속된 촛불정국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수구보수세력이 구상했던 온갖 구시대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또 촛불집회가 열린 광장에서는 수많은 의제들이 공유되었고, 각종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중동 왜곡보도에 대한 분노, 방송장악에 대한 저항도 촛불집회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정권이 이런 국민적 저항에 다시 맞닥뜨리는 상황, ‘수구보수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두려울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능함을 드러냈고, 경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저항을 촉발시킬만한 영향력 있는 ‘의제 설정자’를 경계하는 것은 수구보수신문으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독자들을 향해서는 ‘방송과 인터넷은 괴담의 진원지’라는 음해를 반복하고, 정권을 향해서는 ‘정신을 차리고 괴담에 휘둘리지 말자’고 촉구하는 것 아니겠는가?

중앙일보가 두려워하는 ‘제2의 촛불사태’가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구보수신문들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가린다고 해서, 또는 이명박 정권이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고 공영방송을 장악한다고 해서 국민의 저항을 원천봉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정권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괴담’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몰아붙이고 탄압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정권은 무차별적인 탄압과 여론통제로 촛불을 껐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마음 속의 촛불도 다 꺼뜨렸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수구보수신문과 이명박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를 맛보면서 잊지 말고 곱씹어야 할 대목”은 ‘괴담’에 휘둘렸다는 후회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잇따른 실정에 국민들의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현실, 조중동의 왜곡보도로는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다는 사실이다. <끝>

 



2008년 12월 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