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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블랙투쟁’ 관련 방통심의위의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결정에 대한 논평(2008.11.26)
등록 2013.09.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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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투쟁’ 중징계한 방통심의위야말로 시청자에게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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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달 8일 YTN 노조가 벌였던 ‘블랙투쟁’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결정을 내렸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방송 재허가시 감점요인이 되는 중징계로 방통심의위는 지난 7월 MBC 광우병 보도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방통심의위가 ‘블랙투쟁’에 대해 중징계 결정을 내린 과정과 그 근거를 보면 ‘정치심의’라는 말 외에 표현할 길이 없다.

방통심의위는 이번에도 ‘합의제 위원회’의 기본 정신을 무시한 채 친정부 성향의 위원 5명만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심의 과정에서 야당 추천 위원 3인은 ‘블랙투쟁’을 벌인 YTN 노조에 소명 기회를 줄 것을 주장했다. 지난 14일 방송심의소위가 YTN 간부의 의견만 듣고 최종 판단을 전체회의로 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에게 소명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위원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3인의 위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퇴장하자 나머지 위원들이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밀어붙인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이렇듯 위원회 구조의 합의정신을 짓밟는다면, 친정부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방통심의위의 모든 의사결정이 이명박 정권의 입맛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위원회’는 ‘허울’뿐이고 실상 이명박 정권과 여당의 ‘정치심의 기관’인 것이다.

친정부 성향 위원들이 ‘블랙투쟁’을 중징계한 근거는 더욱 기가 막힌다.
이들은 YTN 노조의 ‘블랙투쟁’이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품위유지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징계에 동원된 논리는 방송심의 규정 제7조 ‘방송의 공적책임’ 1항 (방송은 공적매체로서의 본분을 다하여야 한다), 제9조 ‘공정성’ 4항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7조 ‘품위 유지’ 1항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며,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등이라고 한다.
우리는 정권의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고 부당징계에 항의해 검은 옷을 입은 것이 왜 ‘방송의 공적책임’을 도외시 한 것인지, ‘방송의 품위와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것인지 오히려 묻고 싶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대통령 측근을 보도전문채널 사장자리에 앉히는 것이야말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훼손하는 것 아닌가? 방송보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품위는 바로 ‘공정보도’가 아닌가? ‘낙하산 사장’의 투입으로 인해 공정보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여기에 맞서 싸우는 것이야말로 시청자들에 대한 최고의 예의가 아닌가?

검은 옷을 입은 것이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친정부 위원들은 YTN 노조가 ‘검은 옷’을 통해 노조의 일방적 주장을 전달했기 때문에 ‘공정성’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다.
진행자의 옷차림을 놓고 ‘공정성’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타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방통심의위는 방송보도에 있어 어떤 옷차림이 공정하고, 어떤 옷차림이 공정하지 않은지 그 기준부터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설령 방송진행자나 기자의 옷차림이 ‘공정성’ 심의 대상이 된다 해도 ‘검은 옷’을 ‘노조의 일방적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논란거리가 된다.
그런데도 친정부 위원들은 방송심의 규정의 ‘공정성’ 조항을 마구잡이로 들이밀며 ‘검은 옷=불공정’이라는 억지를 부렸다.

징계의 수준 역시 납득할 수 없다.
지난 10월 24일 방통심의위는 KBS <뉴스9>가 불교계의 집회를 보도하면서 화면에서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문구를 삭제한 데 대해 ‘의견제시’ 결정을 내렸다. ‘의견제시’는 일종의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의 징계다.
정부에 비판적인 주장을 화면에서 삭제한 것은 ‘조작’이다. 공영방송의 공적책임을 저버렸음은 물론 공정성 측면에서 중징계를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방통심의위는 KBS에 대해 ‘의견제시’ 결정을 내렸다.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한 보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를 휘둘렀던 방통심의위가 YTN의 진행자들이 ‘검은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것이야말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저버린 명백한 ‘정치심의’가 아닌가?

방송심의의 궁극적 목적은 방송의 질을 높여 방송발전과 시청자 권익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금 방통심의위는 이런 방송심의의 기본 정신을 짓밟고 ‘정권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만을 심의의 기준으로 삼아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들을 통제하고 양심적인 언론인들을 벌주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고 나온 YTN 사원들이 아니라 이들을 ‘정치심의’로 중징계한 방통심의위원들이다. <끝>

 



2008년 11월 2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