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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미디어비평 > 첫 방송에 대한 논평(2008.11.24)
등록 2013.09.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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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의 ‘불안한’ 출발,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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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된 <미디어포커스>를 대신해 신설된 <미디어 비평>이 22일 첫 방송 됐다.
앞서 17일부터 방송된 <시사360>은 <시사투나잇> 만큼의 심층성과 비판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누리꾼 ‘미네르바’를 다룬 보도는 왜곡된 의제설정이라는 질타까지 받았다. 우리는 <시사360>에 대한 시청자의 비판적 반응이 <미디어 비평>에 ‘약’이 되어주기를 바랐고, <미디어 비평>은 이런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미디어 비평>을 ‘칭찬’하기는 어렵다.

<미디어 비평> 첫 방송은 ‘특집’ 형태로 구성됐다. 세부적인 코너를 나누지 않고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라는 제목을 달아 프로그램 전체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했으며, 성우가 내레이션을 했다. 내용은 YTN, KBS 등 현재의 방송계 상황, 과거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 최근 KBS 보도의 문제점, <미디어 비평>에 거는 언론학자들의 ‘당부’로 구성됐다.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미디어 비평>이 출발하게 됐다’며 “언론보도 비평은 물론이고 언론에 대한 권력의 압력, 권언유착 등을 성역 없이 감시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언론이 권력에 당당할 수 있는 날 같은 언론끼리도 할 말을 하고 사는 그 날을 우리는 꿈꾼다”라는 일종의 ‘제작진의 변’을 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언론계가 겪고 있는 ‘고초’도 알고, <미디어 비평>의 사명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미디어 비평>은 곳곳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미디어 비평>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첫째,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를 다루면서도 민감한 문제나 핵심이 되는 내용은 슬쩍 비껴가는 경향을 보였다.
<미디어 비평>은 YTN ‘낙하산 사장’ 사태, KBS 정연주 사장 해임,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을 다뤘다. 이런 아이템을 다뤘다는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특히 YTN을 다룬 내용에서는 구본홍 씨가 사장으로 선임되기까지 절차상의 하자, 정부의 ‘구본홍 구하기’ 의혹을 잘 전달했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를 슬쩍 넘어 가거나 애매하게 다룬 대목도 있었다.
예컨대 <미디어 비평>은 KBS 정연주 사장 해임을 다루면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기 전 공권력이 KBS에 투입됐다’, ‘검찰의 정연주 사장 수사 이유였던 세금 소송사건은 3년 전 법원의 조정으로 합리적으로 조정된 것임에도, 감사원과 검찰이 문제삼는 것에 대해 서울고법원장이 유감을 표시했다’는 사실 등을 들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KBS 사장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 이 때문에 정연주 사장의 해임은 ‘초법적’인 것임은 애써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정연주 사장 해임이 “예고된 것”이라고 설명한 대목이다.
<미디어 비평>은 정 사장에게 “‘노무현 코드인사’, ‘좌파방송의 수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그래서 일찌감치 ‘퇴진대상 0순위’에 올라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을 근거 없이 비난한 수구보수 세력의 정치공세를 ‘객관적 평가’라도 되는 듯 전제하고, 그의 해임이 ‘예정’되었다고 몰아간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어 <미디어 비평>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추종세력으로서 아직도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은 정권을 교체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주장을 담기도 했다.
KBS 사장의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되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않은 채, 정 사장 해임을 “예고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정권이 바뀌었으니 KBS 사장도 나가라’는 여당 원내대표의 정치공세만을 실어준 것이다. 이는 정연주 사장 해임을 ‘정치세력들이 방송을 놓고 벌이는 각축’ 쯤으로 몰아갈 우려가 있으며, 명백히 사건의 본질을 흐린 것이다.

정권의 <PD수첩> 탄압을 다룬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미디어비평>은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다룬 <PD수첩>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면서 조중동이 <PD수첩>을 비난한 기사만을 보여주었다. <광우병 부풀리는 무책임한 방송들>(중앙 5/2) <TV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조선 5/2), <‘미국 쇠고기 괴담’에 소비자 불안>(동아 5/1) 등인데, <미디어 비평>은 이 기사들의 출처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이처럼 <PD수첩>을 비난한 조중동 기사들을 보편적인 ‘여론’이라도 되는 것처럼 ‘반향’이라는 표현으로 보여준 뒤, “PD수첩이 의도적인 편파왜곡을 해서 국민들을 혼란시켰다”, “검찰은 조속히 수사해서 명명백백한 진실을 밝히고 이런 문제는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는 등 정부 여당 인사들의 주장을 전했다.
더욱이 <미디어 비평>은 정부 여당이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를 종용하고, 검찰이 5명이나 되는 검사로 전담반을 꾸려서 방송프로그램을 수사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언론탄압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다만 <PD수첩> 제작진이 검찰 수사에 불응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전하면서, ‘검찰에 스스로 출두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제작진의 발언을 담는데 그쳤다.

둘째, <미디어 비평>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었다.
<미디어 비평>은 YTN, KBS, <PD수첩>의 사례를 다룬 뒤, “과거 정권 때에도 집권 초기, 이른바 ‘언론 길들이기’ 차원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참여정부의 서동구 KBS 사장 임명, 김영삼 정부 시절 중앙일보의 권영해 국방장관 보도 사건, 박정희 정권의 경향신문 강제 매각을 예로 들었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언론환경이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전체 방송시간의 1/3에 가까운 9분이 넘는 시간을 ‘과거 정권의 언론통제’에 할애한 데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게다가 <미디어 비평>은 각 정권들이 보인 언론통제, 방송장악 행태의 경중과 특수성을 따지지 않고 그저 ‘과거 정권들도 유사한 경우가 있었다’며 세 가지 사례를 든 것이다. 이런 편집이 전체 맥락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할 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프레스 프렌들리’의 “그림자”를 다룬다고 해놓고, 자칫 ‘과거 정권들도 언론통제, 방송장악을 하려 했었다’는 메시지를 남길 우려는 없는 것인가?
어떤 정치권력이든 언론통제의 유혹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통제가 ‘권력의 당연한 속성’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공영방송은 정권이 언론통제의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감시하고 비판할 의무가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전히 파괴하는 초법적 방식으로 KBS 사장을 갈아치웠고, 방송장악을 위해 공안기관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망령까지 불러냈다. 게다가 여론의 비판에 눈도 깜짝하지 않는 등 ‘민주사회에서 선출된 권력’의 행태라고 믿기 어려운 갖가지 언론통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이명박 식 언론통제’를 보다 예리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
혹여 <미디어 비평>이 과거 정권의 언론탄압 사례들을 길게 언급한 이유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만 비판한다’는 수구보수 세력의 비난을 염려한 ‘기계적 균형’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셋째, <미디어 비평>은 KBS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미디어 비평>은 정연주 사장이 쫓겨난 후 이병순 씨가 취임하는 과정의 문제, ‘이병순 체제’에서 벌어진 인사와 편성의 파행을 다루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이 정규 편성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점을 지적한 정도였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이병순 사장 취임 후 KBS 보도를 평가한 대목이다. <미디어 비평>은 지상파 방송3사의 최근 두 달 간 메인뉴스를 자체 분석한 결과, 대통령 관련 보도가 리포트와 단신기사를 합해 KBS 9시 뉴스는 54건, MBC 뉴스데스크 49건, SBS 8시 뉴스 50건으로 나타났다면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KBS 보도가 정권이 바뀐 뒤 “비판의 날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두 사람의 인터뷰를 담았다. 그러나 그 동안 문제로 지적되었던 KBS 보도의 구체적 사례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또 KBS 기자협회장의 인터뷰는 “민감한 사안들이 소극적으로 보도되고 일부는 민감한 사안이 보도되지 않는, 기자들이 제작을 했는데도 보도가 되지 않고 누락되는 경우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볼때 개개 사안 보도에 대해서는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힘들지만 전반적으로 큰 흐름으로 봤을 때는 우리보도가 굉장히 소극적이고 약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개개 사안별 보도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부 인사의 인터뷰만으로 처리해도 좋은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가 평가할 때 KBS 보도는 심층성과 비판성에서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본질을 따지고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니 ‘양비론’으로 흐르는 경우도 많다. <미디어 비평>이 자사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안팎의 비판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뤄 주기 바란다.

<미디어 비평>은 권력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미디어포커스>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런 <미디어 비평>이 ‘제대로 된 비평 프로그램’이 되려면 제작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상황 논리’가 아닌 ‘내용’으로 평가받는다. <미디어 비평>이 끝내 <미디어포커스>를 죽이기 위한 사측의 ‘꼼수’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 진화해 갈지는 제작진의 몫이다.
시청자들이 <미디어 비평>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미디어 비평>이 KBS 전체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분발해주기 바란다.
<끝>



2008년 11월 2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