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인 누리꾼들에 대한 재판 도중 법정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원고 측 증인이 피고인 측 방청객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피해업체’ 증인으로 출석한 모 여행사 광고담당 직원은 증인석에 앉자마자 “법정 밖에서 기다리던 중에 피고인 측 사람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신변을 위협을 느껴 증언을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일부 방청객이 자신에게 욕설을 하며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했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이 지목한 방청객 2명을 퇴장시키고 나머지 증인들이 방청객과 마주치지 않도록 별도의 통로에 대기시켰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피고 측 방청객들과 목격자들의 주장은 이 여행사 직원의 주장과 완전히 다르다. 여행사 직원이 먼저 피고 측 방청객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했고, 이 때문에 언쟁이 벌어졌지만 여행사 직원을 협박,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도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는 여행사 직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누리꾼들을 공격할 ‘호재’라도 만난 듯 여행사 직원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정사실로 보도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려 들었다.
조선일보는 19일 <‘조·중·동 광고중단 협박’ 공판 증언 나선 여행사직원 “재판 전 피고인 측 방청객한테 폭행 당했다”>(10면)를 싣고 “피해업체들이 우려했던 증언에 따른 ‘2차 피해’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법정에서 폭언 등으로 소란을 피우는 방청객에 대해 재판부는 직권으로 감치 명령 후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날 재판부는 폭력을 휘두른 방청객의 신원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양 몰기도 했다.
20일에는 <‘광고중단 협박 사건’ 법정증인 폭행자 검거나서>(12면)에서 “피해업체 직원이 증인으로 나섰다가 피고인 측 방청객들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범인 검거에 나섰다”며 거듭 누리꾼들을 ‘폭행범’으로 몰았다.
중앙일보 역시 19일 <‘광고주 협박’ 증언 나온 피해업체 직원 “피고인 측 참관인에게 협박·폭행당해”>(2면)에서 여행사 직원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보도했다.
이어 20일에는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기사와 함께 사설 <증인 폭행하는 무법 재판정 왜 방관하나>라는 사설까지 실었다. 제목에서부터 여행사 직원의 주장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후, 재판부가 ‘증인 폭행을 방관했다’는 식으로까지 몰아붙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 피해 업체에 대한 협박이나 폭행 등은 예견 됐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펴더니, 재판부가 재판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고 측에 ‘피해업체 명단을 공개하라’고 한 결정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증인에 대한 보복이 우려된다면 형식적인 투명성에만 얽매일게 아니라 증인 보호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증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는 열람·복사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제266조 3의 2항)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이와 같은 주장은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누리꾼들을 ‘폭행범’으로 몰았다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조중동 측 증인의 일방적인 주장을 빌미 삼아 재판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보겠다는 얄팍한 수다.
즉, 재판부가 원고 측에 요청한 ‘피해업체 명단 공개’를 ‘증인 보호’라는 핑계로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조중동과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기업들이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려면 객관적인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광고불매운동으로 누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조차 내놓지 않고, 누리꾼들을 처벌하라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재판부가 증인 보호를 “무신경하게 처리하여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며 몰아세우는 한편, 검찰의 ‘피해 업체 명단 공개 거부’와 ‘변호인의 서류 열람·복사 신청 거부’를 정당한 증인 보호인 양 두둔했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증인 폭행 등 보복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며 증인 폭행의 심각성을 늘어놓더니 재판부가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포기한 셈”이라며 “검찰은 폭행 진상을 속히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히 처벌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19일과 20일에 걸쳐 관련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 누리꾼들을 ‘폭행범’으로 몰고 재판부를 질타했다.
19일 동아일보는 1면과 10면에 각각 <광고주 협박 피해 증인 “피고인 측이 폭행”>, <“수십 차례 협박 전화…살해 위협 느껴”>라는 기사를 싣고, ‘수차례 협박전화를 받았고, 살해 위협을 느꼈다’는 여행사 직원의 주장을 부각했다.
20일에는 사설 <법정 증인 때린 방청객에게 법의 엄정함 보여줘야>를 실었다. 사설은 여행사 직원의 일방적 주장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후 “5월 이후 석 달간 서울 도심에서 불법 폭력시위를 벌여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비웃던 이른바 ‘촛불 세력’의 일부가 이젠 법정 증인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의 지배와 사법제도에 대한 거듭된 부정이자 사법부에 대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조중동 불매운동 누리꾼, 촛불 시민들을 폭력집단인 양 싸잡아 매도한 것이다.
사설은 여행사 직원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협박이 얼마나 집요하고 악랄했는지 실감 한다”며 거듭 누리꾼들을 ‘악랄한 협박범’으로 몰았다. 나아가 “검찰은 증인 폭행범을 반드시 찾아내 법이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야한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 12면 기사 <검 “증인 협박은 중대 범죄…가담자 색출”>에서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광고주 기업 직원이 폭행, 협박 당한 데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며 “증인 협박 및 폭행이 사실로 드러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범죄에 해당돼 피해자의 고발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검찰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친 재판과정에서 조중동의 논리는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조중동은 누리꾼들의 광고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이 ‘피해업체’라고 소환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매출감소가 네티즌의 항의 전화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게 회사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검찰과 조중동이 미국 판례를 처벌 근거로 들어 2차 불매운동을 ‘불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법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판례를 제시했다. 이들은 검찰이 공정거래법 또는 독점금지법을 엉뚱하게 불매운동금지법령으로 왜곡 인용했다며 2차 불매운동을 ‘합법’으로 판결한 미 연방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처럼 자신들의 주장이 통하지 않는 데서 오는 초조감 때문이었는지 원고 측 증인과 검찰이 미리 ‘입을 맞춘’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 10월 28일 조선일보에서 나온 증인은 자신이 답변할 질문을 미리 검찰에게 제공하고 재판과정에서 ‘준비된 답변’을 차례대로 읽다가 변호인 측에게 발각되었고 결국 법정에서 퇴장당했다. 증인과 검찰이 질문과 답변을 미리 조율한 이런 행태야 말로 재판부를 우롱한 것이다.
이처럼 재판에서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으로 몰리자 조중동은 여행사 직원의 일방적인 주장을 빌미삼아 재판의 분위기를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완전히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 쪽 주장만을 기정사실로 단정하고, 재판부를 압박하는 이런 편파적인 태도를 보일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조중동으로부터 ‘폭행범’으로 몰리고 있는 누리꾼들은 검찰 수사 소식에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사실을 명명백백 밝혀 억울함을 벗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검찰이 얼마나 공정한 수사를 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논란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흐리지 않기 바란다. 재판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노골적인 편파보도로 재판부를 압박하는 조중동의 행태야말로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다. 재판부가 이런 얕은 수에 휘둘리지 말고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