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쌀 직불금 국정조사 파행’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8.11.12)
등록 2013.09.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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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지면에서 ‘쌀 직불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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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 관련 국정조사가 시작부터 파행이다. 10일 국회가 쌀 직불금 파문 국정조사에 착수했지만,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 자료제출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국정조사 특위는 10일까지 정부로부터 명단을 받아 예비조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감사원은 “건강보험공단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명단을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뺌했고, 행정안전부와 농림수산식품부도 “아직 자체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명단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핵심적인 자료 없이 국정조사를 진행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과연 정부가 이번 국정조사에 협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국정조사는 12월 5일까지다. 정부는 다음 달 초에나 명단을 낼 수 있다고 하니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 중 하나인 ‘불법수령자 명단’ 없이 국정조사를 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쌀 직불금 부당 수령에 대해 목청을 높였던 조중동은 정작 진상조사가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는데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

11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각각 <직불금 국조 ‘정부 비협조’로 발도 못떼>(6면), <정부 “빨라야 이달말에” 여야는 공개 범위로 마찰>(6면) 기사를 통해 10일 국정조사 파행과 그 이유를 자세히 보도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쌀 직불금 국조 첫날 ‘삐걱’ “정부, 수령자 명단 제출 안해”>(10면)에서 1단짜리 기사로 짧게 언급했을 뿐이며, 조선·중앙일보는 아예 다루지 않았다.
12일에도 조중동은 관련 기사를 전혀 싣지 않았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만이 사설을 실어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 <정부는 쌀 직불금 국정조사를 방해할 건가>에서 정부가 “국정조사가 시작된 뒤에야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명단을 못내겠다는 것은 국회를 깔보는 태도일 뿐 아니라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직불금을 부당하게 받은 정치인과 공직자 등 사회 유력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여야의 대국민 약속도 공수표가 될 터”라고 비판했다. 또 “분노하고 있는 농민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정부는 준비된 자료만이라도 우선 제공하는 등 국정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쌀 직불금 국조 비협조는 대국민 범죄다>에서 “정부가 갖가지 군색한 이유를 들어 국조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은 대국민 범죄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즉각적으로 국조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또 “직불금 국정조사의 지지부진은 진상 규명보다는 정략적 목적에 더 관심이 있는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며 국회를 향해 “정부가 시간 끌기를 하지 못하도록 다각도로 대책을 세워 쌀 직불금 파동의 진상과 함께 정부의 비협조 전모를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4일 쌀 직불금 문제가 터지자 조중동은 공직자들과 감사원을 질타하는 한편, 사태의 근본 원인을 ‘노무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듯한 보도 경향을 보였다.
쌀 직불금 부당 수령이 노무현 정부 탓이든 이명박 정부 탓이든 쌀 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면 될 일이다. 아울러 누가, 어떤 방법으로 쌀 직불금을 받아갔는지 밝히는 것은 진상규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조중동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0월 23일 중앙일보는 사설 <직불금 국정조사에서 경계해야 할 것>에서 “국정조사의 첫째 임무는 진실 규명”이라며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나랏돈을 부당하게 탔는지”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동아일보는 10월 21일 사설 <쌀직불금 국정조사, 또 정쟁판 만들건가>에서 “기왕에 여야가 합의한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비리와 은폐 의혹을 규명하고 제도 개선까지 마무리 해줬으면 한다”, “국정조사의 1차적 목표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누가, 어떻게, 얼마나 많은 세금을 직불금이란 명목으로 도둑질했는가’를 밝히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한 뒤 오히려 ‘국정조사’를 부정적으로 다룬 기사를 실었으나, 10월 16일 사설에서는 “쌀 직불금을 타간 공직자를 낱낱이 밝혀내고 그들이 받아간 돈을 고스란히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폈던 신문들이 직불금 수령자 명단 제출에 비협조적인 정부로 인해 국정조사가 어려움을 겪는데도 ‘모른 척’ 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쌀 직불금을 타낸 사람들 중에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 4명, 고위 공직자 3명, 기초단체장·지방의원 433명 외에 언론인도 463명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혹시 조중동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언론인 463명의 명단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 정부의 비협조를 모른 척 하는 것인가?
실제로 중앙일보는 10월 23일 사설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나랏돈을 부당하게 탔는지” 파헤쳐야 한다면서도 ‘묘한’ 주장을 폈었다. 당시 중앙일보는 “과도한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며 “관행적 현상이었던 외지인의 농지 소유를 범죄적 시각으로 보는 일도 피해야 한다. 사회문제가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지금은 경제 비상시국이다. 정치권이나 사회가 집중해야 할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는 말로 사설을 맺었다. 명단이 공개됐을 때 부당 수령자들에게 쏟아질 사회적 비난과 파장을 미리 단속하려는 듯한 태도로 읽혔다.
조선일보의 경우는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공직자”만을 놓고 발본색원을 주장했을 뿐, 국정감사가 합의된 후에는 “명단 공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요구를 하지 않았다.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국민을 분노케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의 진실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 추궁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정파적 이해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직불금을 타간 공직자와 감사원을 질타하고, 진상규명을 외쳤던 조중동의 목소리가 ‘진심’이라면 이명박 정부에게 국정조사 협조를 촉구해야 함은 물론 언론계를 포함한 직불금 부당 수령자들에 대한 심층취재에 나서야 마땅하다.
진상규명에 비협조하는 정부 행태에 입을 꽉 다물고 있다가, 국정조사가 성과없이 끝났을 때 정치권을 향해 공허한 비난이나 한마디 하는데 그친다면 누가 조중동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겠는가? <끝>

 

 



2008년 11월 12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