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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개편 반대’에 나선 KBS 직원들을 지지하는 논평(2008.11.11)
등록 2013.09.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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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씨, ‘밀실개편’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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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가을개편에 대한 KBS 내부 직원들의 반발과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김덕재 KBS PD협회장이 ‘졸속·관제개편 중단’ 등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11일에는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밀실개편 반대를 위한 공동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현재 KBS 편성과 개편이 정권의 방송, 관영방송으로 가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며 △대통령 정례연설 즉각 중단과 편성책임자 징계 △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폐지 결정 철회 △ 이병순 사장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KBS 내부 구성원들이 전하는 가을개편의 실상을 보면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정체성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 라디오 연설 정례화 과정은 ‘졸속’ 그 자체다. KBS는 휴일인 지난 2일 ‘대통령 라디오연설을 격주 월요일마다 독립프로그램으로 정규편성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라디오위원회를 통해 연설의 방식과 일정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또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이 폐지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합리적 평가나 여론수렴 과정이 없었으며, 이에 따른 인사 발령 역시 제작진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시사투나잇>의 대체 프로그램으로 발령이 난 PD는 자신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처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러니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의 제작진 뿐 아니라 양식을 갖춘 내부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병순 씨와 사측이 이런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는 데도 KBS 구성원들이 침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KBS에 어떤 희망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행스럽게도’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물론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한목소리로 ‘밀실개편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KBS를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는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다. 사장 축출과 ‘숙청인사’, 온갖 압력을 받으면서도 아직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양심적인 구성원들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의 프로그램명과 방송 시간대를 바꾸겠다는 KBS 사측의 개편 방향이 사실상 ‘프로그램 폐지’이며, 이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뉴라이트 세력의 ‘요구’에 부응한 정치적 개편이라는 점을 비판했었다. 또 시대에 걸맞지 않는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억지로 밀어붙여본들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병순 씨와 사측은 지금이라도 KBS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굴욕적인 개편안을 철회하고, KBS 구성원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끝내 이병순 씨가 내부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이명박 정권을 위한 개편을 강행한다면 KBS는 또 한번 치명상을 입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불신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는 물론, 방송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KBS 내부에서 “20년 전의 권위주의와 일방적인 문화가 만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음에 주목한다. 권위주의, 일방주의가 만연한 조직은 도태하기 마련이다. 권력에 순종하며 내부의 합리적인 목소리를 억누를 때 KBS도 ‘구시대 방송’, ‘낡은 방송’으로 도태되어 갈 수 밖에 없다. 이병순 씨는 KBS를 그런 낡고 무기력한 방송으로 만들 작정인가? KBS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양식 있는 직원들의 뜻에 따르라.
아울러 우리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KBS 구성원들의 노력에 격려와 지지를 보내며,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방송인으로서 긍지와 책임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시청자들이 KBS에 거는 마지막 희망은 바로 여러분들이다. <끝>

 

 



2008년 11월 1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