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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 관련 주요 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8.11.7)
등록 2013.09.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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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브라더스의 신문’을 자처한 <조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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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국회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헌재와 접촉했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강만수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헌재와 접촉을 했는데, 일부 위헌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만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헌재의 누구를 만나 어떤 말을 들었느냐”고 추궁하자 강 장관은 “세제실장과 담당 국장이 주심재판관을 만났다”, “세제실장으로부터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가 이후 ‘주심재판관’을 ‘재판연구관’이라고 정정했다.
강 장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기획재정부는 서둘러 “세제실장과 담당국장은 헌법재판소의 수석연구관과 헌법연구관을 방문해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바 있으나, 헌법재판관과 어떠한 형태로든 접촉한 사실이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 관계자로부터 재판결과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들은 바가 없고, 관계자에게 문의한 사실도 없다”고 수습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도 “종부세 위헌 소송의 결론과 관련해 언급한 바 없고 재정부 관계자가 재판관을 만난 적도 없다. ‘헌재와 접촉했다’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강만수의 말실수’로 사태를 몰아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강만수 장관의 발언은 결코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다. 행정부와 헌법재판소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교감’했다면 이는 3권 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자 헌정교란 사태이다.
따라서 진상이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하며 강만수 장관은 파면되어야 마땅하다. 설령 강만수 장관의 발언, 즉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담당 국장이 주심재판관을 만났다”, “세제실장으로부터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다. 사실이 아닌데도 이런 발언을 했다면 이는 공개적으로 헌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7일 강만수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을 다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행태는 경악할만하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중앙일보는 모두 강 장관의 발언 파문을 1면에서 다뤘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10면에 3단기사와 2단박스 기사를 싣는 데 그쳤을 뿐 아니라, 강 장관의 발언을 국회에서 벌어진 ‘해프닝’ 정도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헌재와 접촉” 강만수 장관 발언에 국회 발칵>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엉뚱하게 헌법재판소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기획재정부와 헌재의 ‘교감’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이를 “엉뚱한 일”로 치부한 것이다.
기사는 또 강 장관 발언 중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담당 국장이 주심재판관을 만났다”, “세제실장으로부터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 이후 강 장관이 ‘주심재판관’을 ‘재판연구관’으로 번복한 사실은 쏙 빼버렸다. 대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기획재정부의 헌재 접촉이 “재판의 당연한 절차”인 양 반박했다는 점을 실어주었다.

동아일보는 한술 더 떴다.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은 <재정부-헌재 ‘종부세 접촉’ 공방>이다. 여야가 재정부와 헌재의 접촉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는 게 기조다. 여야 의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국회 파행’의 모습을 사진으로 싣기도 했다.
기사의 내용은 부실하고도 교활했다. 짧은 2단 기사의 절반이 강 장관과 헌재의 ‘해명’이었다. 또 기사는 강 장관이 “우리가 헌재와 접촉을 했지만 확실한 전망을 할 수는 없다. 일부는 위헌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변한 데 대해 야당 의원이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고 몰았다.

중앙일보는 공방에 초점을 맞췄으나 1면과 14면에 관련 기사를 싣고 강 장관의 발언 내용, 야당의 입장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담아 조선·동아일보와는 그나마 차이를 보였다.

반면 경향신문은 1면 톱기사 <종부세 위헌 여부 결정 앞두고 강만수 “헌재와 접촉”>과 11면 기사 <정부·헌재 사전조율 의혹 공정성 놓고 논란 예고>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과 의미를 자세하게 다뤘다.
경향신문은 강 장관의 발언이 “이해당사자인 정부가 위헌 결정을 앞두고 헌재를 직접 찾아가 사실상 심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과 함께 위헌 심사 결과를 미리 전해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13일 공개될 헌재의 판단을 두고도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강 장관이 재정기획부가 접촉한 헌재 인사가 ‘주심재판관’이 아닌 ‘재판연구관’이라고 ‘정정’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즉 “재판연구관도 판사인 만큼 법관 윤리강령상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소송 관계인을 만나서는 안된다”는 해석이 있으며 “이 때문에 정부가 헌재에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만수 장관의 발언을 보도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행태는 이들이 이명박 정권의 방어를 위해서라면 일말의 양심도 버리고 축소·왜곡보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거듭 보여주었다.
경향신문도 언급했듯 이번 사태는 헌재 판결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할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2% 부자’를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헌정까지 유린했다는 의혹을 불렀다. 이를 묵과하고 두둔하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우리 사회 곳곳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금가고,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헌재의 독립성까지 훼손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어물쩍 넘어가려든다면 이명박 정권은 더할 수 없는 정당성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지금 조선·동아일보가 보이는 ‘이명박 정권 두둔’ 행태는 이명박 정권에게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일이다.<끝>



2008년 11월 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