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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촛불집회 진압 과정 인권침해 조사결과 발표’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10.28)
등록 2013.09.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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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인권위 보도, ‘축소’ 아니면 ‘논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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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촛불집회와 관련한 130여 건의 인권침해 진정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내린 결론은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 인권위는 9개의 권고안을 내놓는 한편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인권침해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경고할 것’을 권고했다.
그동안 경찰이 촛불집회를 해산, 진압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피해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어청수 경찰청장이 과잉진압, 인권침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경찰은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사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유모차 엄마’를 비롯해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힘없는 네티즌들을 수사하는 등 ‘촛불탄압’에 열을 올렸다.
이제라도 인권위가 공식적인 조사를 통해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인권침해를 지적하고 그 시정을 요구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겨레·경향 1면 기사로 다루고, 의미 분석
28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인권위의 ‘촛불 직권조사’ 결과를 1면에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인권위 “경찰, 촛불집회 인권침해” 결론>(1면), <인권위 “경찰 과도한 공격진압” 못박아>(08면)라는 두 건의 기사를 실었다.
1면 기사에서는 인권위의 발표 사실을 전하고, 8면 기사에서는 인권위 조사 결과 발표의 의미를 다뤘다. 한겨레신문은 인권위의 이번 결정을 두고 “국가기관이 경찰이 권력 남용에 대해 분명하게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인권위가 9개의 “구체적인 권고 내용을 내놓은 점도 눈에 띈다”며 “시위 현장에서 시민의 통행권 보장과 살수차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등 촛불집회 당시 논란이 됐던 부분을 두루 다뤘”다고 지적했다. 또 “다소 판단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인권위마저 정부 눈치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권단체들의 의혹도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인권위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도 <인권위 “촛불진압 때 인권침해>(1면)과 <“촛불 불법여부 떠나 경찰 인권침해 명백”>(08면) 두 건의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인권위가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릴 것이란 일각의 전망과는 달리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인권위의 결정이 “촛불시위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갈등을 빚을 소지가 크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경찰이 엠네스티 조사결과에 대해 반박성명을 내고 유모차엄마들에게까지 수사를 벌이는 등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며 인권위의 결정이 “정부의 촛불압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 측면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아일보, 노골적인 축소보도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인권위 결정의 자세한 내용과 그 의미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2면 기사 <인권위 “경찰이 촛불시위 과도하게 진압”>이라는 기사를 통해 인권위의 결정 내용과 경찰의 반론을 짧게 다뤘다.
동아일보는 12면에 인권위 결정 사실을 단신 처리했다.

중앙일보, ‘인권위 vs 경찰’
한편, 중앙일보는 <인권위 “촛불 진압 때 인권침해” 경찰 “불법 묵과하란 말이냐”>(02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인권위 발표 내용과 여기에 반발하는 경찰 측의 주장을 나란히 실어 ‘논란’으로 다뤘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 진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과잉 진입과 그에 따른 인권 침해가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인권위의 발표가 마치 경찰의 시위 진압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인 양, “불법 묵과하란 말이냐”는 경찰의 왜곡된 주장을 제목으로 달았다.
또 인권위 권고안에 반발하는 경찰 관계자들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는데, 기사 말미에는 한 기동단장의 인터뷰를 실으며 “울분을 토로했다”고 표현해 경찰의 ‘억울한 심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인권위의 9개 권고안과 일선 경찰들의 반박>이라는 표도 실었다. 그런데, 이 표에 나와 있는 ‘일선 경찰들의 반박’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권위가 ‘경찰의 일부 과도한 공격진압으로 시위대에 부상 입힌 점 인정.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청장 경고 권고’한 데 대해 경찰은 ‘선진 각국에서도 불법시위대에 대해 선현장 검거가 원칙. 최소한의 물리력마저 규제한다면 공권력 확립 불가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시위의 ‘불법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즉 설령 시위가 ‘불법적’이라 해도 경찰이 그 대응 과정에서 공권력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번 촛불집회 과정에서 경찰은 인도(人道)에 있는 시민들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등 공권력을 남용해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런 공권력 남용을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둔갑시켜 반발하고, 중앙일보는 이런 주장이 타당한 반론인 양 다뤄준 것이다.
또 인권위가 ‘광범위한 통행 차단 조치로 거주민과 통행 시민에게 불편. 보안책 마련해야’한다고 권고한 데 대해서도 경찰은 ‘불법시위대와 일반 시민을 구별하기 어려웠던 현장 상황은 무시’했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가 없는 날에도 광화문과 시청 거리 일대에 수 십 대의 전경버스를 세워놓고 시민들의 출퇴근에 지장을 주었다. 지난 6월 10일에는 광화문 사거리에 이른바 ‘명박산성’이라 불리는 컨테이너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아침부터 교통 혼잡을 초래했다. 청와대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귀가까지 막아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불법시위대와 일반 시민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며, 설령 그런 상황이라 해도 모든 시민을 ‘불법시위대’로 간주하고 통행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밖에도 ‘물대포 사용 규정에 대해 행안부령으로 규정 마련’, ‘소화기 분말 가스 인체 위해 가능성. 진압 작전에서 사용 금지’, ‘집시법 위반 체포자에게 반성문 형식 자술서 받는 관행 중단’, ‘전의경 근무복에 식별 가능한 표식 부착’ 등등 나머지 권고들에 대해 중앙일보가 ‘경찰의 반박’이라고 내놓은 내용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경찰은 ‘현재 경찰청 훈령으로 물대포 사용 규정. 안전 시험거쳤다’고 반박했다지만, 실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시위대의 얼굴을 겨냥해 물대포를 쏘아 귀 고막이 떨어져 나가고 실신하는 등피해 사례가 속출했었다. 또 분말소화기 사용이 ‘최루탄 사용을 규제하다 보니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주로 전경 버스를 끌어내고 파손하거나 불 붙이려던 극력 시위대에게만 사용’했다는 반박도 사실이 아니다. 경찰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아버지와 유모차를 향해서도 분말소화기를 뿌려 비난을 샀다.
‘전의경 근무복에 식별 가능한 표식을 부착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경찰은 ‘세계적으로 전례 없어. 전의경 신원 노출되면 인신공격 우려, 현행처럼 소속 부대 표기만으로도 인식 가능’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근무복에 소속 부대의 표기가 없고 다만 헬멧에만 부대의 번호가 적혀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인권위의 요구는 전의경의 옷에 이름이라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최소한 책임은 물을 수 있도록 소속 부대라도 제대로 표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마치 근무복에 소속 부대 표기가 잘 되어 있는 것처럼 인권위 권고를 반박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렇게 허술한 경찰의 반발을 충분한 사실 확인도 없이 정당한 ‘반박’인 양 다루면서 ‘인권위와 경찰의 논란’으로 몰았다. 이런 보도 행태는 인권위 발표의 취지 자체를 왜곡하고, 그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축소보도 보다 낳을 것이 하나도 없다.
중앙일보는 인권위와 경찰의 ‘논란’을 균형 있게 다룬 것처럼 독자를 속였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수많은 시민들, 그리고 촛불집회 주변의 시민들이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중앙일보가 아무리 교묘한 방법으로 공권력 남용을 두둔하려 해도 진실을 가릴 수 없는 일이다.
중앙일보가 ‘공권력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의 합리적인 지적을 수용할 때 ‘수구보수’의 딱지를 뗄 수 있을 것이다. <끝>

 



2008년 10월 2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