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를 앞둔 지난 7월, 서울지역 학교의 급식을 위탁 운영하는 급식업체 대표 3명으로부터 각각 100만원의 ‘격려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공 교육감은 사설학원 관계자들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빌리고, 현직 교장·교감 수 십 명과 자립형 사립고 건립을 추진 중인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으로부터도 ‘격려금’과 후원금 명목의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급식업체 사장들로부터 ‘격려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니 공 교육감의 도덕성은 훼손될 대로 훼손되었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학교장 직영 급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2010년까지 유예기간을 두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지역 초중고교의 위탁급식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공 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급식형태 전환문제와 관련해 “안전성만 확보되면 위탁이든 직영이든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공 교육감에게 ‘격려금’을 준 3명의 급식업체 사장들은 모두 서울시내 수십 개 중고등학교의 급식을 위탁받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결국 공 교육감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교육 정책을 펴고, 위탁업체에 유리한 입장을 밝히는 등 자신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주거나 ‘격려금’을 준 사람들에게 유리한 행보를 보여 온 셈이다.
공 교육감이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를 철저하게 가려야 함은 물론, 교육기관의 수장으로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하자를 드러낸 만큼 공 교육감은 물러나는 것이 정상이다. 도덕성을 상실하고 신뢰가 땅에 떨어진 교육감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인물을 교육감으로 뽑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린 학생들을 보기 민망하다.
그러나 오늘(14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공 교육감이 급식업체 사장들에게 격려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 비판은커녕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2면 ‘브리핑’ 기사에서 <공정택 교육감, 선거 때 급식업자 후원금 받아>라는 제목의 1단짜리 기사를 내보내는 데 그쳤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2면과 8면에 <공정택, 급식업체서도 돈 받았다>라는 같은 제목의 기사를 싣고, 급식업체의 ‘격려금’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짚었다.
한겨레는 “위탁급식의 직영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교육감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위탁급식업체에서 선거자금을 후원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대가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 교육감이 지난 6월 서울 국·공립 중학교 교장단이 직영급식을 의무화한 학교급식법을 재개정 해달라며 서명을 벌이고, 직영 전환 일정을 미뤄달라며 단체로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지난 7월 8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모두 세차례에 걸쳐 위탁급식업체 사장과 일본 등으로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전·현직 교장 8명의 명단을 통보했지만, 1명은 감봉, 2명은 경고를 하는 ‘솜방망이’ 처벌만 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서울 초중고교는 전국에서 위탁급식 비율이 가장 높다”고 강조하며, 격려금을 준 이들이 “한국급식협회 전·현직 회장·부회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 3개 업체는 지난 4년간 매년 10개 이상의 서울 중·고교와 위탁급식 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행 학교급식법에 명시되어 있는 ‘직영원칙’에 위배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안전하고 질 좋은 학교 급식에 힘을 기울여야 할 교육감이 급식 위탁업체들에게 돈을 받았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뿐만 아니라 공 교육감은 직영급식 확대에 노력하기는커녕 ‘위탁급식도 상관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위탁업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등 돈의 ‘대가성’ 의혹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 등이 공 교육감의 선거비용 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루고, 그의 행태를 적극 비판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 교육감 선거 당시 조선일보는 공정택 후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주경복 후보를 깎아내리는 등의 방식으로 ‘공정택 당선’에 톡톡히 기여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들이 ‘밀었던’ 사람이라 해도 교육감으로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제대로 비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어린 학생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이뤄라”, “도덕성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칠 생각이 아니라면 공 교육감의 문제는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