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산지법 제14민사부는 신태섭 전 KBS 이사가 동의대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총장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KBS이사직을 겸직하고, KBS이사회 참석을 위해 직장을 이탈하고 수업에 지장을 초래한 점이 인정된다”며 “대학 측의 징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원의 기각 결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동의대가 신태섭 교수를 해임한 사유는 세 가지였다. △총장의 허락 없이 KBS 이사를 맡았다, △KBS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총장의 허락 없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KBS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부와 대학원 수업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등이다.
KBS 이사 ‘겸직’과 관련해 동의대 측은 “신 교수에게 8차례에 걸쳐 KBS 이사 ‘겸직’에 대해 총장의 허락을 받도록 경고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신 교수는 “학교 측이 KBS 이사 취임 1년 반이 경과하도록 겸직허가에 관해 아무 말도 않고 있다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08년 3월부터 이 문제를 꺼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학교 측이 주장하는 8차례의 ‘경고’ 역시 겸직 허락을 받으라는 내용이 아니라 ‘해임당하지 않으려면 KBS 이사직을 사퇴하라’는 압력이었다고 한다.
또 법원은 결정문에서 “‘KBS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직장을 벗어났을 때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점’이 징계사유가 되는 것이 부당하다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의대는 ‘교직원복무규정’을 통해 ‘소속 부서장의 허가 또는 정당한 이유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 교수가 설령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했다 하더라도 ‘KBS 이사회 참석’을 ‘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 이탈’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원은 KBS 이사회 참석이 직장이탈의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학생의 교육·지도와 학문연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즉 ‘직장이탈의 정당성’의 기준을 ‘학생의 수업권 침해’ 여부에 두면서 신 교수의 KBS 이사회 참석이 학부 및 대학원 수업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고, 이에 따라 동의대의 징계사유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학부 및 대학원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느냐’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신 교수는 이사회 시간과 시간이 겹치는 수업의 경우 휴강 후 모두 보강을 했으며, 이에 대한 학부생과 대학원생 다수의 진술서까지 제출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학생들의 진술에서 보충강의의 구체적 일시가 빠졌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신태섭 교수의 ‘동의대 해임’과 이를 근거로 한 ‘KBS 이사 해임’은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시도와 떼려야 땔 수 없는 민감한 문제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사법부의 이번 판단을 주목하고 있었으며 사법부가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엄정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랐다. 사법부에 대해서만큼은 ‘정치적 중립’의 기대를 버리고 싶지 않은 우리는 이번 판결이 유감스러울 뿐 아니라 우려스럽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우리 사회가 어렵게 일궈 온 민주화의 성과가 후퇴하고 있는 데 불안해하고 있다. 그 불안의 근본에는 검찰을 비롯해 힘있는 국가 기관들이 정치적 독립성을 잃고 권력의 의지를 쫓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앞으로 진행될 신태섭 교수의 해임과 관련한 소송에서는 사법부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