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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부사장’ 이병순 씨의 보복인사에 대한 논평(2008.9.18)
등록 2013.09.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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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사장’ 이병순 씨, KBS를 죽일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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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청부사장’ 이병순 씨가 어제(17일) 밤 방송장악에 걸림돌이 될만한 사원들을 ‘숙청’하는 인사 발령을 내렸다.
인사 발령의 대상과 내용을 보면 이병순 씨의 의도가 뻔히 보인다. KBS사원행동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사원들을 지방이나 한직으로 내쫓아 방송장악 저지 활동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스페셜 팀, 시사보도팀 등에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높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제작진을 일선에서 쫓아냄으로써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제작 역량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TV제작본부 스페셜 팀에서 심의실로 전보하고, 같은 부서의 이강택 PD도 수원에 있는 인적자원센터 연수팀으로 발령했다. 또 탐사보도팀의 경우는 인원의 절반을 다른 부서로 옮겨 사실상 탐사보도팀을 해체하는 수준이다.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던 <미디어포커스>의 용태용 시사보도팀 기자도 보도본부 문화복지팀으로 전보됐다. 그밖에 ‘사원행동’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다른 사원들도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한직으로 내몰렸다.
우리는 한 밤중에 단행된 ‘숙청’ 수준의 인사가 과연 ‘청부사장’의 단독 의지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이병순 씨를 사장에 앉힌 직후부터 KBS 보도에 ‘이상기류’가 일어났다. 정권에 불리한 기사들이 뉴스에서 빠지고 있으며, 정부 홍보성 기사들도 튄다. 이런 중에도 그나마 의미 있는 보도와 프로그램을 내놨던 부서가 탐사보도팀, 스페셜 팀 등이었다. 방송 보도와 프로그램의 비판성을 제거하고 길들이겠다는 정권의 의중이 ‘청부사장’을 통해 관철된 것이 아닌지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시청자들은 ‘청부사장’ 취임 이후의 KBS를 예의주시해 왔다. 이병순 씨의 이번 ‘숙청’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누차 말했듯 ‘청부사장’이 들어선 KBS에 대해 국민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KBS사원행동 등 방송장악에 저항하는 사원들, 보도·프로그램을 통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제작진들 덕분이었다. 이병순 씨가 이들을 좌천시키고 현장에서 몰아내는 것은 “시청자들은 이제 KBS를 버리라”는 말과 다름없다. 실제로 이병순 씨의 ‘숙청’ 인사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수신료를 내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병순 씨는 정권의 들러리가 되어 KBS의 앞날을 망칠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숙청’ 인사를 철회해야 한다.
아울러 KBS의 구성원들에게 당부한다. KBS를 나락으로 몰고 있는 ‘청부사장’의 행보를 막지 않으면 그 피해는 KBS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돌아간다. KBS가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위상을 잃고 수 백 개 채널 가운데 하나의 채널로 전락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공영방송 KBS’를 지키는 투쟁에 나서달라. 우리는 ‘공영방송 KBS’를 버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정권과 ‘청부사장’의 방송장악에 KBS가 무기력하게 넘어간다면 국민들이 먼저 KBS를 버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KBS노조에도 한마디 하고 싶다. 우리는 KBS노조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우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승규 위원장은 ‘코드박살 복지대박’을 내걸고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병순 씨의 이번 숙청에 대해 ‘방송장악 저지’ 차원에서 싸우지 않더라도 내부 구성원들의 ‘복지’ 차원에서라도 싸워야 할 문제가 아닌가? ‘KBS노조가 노조답지 못해 사원행동 소속의 사람들이 칼바람을 맞고 있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에 한번쯤 부끄러움이라도 느껴주기 바란다. <끝>

 



2008년 9월 1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